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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칼럼] 오바마는 다시 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는 스스로 미국 최초의 아시아·태평양 출신 대통령으로 자처했다. 그는 과거의 어느 대통령보다 한국에 우호적이다. 한·미 동맹 관계는 어느 때보다 탄탄하다. 그가 미국의 교육 관계 인사들에게 자주 한국의 교육을 배우라고 말하고, 김치를 찬양하는 것도 한국에 대한 그의 호감을 반영한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한국의 친구인 오바마의 날개가 절반 꺾인 것은 유감스럽다.



 오바마의 민주당 정부는 경제의 덫에 걸려 선거에서 참패하고 하원을 공화당에 내주고 말았다. 1992년 대선을 돌아보자. 무명의 아칸소주지사 빌 클린턴이 걸프전쟁 승리의 영웅으로 인기 절정의 현직 대통령 조지 부시를 누르고 당선된 것은 경제불황 덕이었다. 그때 클린턴이 내건 선거구호는 “문제는 경제야, 이 밥통아!”였다. 그 구호는 경제불황으로 생활이 고단한 유권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오바마의 민주당 정부도 미국 사회에 팽배한 “문제는 경제야, 이 밥통아”의 정서에 쓴잔을 들었다. 2년 전 “우리는 바꿀 수 있다”는 구호에 매료되어 오바마를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만든 유권자들이 오바마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미국의 경제불황, 특히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경제위기가 전임자인 공화당의 조지 부시 정부 말기에 시작된 것을 생각하면 오바마는 부시의 저주에 걸려 정치적인 재앙을 맞은 셈이다. 오바마 정부는 경기 부양과 경제 살리기에 1조50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에 육박하는 실업률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주택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실업자가 줄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불황의 터널에 끝이 보이기 시작해도 유권자들은 그것을 실감하지 못한다. 그들은 오바마의 업적을 평가하지 않는다.



 공화당의 가장 우익에 등장한 티파티는 오바마 정부의 케인스주의 정책을 국민의 세금을 펑펑 써대는 ‘오바마 사회주의’라고 공격하면서 유권자들의 분노와 불만을 자극했다. 오바마를 지지하는 자유주의자들은 반대로 오바마가 현실정치와 너무 많이 타협해 어정쩡한 개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오바마에게 프랭클린 루스벨트이기를 기대한 그들은 이번 선거에서 오바마의 원군이 되어주지 않았다. 중도파는 대통령 오바마가 대선후보 때의 활기를 발휘하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오바마는 경기를 부양해 경제를 살리는 데 필요한 올바른 정책을 폈다. 그러나 그는 국민들과 소통하고 공화당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해 티파티 같은 과격한 신자유주의자들이 활개 칠 틈을 주었다. 오바마를 동정하는 사람들도 그가 경제사정이 좋을 때 추진할 의료보험개혁을 불황기에 밀어붙인 것은 정치적인 실책이라고 안타까워한다. 다른 오바마 지지자들은 그가 정책에 성공하고 정치에 실패했다고 말한다.



 오바마는 그의 변화를 되돌리라는 반동의 쓰나미에 떠밀려 루비콘강을 건너버렸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의료보험개혁을 대폭 후퇴시키고, 부자들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감세를 장기간 유지하고, 재정적자를 줄이는 활발한 입법을 약속했다. 공화당 지도부가 합리적인 대안이 없이 오바마의 정책을 뒤집겠다는 티파티의 노선에 끌려간다면 미국의 사회경제정책은 1980년대의 레이건 시대로 후퇴할 것이다. 루비콘강 저쪽에서는 그렇게 살벌한 무대가 오바마를 기다린다. 오바마는 공화당과 맞서거나 타협을 하거나 남은 임기 2년 동안 국내문제에 치중할 것이다. 북핵·팔레스타인·이라크·아프간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에 우호적인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일반적으로 북한 같은 나라를 싫어한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가 열려 경제지원 문제가 구체적으로 부상하고 의회의 예산승인을 받을 단계에 이르면 공화당 의회가 1994년 제네바 핵 합의 때처럼 다 된 합의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것은 불안요인이다. 중국의 부상과 중·일, 러·일 영토분쟁, 불안한 북한 내부사정으로 동북아 정세가 크게 요동치는 지금 미국 대통령의 확실한 존재감이 요구된다. 1994년 중간선거 패배 후 클린턴은 전열을 정비해 자유주의 원칙을 확인하고 공화당이 드러낸 약점을 활용하고 협상과 설득으로 필요한 정책을 펴는 데 성공했다. 공화당 의회에서도 티파티 세력과 지도부의 노선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오바마가 클린턴의 전례를 따라 도전을 기회로 돌려 국내정치를 안정시키고 동북아에서 중국 견제와 한반도 문제 해결의 동력을 유지하기를 기대한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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