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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면 비싸지는 세 가지 이유

세계에서 수입 분유와 유모차가 가장 비싼 나라. 최근 소비자시민모임의 조사 결과다. 이 단체가 24개국의 생필품 52개 가격을 조사한 결과 국내 판매가가 비싼 순으로 5위 안에 드는 제품이 모두 12개였다. 수입 청바지와 화장품 등 수입품이 대부분이었다. 2008년 같은 조사에서 5위 안에 든 제품은 7개였다. 실제로 수입품 가격은 지난 2년 사이 많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 분유 씨밀락 어드밴스(800g)는 2008년 2만8800원에서 올해 3만5500원(23%)으로, 리바이스 501 청바지는 같은 기간 15만4600원대에서 17만8000원(15%)으로 올랐다. 수입품 가격이 왜 비싼지 알아봤다.



[스페셜 리포트] ‘세계 최고가’ 수입품 가격 점검

임미진·김진경 기자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① 높은 유통비용



높은 백화점 수수료 … 세금·인건비도 많아

와인 수입상은 소매 못하게 규제




3만1600원에 들여온 화장품이 백화점에선 15만5000원. 최근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한 화장품의 수입원가 내역이다. 이때 공개된 10여 종의 화장품은 관세를 포함한 수입원가의 4.2~6.9배 수준에 팔리고 있었다.



 수입 업체들은 한국의 백화점 유통 비용이 유난히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30% 안팎의 백화점 수수료뿐 아니라, 인테리어 비용과 인건비도 다른 나라보다 많은 편이라는 것. 한 백화점 화장품담당 바이어는 “인기 브랜드들은 30㎡ 남짓한 매장에 판매사원을 10명씩 둔다”며 “소비자들이 전문성 있는 직원으로부터 일대일 상담을 받기 원하기 때문에 자연히 인건비 비중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유난히 프로모션이나 쿠폰 발송 등의 이벤트가 많은 것도 비용이 올라가는 원인 중 하나다.



 세금과 유통 구조를 탓하는 쪽도 있다. 와인 수입상들이 대표적이다. 수입 와인은 관세 15%에 주세 30%, 교육세(주세의 10%)가 부과된다. 1만원에 들어온 와인이라면 세금만 붙어도 원가가 1만5000원 선으로 뛴다. 운송·통관비를 포함하면 원가는 1만7500원 선으로 올라간다. 여기에 수입상·도매상·소매상의 마진이 차례로 붙다 보니 가격이 급등한다는 것이다. 나라식품 신성호 기획본부장은 “수입상이 직접 소매를 할 수 없다는 국내 규제 때문에 주류 도매상을 통해 전국의 대형마트나 주류 전문점에 납품하고 있다”며 “수입상이 별도 법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소매 판매를 할 수 있다면 가격이 많이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브랜드는 가격을 높게 책정해 놓고 상시적으로 할인 행사를 하기도 한다. ‘싸게 살 기회’라고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와인 수입업체 관계자는 “유통업체나 소비자들이 할인 행사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상시적으로 20~30% 할인 행사를 하곤 한다”며 “이를 감안해 판매가를 높이는 것이 업계의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김난도 교수는 “한국 소비자의 경우 직원 응대나 상품 구색 등에 대한 기대치가 외국보다 높아 유통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합리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② 고가 마케팅



업계선 “비싸야 잘 팔린다”

허영 소비계층도 문제




영국 유모차 브랜드 맥클라렌의 테크노클래식은 올 5월 백화점 판매 가격을 69만 5000원으로 2만원 올렸다. 올 초에 62만5000원이던 제품을 5만원 올린 데 이어 두 번째 인상이었다. 발판 접기가 간편해진 것 외엔 기능은 거의 같았다. 이 제품은 2007년만 해도 국내에서 40만원대 후반에 팔렸다. 매년 기능과 디자인을 조금씩 바꿔가며 4년 만에 40%가 넘게 값을 올렸다. 유모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3년 사이 100만원이 넘는 수입 유모차 브랜드가 속속 들어오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브랜드를 ‘싼 게 비지떡’이라고 보는 시선이 생겼다”며 “그 뒤 유모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고가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비싼 물건이 좋은 물건이라는 ‘가격-품질 연상 효과’를 이용한 고가 마케팅이 또 다른 가격 거품의 원인으로 꼽힌다. 수입 유모차의 경우 “우리 아이에겐 최고만 해 주고 싶다”는 엄마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이다. 이번 소비자시민모임의 조사에서도 스토케(199만원), 부가부가(115만원) 등 수입 유모차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으로 팔리고 있었다.



 수입 청바지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것도 고가 마케팅과 관련이 있다. 미국 청바지 브랜드 트루릴리전은 주력 상품 가격대가 59만8000~64만8000원. 청바지 가격이 웬만한 겨울 코트보다 비싸지만 30~40대들 사이에서 인기다. 59만원대 청바지의 수입 원가는 20만원이 채 안 된다. 실제로 미국 쇼핑 사이트에선 172달러(19만1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전문직들이 주요 고객”이라며 “고가의 수입 청바지를 입는다는 자부심 때문에 이 브랜드를 찾는 이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을 굳이 내리려면 내릴 수는 있겠지만, 30만~40만원대로 가격을 책정하면 오히려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서용구 교수는 “가격이 비쌀수록 지갑을 잘 여는 허영 소비 계층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런 심리를 이용해 가격을 올리는 행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③ 독점적 유통 구조



본사서 수량·유통 장악

가격 정한대로 따를 수 밖에




최근 롯데마트 송파점에 문을 연 명품 멀티숍. “병행 수입으로 명품 가격을 확 낮추겠다”고 내세웠지만, 백화점에서 팔리는 것과 동일한 제품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아웃렛(상설할인매장)용으로 유통되는 상품들이다.



 유명 브랜드 제품이 줄기차게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이런 시장 구조 때문이다. 공식 수입업자가 아닌 병행 수입업자가 물건을 들여올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브랜드 본사에서 생산 수량과 유통 채널을 움켜쥐고 있다. 관세청 특수통관과 최국진 사무관은 “해외 브랜드 병행 수입 물량은 최근 5년 사이 큰 변화가 없다”며 “브랜드 본사의 유통정책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히 소비자들은 해외 브랜드 본사가 책정한 가격 정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관세청은 2008년 5월 수입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며 “매달 수입 공산품의 수입단가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달에 한 차례 발표한 게 끝이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품목별 단가를 공개하려 했더니 업체 반발이 심했고 통상 마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며 “평균 단가를 공개하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조사연구부장은 “다른 곳에선 정품을 사기 어렵다는 것을 이용해 매년 새로운 제품을 내세워 조금씩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제대 홍완표(국제경상학부) 교수는 “1970~80년대에 퍼져 있던 수입품에 대한 선망 의식, 해외 브랜드 본사의 독점적 공급 구조 등이 수입품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해외 가격 정보를 접하는 기회가 느는 만큼 점차 합리적으로 시장이 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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