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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80대 청년





80세를 보통 팔순(八旬)이라 하지만 산수(傘壽)라고도 한다. 산(傘)을 파자(破字)하면 팔(八)과 십(十)이 된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장조(杖朝)라고도 한다. 중국 주나라 조정에서 신하가 여든 살이 되면 지팡이 짚는 걸 허락했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그만큼 연로했다는 뜻일 게다. 기대수명이 80세를 돌파한 현재에도 여전히 많은 나이다.

 그런데 80대 노인이 ‘80대 청년’이 되는 신비한 분야가 있다. 창작의 세계다. 꼬부랑 할아버지가 돼서도 여봐란 듯 뭔가를 보여준 예가 유독 많다. 3년 전 타계한 현대 모더니즘 영화의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도 그중 하나다. 83세에 후배 빔 벤더스와 공동 연출한 ‘구름 저편에’는 제작 과정이 한 편의 영화다. 10년 넘게 뇌졸중 후유증에 시달렸던 그는 반신불수에 말도 거의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아내가 끄는 휠체어에 앉아 필담을 나눠가며 현장을 지휘했다. 90대에 들어서도 영화를 2편이나 완성했다.

 동양 쪽엔 ‘영화천황’으로 불리는 일본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가 있다. ‘가게무샤’로 세계 최고 권위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 그는 일흔 살이었다. 그는 시상식에서 “다시 공부해 더 좋은 영화를 가져오겠다”고 말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5년 후 만년의 걸작 ‘란’을 선보였으니 허언은 아니었던 셈. 80세가 되던 해엔 동양인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노감독은 다시 명언을 남긴다. “50년이나 영화를 만들었지만 아직도 영화가 뭔지 모르겠다.” 그는 팔순을 넘어서도 1년에 한 편꼴로 신작을 만든 ‘에너자이저’였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곧 신작 소설을 내놓는다고 한다. 림프암에서 아직 회복되지 못한 그의 나이는 무려 83세다. 바이올린 명장(名匠) 스트라디바리가 최고 작품을 내놨을 때와 같은 나이다. 그러니 『백년 동안의 고독』을 뛰어넘는 걸작이 나올는지도 모를 일. 에우리피데스는 “노인은 목소리와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소포클레스는 “노인보다 삶을 더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 옛날 그리스처럼 젊음과 아름다움이 찬양받는 시대,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건 지팡이를 짚고 간신히 걸을 나이에 지팡이를 휘두르고도 남을 펄펄 끓는 노익장의 에너지다. ‘80대 청년’의 열정만큼은 축복받은 대가들의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기선민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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