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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시공사 대신 모기업에 “돈 갚아라” … “지급보증 거부” 건설사도 속출

부동산 개발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심각하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PF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멈춰선 개발사업장이 전국 500여 곳이며 여기에 잠긴 돈은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발사업 실패로 인한 시행사(부동산 개발회사) 파산, 지급보증한 건설사의 신용위기, 돈을 빌려 준 금융회사의 부실화 등이 문제의 핵심이다. PF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일부에서는 PF 부실을 놓고 이해당사자들 간에 책임 공방이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 원칙에서 벗어나는 억지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단국대 김호철 부동산학과 교수는 “왜곡된 국내의 PF 관행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며 “PF를 종합적으로 손보지 않을 경우 카드대란 못지않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셜 리포트] 심각한 PF 부실, 가열되는 책임 공방







부동산 개발 PF 사업이 잇따라 휘청거리면서 금융회사·시공사 등 투자자들 간 책임 공방이 치열하다. 경기도 판교신도시에 들어설 알파돔시티는 투자자 간 대립으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아직 빈 땅으로 남아 있다. [중앙포토] 사진크게보기







◆부실 책임 누가?=최근 들어 망가지거나 정지된 PF 사업장이 잇따르면서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중견제조업체인 A사는 B금융회사와 6개월째 마찰을 빚고 있다. A사가 대주주인 C건설회사 때문이다. C건설회사는 2008년 한 시행사에 100억원가량 지급보증을 섰다. 시행사는 이 지급보증을 바탕으로 B금융회사로부터 PF를 일으켜 사업자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시행사가 개발한 상가가 분양에 실패하자 시행사는 부도났고, 보증 책임을 진 C건설사도 자금난에 빠졌다. 그러자 돈을 받을 길이 막막해진 B금융회사는 A사에 문제가 된 PF 원금과 이자를 갚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A사 관계자는 “단지 C건설사의 대주주라는 이유로 금융회사가 법적 근거 없이 대출금을 대신 갚으라며 다른 대출금 상환 등의 압력을 행사하는 건 유한책임 원칙인 주식회사를 부정하고 계열사 부당 지원을 금지하는 지주회사 체제를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PF 부실이 불거질수록 앞으로 이런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건설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양사이버대학 지규현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회사의 대출금을 모기업이 책임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PF 부실은 금융회사와 보증회사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게 시장경제 원칙”이라고 말했다.



 개별 PF 사업장 외 조 단위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공모형 PF 사업장에서도 책임에 따른 파열음이 나고 있다. 대림산업은 2대 건설투자자로 참여 중이던 서울 상암DMC 공모형 PF 사업에 지급보증을 거부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금융투자자와 건설투자자가 사업 위험을 지분에 따라 공평하게 져야 하는 게 합리적인데 관행이라는 이유로 건설사에만 보증 의무를 지우고 있다”며“건설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더 이상 이런 큰 위험을 안고 갈 수는 없다는 게 회사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판교신도시 중심지에 복합단지를 짓는 알파돔시티 프로젝트도 신용 보강 문제를 놓고 삐거덕거린다. 최대주주인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및 일부 금융출자사와 이견을 보인 SK건설 등 4개 건설투자자가 3일 예정인 유상증자에 참여를 거부했다. 사업이 망가졌을 경우 책임을 피하는 방법을 놓고 이견을 보인 것이다.



 금융회사 내에서도 PF 부실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산은캐피탈의 경우 PF 부실에 따라 올해 1500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이 예상되자 전 경영진과 현 경영진 간에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C은행의 경우 PF 부실의 책임을 물어 최근 PF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을 대거 다른 부서로 전근시켰고, 최근 5000억원대의 PF 금융사고가 적발된 경남은행은 관련 부서를 없앴다.



 ◆돌려 막기 급급…부실 심해질 듯=PF를 둘러싼 책임 공방은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건설사나 금융회사들이 PF 부실을 ‘돌려 막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올 3분기 PF 관련 유동화증권 발행액은 3조8025억원이다. 이 중 리파이낸싱(기존 대출금을 갚기 위한 대출)이 2조2936억원(63.7%)이나 된다. 착공과 분양을 위한 본 PF는 1547억원(4.3%)에 불과했다. 사업 진행을 위한 추가 대출과 토지 매입자금인 브리지론은 각각 650억원(1.8%)과 2862억원(7.9%)이다. 대부분이 기존 대출을 만기 연장하는 데 급급했다는 뜻이다. 국민은행 프로젝트금융부 관계자는 “요즘 신규 PF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의 PF 관련 연체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정감사를 위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말 0.48%에 불과하던 은행권의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67%로 상승했고, 올 9월 말 현재는 5.85%로 뛰었다.



 건설사들은 사업을 끝내고 돈을 갚는 대신 돌려 막기에 급급함에 따라 우발채무가 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을 의뢰받은 37개 주요 건설사의 우발채무만도 지난해 50조원이다. 기업당 평균 1조3534억원꼴인 셈이다. GS건설의 경우 9월 말 현재 우발채무가 3조1496억원에 이른다.



 공모형 PF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조사에 따르면 35개 사업 중 14건은 사업성 악화로 땅값 조달이 안 돼 사업 추진이 어렵다. 또 7건은 중단되거나 유찰됐다. 사업이 계획대로 안 되면 금융비용이 늘어나고 사업성이 악화돼 출자자들은 추가 투자를 기피하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고용 확대, 지역경제 활성화, 관광수요 증대 등 사업의 기대효과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지역의 랜드마크 시설 건립이 지연됨으로써 해당 지역 주민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건설산업연구원 이승우 연구위원은 “PF로 인해 국내 경제가 멍드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개별 PF의 경우 금융회사들도 사업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하고 공모형 PF의 경우 정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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