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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포폰 진실’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가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은 왜 ‘대포폰’을 만들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 직원에게 건네줬을까. 사찰 기록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손하려고 전문업체와 접촉하는 데 이 대포폰이 사용된 건 우연일까. 실무자들이 증거 인멸이라는 범죄행위를 윗선의 지시 없이 단독으로 저지를 수 있었을까. ‘청와대 대포폰’의 진실을 둘러싼 의문들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문제의 휴대전화가 적법한 ‘차명폰’이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도용한 ‘대포폰’이냐는 부수적 사안이다. 본질은 그것이 어떤 경위를 거쳐 범죄의 도구에 동원됐느냐다. 불법 사찰 의혹을 둘러싼 ‘윗선 개입’ 여부를 풀어줄 열쇠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포폰이 사용된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선(秘線) 조직의 국정 농단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막 수사에 나선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이기 이틀 전 결정적 물증이 될 하드디스크의 파손 과정에 대포폰이 활용됐다. 검찰은 대포폰이 증거 인멸에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포폰의 용도와 지시 경로를 당연히 캐들어갔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포폰 적발 사실을 공개하지도 않은 채 수천 쪽의 수사기록 속에 ‘차명폰’ 문제를 슬그머니 끼워넣었던 게 그 방증이다. 대포폰을 건네준 청와대 행정관은 불법 사찰의 배후 인물로 지목돼 온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부하였다. 그런데도 행정관을 불러 간단한 참고인 조사만 한 뒤 불기소 처분했다. 이 전 비서관과 똑같이 “증거 인멸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대포폰이 오가며 증거물이 복구할 수 없게 훼손됐는데도 ‘몸통 없는 사건’으로 대강 마무리되는 과정엔 이처럼 석연치 않은 구석들이 많다.



 청와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행정관이 사적으로 친한 지원관실 직원에게 KT 대리점의 직원 가족 명의로 된 차명폰을 잠시 빌려줬다가 돌려받은 것이 전부라고 청와대는 해명한다. 그러나 의문이 연일 쏟아지고 여권 내에서조차 “사찰사건에 대한 수사 양태를 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의 재수사를 포함해 하루빨리 진실을 규명하는 게 더 큰 혼란을 피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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