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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기정 의원, 면책특권 뒤에서 나와야

상대방이 영부인이건 노숙자건, 말하는 이가 국회의원이건 노숙자건, 어떤 이가 특정인에게 범죄사실이 있다고 주장할 때는 상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상대방의 명예가 심히 훼손되기 때문이다. 이는 상식과 순리에 속하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의혹 제기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문제 이전에 기초적인 신뢰와 품위를 상실한 행동이다.



  강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 여사가 연임 로비를 벌인 남상태 대우해양조선 사장 부부를 만났고, 1000달러 수표묶음을 받았으며, 민정수석에게 남 사장의 연임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면 영부인은 사법처리되고 대통령은 하야 압력을 받을 일이다. 나라가 흔들릴 만한 폭로를 하면서 강 의원은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모든 게 거짓말이라며 조목조목 부인했다. 이럴 경우 입증의 책임은 강 의원에게 있다. 그러나 강 의원은 입을 닫고 있다.



  헌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이 면책특권은 17세기 영국의회에서 발원(發源)해 지금은 미국·독일 등의 헌법에도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 특권은 의원의 소신을 위해 ‘의회의 언론자유’를 지키려는 것이지 아무 말이나 마구 하는 ‘혀의 자유’를 옹호하는 건 아니다. 지금 면책특권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그동안 적잖은 의원이 무책임한 폭로로 특권의 취지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폭로가 옳다고 확신하면 강 의원은 면책특권이 없는 국회 밖에서 다시 그 주장을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그는 “비겁하게 면책특권 뒤에 숨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근거 없는 폭로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다.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여러 건의 폭로가 있었다. 김대업씨는 이 후보가 아들의 병역비리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가 최규선씨를 통해 20만 달러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부인이 기양건설로부터 10억원의 로비자금을 받았다는 폭로도 있었다. 대선 후 이런 주장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폭로자들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설 의원은 국회가 아니라 당사에서 발언해 면책특권에 해당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사법처리가 된다고 해서 폭로의 폐해가 회복되는 건 아니다. 이미 대선 과정에서 폭로의 칼날은 이 후보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는 “청와대는 사실일 경우 수사를 하고 사실이 아니면 해명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리는 전형적으로 무책임한 ‘아니면 말고’ 식이다. ‘대통령 하야’와 관련될 수 있는 문제가 어떻게 아니면 말고라는 말인가. 민주당은 의원과 국회의 품위 차원에서 강 의원 발언 파문을 다루어야 한다. 국회 윤리위원회는 강 의원에게 발언의 근거를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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