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포스코 사무직 신입사원의 제철소 6개월 체험기





‘마이 머신’ 내 몸처럼 닦고 살피고 … 그때 만든 실습노트가 보물 1호





‘푸른색 작업복과 무거운 안전화’.



 올 1월 포스코에 입사한 신입사원 김신아(24·사진)씨가 전남 광양제철소로 떠나기 전 회사에서 받은 물건이다. 사무직(재무담당)으로 입사한 김씨는 사내 교육을 마친 후 광양제철소에서 현장 실습을 했다. 포스코가 올해부터 신입사원 전원을 6개월 동안 포항·광양제철소에서 현장 근무하도록 조치한 데 따른 것이다.



 김씨는 “입사하면 하이힐을 신고 정장 차림으로 일할 줄 알았다”며 “당분간 제철소에서 생활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떠나기 전날 밤엔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갓 대학을 졸업한 여성에게 제철소 현장 근무는 쉽지 않았다. 오전 8시30분 출근해 단체 체조로 하루를 시작했다. 일과 시간에는 현장 설비에 대한 교육을 받고 견학하는 일정이 이어졌다. 수시로 공장 곳곳을 청소하기도 했다. 그는 “하루 종일 작업복을 입고 현장을 누비다 보니 화장은 꿈도 못 꿨다”고 했다.



 가장 힘들었던 경험으로 꼽은 것은 ‘마이 머신(My Machine)’이란 이름의 청소 활동. 공장에 있는 기계를 내 몸처럼 다뤄야 한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그는 “한여름에 뜨겁게 달궈진 쇳덩이 옆에서 청소를 하느라 땀이 비 오듯 흘렀다”며 “현장 선배들은 매일같이 이런 일을 한다는 생각에 뭉클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모든 게 어색했는데, 한 달쯤 지나니 제철소만큼 편한 곳도 없더라고요. 실습을 마칠 때쯤에는 정장보다 작업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느끼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현장 선배들과 어울렸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선배들이 손님 왔다며 일주일에 서너 번씩 저녁밥을 사줬다”며 “전라도 음식인 홍어도 즐겨먹게 됐다”고 말했다.



현장 실습을 마치고 서울로 오기 전날 밤엔 환송회도 열렸다. “환송회 자리에서 선배들이 ‘현장에서 일을 배웠으니 서울로 올라가서도 현장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던 게 떠오릅니다.”



 6개월 동안의 현장 근무가 그에게 남긴 보물은 두툼한 실습 노트 두 권. 실습하는 동안 꼼꼼히 그린 현장 설비와 교육 내용이 빼곡하게 적힌 노트다.



포스코는 신입사원들이 실습 상황을 매일매일 기록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들고 다니느라 때가 많이 탔지만 가장 아끼는 물건”이라며 “요즘도 가끔 그때 노트를 들춰보면서 업무에 활용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9월 초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로 발령받아 재무팀에서 일하고 있다. 이제는 하이힐에 정장 차림으로 출근한다. “재무직으로 입사했는데 제철소에 있는 200억원짜리 설비를 2억원짜리로 어림짐작했을 정도로 숫자 감각이 없었죠. 현장 실습 경험이 없었다면 제철소 설비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회사 재산인지 배울 수 없었을 거예요.”



김기환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