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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선심성 복지 경쟁은 안 된다





예산의 계절이 왔다. 100% 무상 학교급식 공약으로 당선된 교육감들이 이를 실행에 옮기려 하면서 국회나 자치단체 의회에서 예산 배정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무상급식을 위한 재정 마련을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다른 예산을 전용하거나 아니면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청해야 하는데, 어느 것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들이 도입하려는 무상급식이 지역 내 저소득층의 자녀를 보호하는 복지제도라면 그나마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급식비를 부담할 능력이 있는 고소득층 자녀까지 포함하고 있다. 돈 안 내는 저소득층이 열등감을 받는다는 스티그마(낙인효과)론과 고소득층의 자녀들이 급식비를 스스로 부담하면 이 역시 부자라고 차별받게 되는 역(逆)스티그마(역낙인)론이 모두 무상급식론자들의 논리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다 좋은데 왜 반대하느냐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선거도 끝났으니 무상급식이 지역과 주민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냉정하게 따져 봐야 할 시점이다. 완전한 지방자치를 꿈꾸는 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은 국민이 피땀 흘려 납부한 세금을 한 푼이라도 아끼고 자치단체의 재정을 안정화하면서 지역 발전에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 공교롭게도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자치단체는 서울과 울산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재정 상태가 나쁜 곳들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자치단체들의 재정 자립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무상급식은 앞으로 자치단체의 경직성 경비로 자리 잡게 될 것이고, 계속 늘어나 두고두고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아무리 예산을 확보한다 해도 금액이 제한돼 무상급식의 질은 일반 학생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매년 더 높은 수준의 급식을 요구할 것이고, 지역의 농민들은 수입산 대신 비싼 국내산 유기농 생산물을 사용하도록 로비하고 강요할 것이다.

 교육자치의 목적은 국가와 지역 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무상급식에 대한 지출은 교육 수준의 개선과 관련 없다. 학교 현장에 우수하고 훌륭한 교사들을 모셔 오고 학생들의 수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교육자치의 목적에 더 부합한다. 더구나 무상급식보다 더 시급하게 예산이 필요한 곳이 아직 많다. 고령화에 따라 급증하는 저소득 노인층과 소득 양극화에 따라 중산층에서 추락한 저소득층에 한 끼라도 더 지원하는 게 고소득층 자녀를 지원하는 것보다 우선돼야 한다.

 진정으로 지역을 생각하는 자치단체장이라면 지역 발전과 인재 양성, 주민들의 복지 증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자치단체장은 지역 발전이나 인재 양성은 포기하고 표를 의식한 소비형 복지정책으로 지역 경제와 사회를 피폐화하려 하고 있다.

 자치단체의 제한된 자원으로 주민들의 복지와 생활 안정을 위해 정녕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장기적 안목으로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자치단체끼리 ‘지역 발전을 위한 경쟁’을 해야 한다. 더 이상 선심성 복지 경쟁은 안 된다. 복지제도는 자치단체장 자신의 돈을 저소득층에 나눠 주는 ‘사회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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