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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작품은 그만, 입을 수 있는 옷으로 한 발 더





열 돌 맞은 서울패션위크 달라졌다



서울패션위크의 VVIP는 해외 바이어였다. 쇼마다 맨 앞줄을 차지한 그들의 모습에서 ‘비즈니스 컬렉션’으로의 변화가 확실히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열린 강동준 디자이너의 남성복 ‘디그낙’ 컬렉션.







‘옷을 팔기 위한 컬렉션’. 지난달 22일부터 7일간 열린 2010년 추계 서울패션위크는 이렇게 요약된다. 주최 측인 서울시가 앞세우는 자랑거리도 350만 달러(예상치) 수주 성과다. 과거 수주도 거의 없고, 트렌드 제시도 못해 ‘디자이너 개인 발표회’라는 비난을 들었던 서울패션위크가 달라지고 있다. 19개국 90여명의 해외 바이어가 찾았고, 신진 유학파와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기성 디자이너들을 주축으로 ‘시장 친화적 패션’을 대거 선보였다. 열 돌을 맞은 서울패션위크는 이제 점차 명분보다 실속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글=이도은 기자 ,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서울패션위크 제공



‘아트’에서 벗어난 런웨이



‘아트’는 힘을 잃었다. 소재와 실루엣이 독특한 실험적인 옷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디자이너의 개성은 살짝 보여주되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한’ 옷들이 주류를 이뤘다. 트렌치 코트를 케이프 식으로 만들거나, 셔츠 밑단을 스카프로 처리하는 등 변주는 하되 기본을 지켰다. ‘폴앤앨리스’ ‘자뎅드슈에뜨’ 등 여성복 쇼에선 치렁치렁한 드레스 대신 원피스·쇼트팬츠가 등장했다. 지난 몇 년간 건축적이고 과장된 요소에 몰입했던 이상봉 디자이너도 이번 시즌엔 좀 더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옷들을 선보일 정도였다.



‘쫙 뺀 한 벌’의 틀도 벗어났다. 오히려 여러 단품을 믹스앤매치한 옷들이 자주 런웨이에 올랐다. ‘제네럴 아이디어’는 같은 반바지에 재킷·점퍼·셔츠를 다양하게 스타일링했고, ‘스티브제이 앤 요니피’는 아예 레깅스·후드점퍼가 메인 아이템이었다. 디자이너 정혁서씨는 “컬렉션이라고 해서 브랜드 정체성과 맞지 않는 ‘한 벌’을 굳이 선보일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쇼 주제 자체가 구체적이고 친숙해진 것도 특징. 밥상(르코르사주)·워커홀릭(디그낙)·아버지 옷장에서 뒤진 옷(비욘드클로젯) 등으로 풀어내면서 관람객의 이해도를 높였다. 여기에 귀에 익은 가요(엠비오)나 팝송·동요(임선옥)를 배경음악으로 택한 컬렉션도 눈길을 끌었다.



신진 디자이너들로 세대교체









스티브제이 앤 요니피, 제너럴 아이디어, 폴앤앨리스(왼쪽부터)



디자이너들의 세대교체가 두드러졌다. ‘선생님급’ SFAA 소속 디자이너들이 불참하면서 신진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컬렉션 데뷔 2~3년차 디자이너들이 쇼의 3분의1을 차지했다. 이는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주최 측의 선발 기준이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 쇼 참가 경력, 매장 수보다 비즈니스 가능성을 중시했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홍혜진·신재희·이도이 디자이너 등은 모두 경력은 짧지만 해외 패션스쿨에서 공부한 유학파다. 일부는 이미 해외에서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해외 바이어들은 일단 이들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런던에서 온 카푸어 마노는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에겐 섬세한 듯하면서도 펑키한 느낌의 옷이 많다”면서 “놀라울 정도로 유럽 감성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홍콩 바이어인 마이클 모크도 “세계 4대 컬렉션은 훌륭하지만 솔직히 지겹다. 새롭고 재미있는 컬렉션이 필요한 때이고, 한국의 디자이너들에게 기회가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반면 신진들의 활약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광효 디자이너는 “그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인정하지만 끈기나 적응력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패션위크 같은 정부 지원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는 얘기다.



명품과 패스트패션 사이에서 활로 찾기



서울패션위크가 ‘장사’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뭘까. 국내 패션시장에서 해외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입명품과 SPA브랜드 사이에서 국내 디자이너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 강옥현 패션팀장은 “자체 조사에선 이미 수입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40%가 넘었다”면서 “국내 패션계가 해외시장을 뚫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왔다”고 밝혔다. 바이어와 언론만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쇼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디자이너들도 이전과 달라졌다. 임선옥 디자이너는 컬렉션에서 VIP 자리에 주문서를 배치했다. 직접 바이어가 돼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달라는 내용이었다. 배승연 디자이너는 행사 중 페어 부스에 나와 직접 수주 상담을 하기도 했다. 바이어를 직접 상대하면 해외시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성균관대 의상학과 서승희 교수는 “컬렉션이 상업성만 강조하다 자칫 전체적인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서울패션위크가 말레이시아나 홍콩과 달리 세계 5대 컬렉션이 되려면 쇼의 수준을 어떻게 높일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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