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G20과 초등학생의 눈물





“정도껏 해야지, 이거 과잉 홍보 아닌가. 오죽하면 외신이 비꼬겠어.”

 “큰 국제행사를 통해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민의를 결집하고 싶어하는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잖아.”

 그제 저녁 기획재정부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둘러싸고 몇몇 기자들의 약식 토론이 벌어졌다. 발단은 한국의 ‘화끈한’ G20 정상회의 준비를 비꼬는 서울발 외신 보도였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서울에 G20 열풍, 꼬마들이 환율 숙제까지’라는 기사에서 G20을 준비하는 한국의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거리 청소에 나서고 일곱 살 어린이들이 경제학을 공부한다. (…) 포털엔 G20 관련 학교 숙제를 도와 달라는 초등학생의 질문 수백 개가 올라와 있다.”

 기사에선 냉소적인 표현이 눈에 띄었다. 정부가 G20을 위해 시민을 동원하고(mobilize) 있으며, 시내 전광판에선 1000만 서울 시민에게 외국 정상이 방문할 때 예의를 지킬 것을 훈계하고(exhort) 있다고 썼다. 압권은 어느 초등학교 4학년생이 포털에 올렸다는 글을 인용한 부분이다. “우리나라가 G20 정상회의를 주최한다는 소식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마음속에선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G20 성공을 위해 밤늦게까지 고생하며 준비하는 공무원들, 이런 보도에 참 섭섭하겠다. 좋게 보면 한국인 특유의 열정을 담아 손님맞이를 준비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위안이 될지는 모르지만, 외신 보도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외신 민감증’이나 ‘외신 무감증’은 모두 ‘후천성 자아(自我)결핍증’에서 온 것이니, 우리 관점부터 자신 있게 세우고 외신을 참고하면 그뿐이다.

 G20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발언권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부로선 국민과의 공감대도 넓히고 싶을 것이다. 지난 9월 초 G20 정상회의 추진위원회 사공일 위원장은 G20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무릎팍 도사에라도 나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G20 개최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는 초등학생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이 잘 몰라준다고 G20 중요성이 희석되는 것도 아니다. 요(堯)나라 때의 태평세월을 노래한 ‘격양가(擊壤歌)’도 있지 않나. “해가 뜨면 일하고(日出而作), 해가 지면 쉬고(日入而息), 우물 파서 마시고(鑿井而飮), 밭을 갈아 먹으니(耕田而食), 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帝力于我何有哉).” 나라님의 고마움을 전혀 느끼지조차 못하는 게 실로 위대한 정치라고 하니, 대국민 G20 홍보전에서도 이제 여유를 좀 가졌으면 한다. 정무 능력이 탁월한 분들이 많아서 씨알이 먹힐지는 모르지만.

 끝으로 시사에 밝고 애국심 투철한 ‘눈물의 초등생’에게도 한마디. “똑똑하고 성실한 공무원 아저씨들이 G20 열심히 준비하고 있단다. 감격의 눈물은 너의 미래를 위해 아껴둬라. 앞으로 네가 살아갈 세계는 G20보다 더 크고 멋질 거야. G20일랑 잊고 지금은 나가서 맘껏 뛰어 놀거라.”

서경호 경제부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