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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 방과후 학교] 충남 당진 면천중

방과후 학교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사교육 없는 학교’ 실현이다. 하지만 수업의 질이나 불안정한 강사 수급으로 학부모들의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10명 중 7명은 학원 안 가요 학교에서 수준별로 다 배우니까요

그런 가운데 학교 교사들이 직접 나서 방과후 학교를 열어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지난해의 4분의 1로 줄인 학교가 있다. 주인공인 충남 당진군 면천중에 가봤다.



글=김지혁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영어 과목 수준별 방과후 수업 중인 면천중의 박은주 교사와 학생들(위쪽). 통기타와 오카리나 연주반도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방과후 수업으로 이 학교 학생들의 사교육비는 4분의 1이하로 줄었다. [최명헌 기자]



지난달 25일 오후 8시 면천중(교장 김진영)의 한 교실에서는 방과후 수업이 한창이었다. 박은주 교사가 진행하는 2학년 상급반 과정의 영어 수준별 수업이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카드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영어 단어들이 적혀 있는 카드를 대여섯 장씩 들고 주어·서술어·목적어 등 문장구조에 맞춰 카드를 끼워 맞추는 것이다. 올바른 문장을 만들고 나면 버리는 식으로 손에 든 카드를 빠른 시간에 없애는 게임이다. 제일 먼저 모든 카드를 버린 학생이 그날의 챔피언이 된다. 게임 성적에 따라 정해진 상품도 준다.



박 교사는 “카드 맞추기 게임으로 문장구조를 배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기본적인 강의는 정규 수업시간에 진행하고 방과후 수업 때는 이를 응용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교생 102명의 소규모 학교인 면천중은 2004년부터 방과후 학교를 시작했지만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교과 교사가 모두 10명뿐이다 보니 수준별 방과후 수업이나 특기적성 프로그램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방과후 학교 확충계획이 교과부에서 받아들여져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됐다. 8000만원의 지원금이 들어오자 방과후 학교에 쏟아부었다. 때맞춰 충남 교육청이 인턴교사 3명을 파견했다. 그러면서 영어·수학 과목 3등급 수준별 수업이 가능해지고, 국어·과학·사회 기초학력 미달자를 위한 특별 보충과정이 개설됐다. 또 통기타, 오카리나, 클레이 공예 등 월요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수요일에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 중국어, 피아노, 바이올린, 풍물 강좌도 개설했다. 방과후 수업은 매일 오후 9시까지 무료로 진행되며 영어·수학 등 정규 교과 교사가 매일 2시간 이상씩 출강한다.



점점 학생들의 참여율도 높아지고 덩달아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도 줄어들었다. 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면천중은 사교육 참여율이 지난해 6월 81.3%에서 올 6월 30%로 하락했다. 1인당 월 사교육비도 같은 기간에 23만8700원에서 5만1000원으로 대폭 줄었다. 학생들의 학력 수준도 높아졌다. 지난 3월 실시한 진단평가에서 기초학력수준 미달에 해당되는 8, 9등급 학생 수가 17명인 데 비해 7월에는 14명이었다. 대신 우수학력자는 3월 16명에서 7월 31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검사가 꿈인 장어람(3년)양은 “전에는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심화과정을 배웠는데 요즘엔 학교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어서 좋다”며 “수준별 수업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수진(3년)양도 “특기·적성 수업시간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서 좋다”며 “교과 방과후 수업 때도 선생님이 직접 가르쳐 주시니까 정규수업과 연관돼 공부하기 편하다”고 덧붙였다.



올 초 서울에서 이 학교로 전학 온 김명성(3년·가명)군은 3월 평가에서 성적이 최하위였으나 7월 평가에서 중위권으로 뛰어올랐다. 김군은 “서울에서는 누구 하나 공부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면천중 선생님들 덕분에 공부법을 알게 됐다”고 자랑했다.



주민은 저녁식사 지원하고 원거리 통학 도와



이 같은 학교의 노력이 전해지자 지역민들도 나섰다. 소규모 학교라 급식시설이 없어 도시락을 싸와야 하지만 학생 대다수가 학교 매점에서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웠다. 보다 못한 학교에서 학교 인근 식당을 설득했다. 밥값의 절반은 학교에서 부담하고 나머지 2000원만 학생이 부담하면 이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지금은 저녁을 먹기 위해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이 있을 정도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학생을 위해 통학버스도 운행한다. 버스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는 면천 파출소에서 직접 경찰차로 학생을 데려다 준다. 또 지역 어머니 순찰대인 ‘패트롤 맘’ 회원들이 매일 승용차 2대로 원거리 통학을 돕는다.



학교 발전기금도 많이 모였다. 1960년 이 학교를 졸업한 자선사업가 조성달씨가 매년 성적 장학금으로 1200만원을 지원한다. 또 지역 기업인 우신공업에서 불우학생 장학금으로 매년 사원모금액 12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당진장학회, 당진 산업은행 등에서 장학금을 지원해 학기 당 48명의 학생이 지원을 받고 있다.



학부모 유은미(43·면천면 성상리)씨는 “2년 전까지 버스로 20분 걸리는 당진읍내 학원까지 아이를 보냈었는데 지금은 모두 끊었다”며 “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성적이 오른 데다 스스로 공부하려는 습관이 든 것 같아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말했다. 패트롤 맘으로 학생들의 귀가를 돕고 있는 학부모 최은미(40·면천면 성상리)씨는 “아이가 ‘이제는 혼자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을 때 정말 좋았다”며 “소규모 수준별 수업이니 거의 개인별 교습이나 마찬가지 효과가 있다”고 반겼다.



김 교장은 “성적 하위반 수준을 더 세분화해 가르쳐야 하는데 강사가 없어 못 하고 있다”며 “순수 외부 인구 유입이 없다 보니 갈수록 학생 수와 교과 교사도 줄어들까 큰 걱정”이라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현재 1학년 학생이 32명인데 내년 입학 예정인 인근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을 모두 합쳐봐야 2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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