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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영성의 문화사, 신화에 대한 재발견 … ‘현대사회 갈등은 종교 탓’편견을 깨다









신을 위한 변론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준형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569쪽, 2만2000원




대세는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와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쪽이 아닐까? 최근 몇 년 새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읽힌 전투적 기독교 비판서 두 권 이후 승기를 쥔 것은 그쪽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게임이 끝난 게 아니라는 걸 비교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66)이 보여준다. 카렌, 영국 출신의 그는 “이 시대 위대한 비교종교학자”(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이며, “『신을 위한 변론』은 우리 시대 최고의 종교서적”(존 브라이슨 체인 미국성공회 대주교)이라는데, 책을 읽으니 실감 난다.



 제목은 기독교 창조론 쪽에서 나온 무신론 비판 같지만, 그건 오해다. 책은 불교·이슬람은 물론 유교·도교 등 인류의 거의 모든 종교적 전통을 감싸 안는다. 때문에 도킨스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다. 적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킨스는 포이에르바하나 마르크스 같은 진짜 거물에 비해 “지적인 깊이가 없는 얄팍한 수준”(467쪽)에 머물러 있다며 저자는 짐짓 거리를 둔다. 괜한 오만일까?



 9·11을 포함한 현대사회 갈등은 종교 탓이라는 게 반(反)종교론자들의 지적이지만, 그건 신과 관련된 현대의 천박한 이해를 반영할 뿐이다. 그런 지적이 이 책을 관통하는 통찰력의 핵심이다. 현대인에게 신이란 교리문답서 문턱에서 딱 멈춰 있다는 지적이다. “하느님은 스스로 존재하는 지고의 존재…”라는 공식적 교리 몇 개로 축소된 신을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깔끔하게 다듬어진 ‘논리적 신’이란 현대의 고정관념일 수 있다. 근대 이전에는 달랐다. 신성(神聖)·영혼이란 말을 아껴야 하는 영역이었다.



 선불교만 불립문자(不立文字)를 표방한 게 아니라 모든 종교가 그랬다. 입을 닫고 뭘 했을까? 수행을 했다. 현대인에게 종교란 번쇄한 ‘말의 종교’라면, 옛 사람들에게는 실천의 영역이다. 그게 영성과 접하는 지름길이었다. 종교를 넘어 철학도 거의 예외 없다. 소크라테스·플라톤도 침묵수행 혹은 명상과 비슷한 관상(觀想)을 했고, 『논어』에 나오듯 공자의 제자 안회도 수행을 했다. 그들에게 절대선이란 영적 수련 속에서 감지되는 신비로운 어떤 것이었다. 그럼 그들이 남긴 많은 책은 뭘까? 영성 수련을 위한 보조 자료에 불과했다.



 그래서 인류는 신보다 브라흐만·도(道)·깨우침·열반이란 말을 더 자주 썼다. 고대 이후 풍부한 영성의 문화사 그리고 신화에 대한 재발견을 도와주는 글이 『신을 위한 변론』인데, 실은 비교종교서의 차원, 그 이상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충동질한다. 기회에 그의 다른 책 『마음의 진보』 『스스로 깨어난 붓다』 등도 읽어보고 싶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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