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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 드라마 ‘선덕여왕’ 표절? 인문학수사대가 가려낸다







“미실과 선덕여왕은 실제로 사이가 안 좋았습니까?” “김유신이 덕만 공주를 사랑했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인가요?”

 요즘 서울대 법대의 한 강의실에서는 매주 이런 대화가 오간다. 모임을 주관하는 사람은 이 학교 법학과 정상조 교수. 이들은 지난해 방영된 MBC 드라마 ‘선덕여왕’이 뮤지컬 ‘무궁화의 여왕 선덕’을 표절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모였다. 저작권법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은 50회 분량의 두툼한 드라마 대본과 뮤지컬 대본을 펴놓고 이리저리 들춰 본다. 대본을 비교하는 작업을 마치면 역사학 전공 교수들의 견해도 들을 예정이다. 이들이 드라마를 감정하게 된 것은 법원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드라마 ‘선덕여왕’의 저작권 침해소송 감정을 서울대 기술과법센터(센터장 정상조)에 맡겼다. 법원이 저작권 문제로 대학 내 기관에 공식적으로 감정을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부지법 관계자는 “민사소송에서 의사나 건축 전문가의 감정은 종종 받지만 저작권 소송으로 대학에 감정을 맡긴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상조 교수는 2002년 MBC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의 표절 소송 감정에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이번에는 역사적 사실이 포함돼 있어 법학자뿐 아니라 역사학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형사사건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주로 맡는다면 표절 사건에선 기술과법센터가 ‘인문학수사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정 교수는 “서울대가 가진 지적 자산이 실용적으로 쓰이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역사를 소재로 한 대중문화 작품이 많아지고 있어 유사한 분쟁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선덕여왕’은 지난 1월 표절 논쟁에 휘말렸다. ㈜그레잇웍스의 김지영 대표는 드라마 ‘선덕여왕’이 자신의 뮤지컬 대본 ‘무궁화의 여왕 선덕’을 표절했다며 MBC와 드라마 작가를 대상으로 남부지법에 2억원의 손해배상소송과 함께 방영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가처분신청은 지난 4월 기각됐지만 저작권 침해소송은 별개로 진행 중이다.

 김씨와 MBC는 서로 증거자료를 내며 다투고 있다. 하지만 시시비비가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김씨 측은 “표절 여부에 대해 전문가의 감정을 받게 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서울대 기술과법센터에 감정을 의뢰한 것이다.

 이번 감정의 핵심은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창작된 내용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를 “대본의 해부”라고 표현했다. “국과수에서 시신을 해부한다면 우리는 대본을 해부해 표절을 가리는 셈”이라는 것이다. 시신 해부엔 메스가 사용되지만 대본 해부엔 사실(史實)이 동원된다. 표절을 밝히는 과정은 먼저 선덕여왕의 50회차 대본과 뮤지컬 ‘무궁화의 여왕 선덕’을 꼼꼼히 비교해 유사한 부분을 짚어 낸다. 다음엔 이 ‘교집합’을 『삼국유사』 『화랑세기』 등 역사서와 비교한다. 이 부분에서 역사학 교수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비담·미실 등 인물과 사건의 묘사가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인지, 개인의 순수 창작인지를 가려낸다. 여기에 저작권 관련 판례와 외국의 사례를 종합해 감정서를 작성한다. 법원은 이 감정서를 토대로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된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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