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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정부의 역할에 대한 ‘불편한 진실’





글로벌 경제위기 후 시장경제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시장경제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무슨 말 못할 비밀이라도 있는 듯한 제목을 단 책까지 나왔다.

 시장경제 비판의 끝에는 항상 정부 역할의 강화 요구가 있다. 금융규제 강화로부터 복지제도의 확대에 이르기까지 시장불신과 정부개입 요구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듯하다.

 정부는 정치인과 관료가 구성하는 조직이다. 정부 개입의 증가는 정치인과 관료에 의한 경제개입 증가를 의미한다. 한국 국민이 언제부터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이런 신뢰를 가지게 되었는지 의아하다.

 정부가 경제활동을 규제하고 개입하는 것의 이론적 근거는 시장실패론이다. 시장을 자유방임 상태로 놓아두면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시장의 불완전성을 보완하고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것과 제대로 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정부도 불완전하고 실패할 수 있는 조직이다.

 정부 실패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 분야의 많은 연구는 정부 실패가 무능한 공무원이나 부패한 정치인 때문에 발생하는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 실패도 시장의 실패 못지않게 보편적이고 구조적인 현상이다.

 정부가 결정하는 정책과 제도가 이익집단의 압력과 이에 영합하는 정치인들에 의해 왜곡되면 조직된 이익집단의 사적 이익이 조직화되지 못한 대다수 국민의 공익에 우선하는 정부 실패가 발생한다. 이미 한국에서도 이런 형태의 정부 실패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약품을 소매점에서 판매하도록 허용하면 공익이 증진되는가. 이를 금지하면 어떤 공익이 보호되는가. 기업형 수퍼마켓을 규제하면 어떤 사람이 혜택을 받는가. 이 때문에 불편해지는 사람은 없는가. 누구의 편익은 공익이 되고 누구의 편익은 무시되어야 하는가.

 결국 어느 쪽이 결정권자에게 더 영향력이 있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런 정부 실패는 궁극적으로 영합주의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경제문제를 다수결로 푸는 것은 경제를 거덜 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리스와 프랑스가 지금 겪는 혼란의 뿌리가 무엇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질수록 정치인과 관료는 공익을 명분으로 경제활동에 대한 개입을 더욱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나누어 줄 수 있는 이권과 자원이 많을수록 이를 노리는 이익집단의 조직적 노력은 더욱 강하고 집요해질 것이다.

 왜 부실기업이 비자금을 만들어 로비를 하고, 왜 청원경찰들이 국회의원들에게 조직적으로 후원금을 보냈겠는가. 이런 형태의 정부 실패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부가 나누어 줄 수 있는 이권과 특혜, 자원의 양을 줄이면 된다. 정부가 자원배분을 하도록 한다는 것은 말 잘 듣는 사람에게 떡 하나 더 주고, 말 안 듣는 사람을 굶길 수 있는 능력, 즉 권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남용되게 마련이다.

 먹고사는 모든 것을 국가가 결정하던 사회주의 국가나 정부개입이 심한 관치경제에서 부패가 만연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공익은 정부만이 보호할 수 있고, 정부가 경제문제를 공정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미신이다.

 경제활동에 정부의 개입이 심해질수록 국민은 먹고살기 위해 정치인과 관료에게 더욱 조아리거나 강력한 이익집단을 만들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조직화되지 못한 얼굴 없는 수많은 서민의 이익은 희생된다.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 규제와 역할 강화 요구는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부조직의 비대화, 세금부담 증가와 목소리 큰 이익집단의 사익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장 실패를 정부 실패로 대체하는 더 괴로운 결과가 될 것이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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