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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건드리고 힘이 되는 시, 더욱 깊어진 …





열 번째 시집 『밥값』 펴낸 환갑의 정호승 시인



유독 정호승 시인의 시에서 위안을 받았다는 사람이 많다. 그가 올해 환갑을 맞았다. 정씨는 “인간은 눈물의 존재, 고통 속에서 내 시가 발화되는 것 같다”고 했다. [조용철 기자]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라는 첫 문장이 제목보다 더 유명해진 시 ‘그리운 부석사’. 사람은 단순히 외로운 존재인 게 아니라 외로워하기 때문에 비로소 사람이라는, 인간의 숙명적인 고독을 노래한 명편(名篇) ‘수선화에게’. 지치고 고통 받은 이들을 위로하거나 응원하는 따뜻한 시편들로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시인 정호승씨. 우리 시대의 대표적 서정시인이라 할 만한 그가 올해 환갑을 맞았다. 그에 맞춰 열 번째 시집 『밥값』(창비)을 펴냈다. 2007년 『포옹』 이후 3년 만이다.



 시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읽혔던 1980년대, 정씨의 시는 특히 힘이 셌다. 시대의 아픔을 토로하든 사랑의 절박함을 읊든, 알기 쉽고 감성적인 언어 속에 결기와 단호함을 내장한 그의 시편은 감염력이 컸다. 특히 정씨 특유의 대중적인 호소력은 당대의 가객(歌客)들이 먼저 눈치챘다.



김광석·안치환 같은 이들이 앞다퉈 그의 시를 노랫말로 노래를 만들었다. ‘이별노래’ ‘우리가 어느 별에서’ ‘부치지 않은 편지’ 등이 그의 시를 가져다 쓴 것들이다. 노래로 만들어진 그의 시는 모두 40편이 넘는다.



 자연히 그는 고정팬층이 두텁다. 시가 예전처럼 읽히지 않는다지만 그의 새 시집은 여전히 수만 부씩 팔린다. 이번 시집은 초판 7000부를 찍었다.



3일 정씨를 만났다. 대중적 인기의 비결, 가수들이 그의 시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다.



 정씨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누구보다 말을 아끼고 몸을 낮추는 사람이다. 정씨는 그러면서도 “서로 공감하고 똑같이 느끼는 내용을 쓰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정씨는 시는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읽는 이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독자들이 자신의 시에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이해와 성찰을 얻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번 시집에 실린 70여 편의 시 중 가슴을 건드리는 것들은 독자마다 다를 수 있겠다. ‘왼쪽에 대한 편견’은 예전 그의 시를 가장 많이 닮은 시다.



 시의 화자는 한쪽 날개가 왼쪽으로 기울어진 채 하늘을 나는 청둥오리, 한쪽 어깨가 역시 왼쪽으로 기울어진 채 걷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답다고 운을 뗀다. 뒷부분에 가서는 ‘기울어진다는 것은 아름다워진다는 것이다/기울어진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라고 한다. 물리적 기울기가 정서적 친밀감으로 바뀐 것이다.



 ‘비가 온다/집이 떠내려간다/살짝 방문을 열고/신발을 방 안에 들여놓는다/비가 그치지 않는다/신발이 떠내려간다/나는 이제 나의 마지막 신발을 따라/바다로 간다/멸치떼가 기다리는 바다의/수평선이 되어/수평선 위로 치솟는 고래가 되어/너를 기다린다’.



 ‘물의 신발’ 전문이다. 화자는 집을 쓸어갈 듯 기세 등등한 홍수를 처음엔 피하려 했나 보다. 신발을 대피시킨다. 하지만 곧 되는대로 떠내려가기로 한다. 불가항력임을 느꼈을까. 사랑의 홍수는 위력이 대단하다.



 정씨는 시집 뒤 시인의 말에서 ‘시인의 길이 꼭 가야 하는 길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터뷰에서는 “(이 시집이)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방향은 아직 잘 모르겠다. 시가 뭔지 잘 모르면서 전환점을 발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40년 가까이 시를 썼으면서도 여전히 시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환갑이라고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을 게다. 평범하지 않은 시인의 세계는 모순과 자기 반성 속에 꾸준히 변해가는 듯하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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