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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하나의 악이 다른 악을 정당화하진 않아”





스파이 소설로 위장한 묵직한 정치소설





영원한 친구

존 르 카레 지음

박현주 옮김

열린책들, 520쪽

1만2800원




스파이 소설이다. 하지만 르 카레(사진)의 작품이 대부분 그렇듯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 같은 오락물과는 딴판이다. 수퍼맨 타입의 주인공이 거대한 악의 무리에 맞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환상’은 접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도 거장 르 카레의 솜씨는 여전하니 안심할 일이다.











 주인공은 영국인 테드 먼디와 독일인 사샤. 테드는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막강한 무력도, 빼어난 지능도 없다. 오히려 뿌리가 뽑힌, 변두리 인물이다. 영국 식민지령 파키스탄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하녀였다. 영국으로 돌아와서는 무정부주의자의 세례를 받고 옥스퍼드 대학을 중퇴하고 1960년대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베를린으로 유학을 간다. 거기서 반정부 활동을 벌이던 사샤를 만나고 결국 시위 중 사샤를 보호하려다 경찰에 잡혀 흠씬 두들겨 맞고는 추방 당한다. 지역신문기자, 작가 지망생을 거쳐 영국문화원에서 말단 공무원을 하던 먼디는 동독에서 10여년만에 사샤와 재회한다. 동독으로 도주해 비밀경찰이 되었으나 체제에 대한 환멸로 서방에 정보를 넘기려던 사샤는 먼디를 끌어들인다. 결국 먼디는 친구를 위해 이중간첩 생활을 시작한다. 평생 동안 엇갈리면서도 끈끈한 우정을 유지하던 두 사람은 종내는 서방의 패권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손 잡는데….



 60년 대 유럽의 이념적 진통을 배경으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의 행로를 찬찬히 쫓아간 작품은, 실은 묵직한 정치소설이다.



 “우리는 악을 찾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이 악과 싸워야 해. 하나의 악이 다른 악을 정당화하진 않아. 혹은 다른 악을 부정하지도 않지.” “정말로 미국 자본주의가 세상을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어?”



 이런 구절을 통해 작가는 독자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고민하게 만든다. 읽기 위해선 약간의 인내가 필요하다. 여느 스파이 소설과는 달리 주인공이 어떻게 왜 스파이가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3분의 1을 차지하고, 통쾌한 액션 장면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끝장을 덮고 나서는 먹먹한 여운이 남기 때문이다.



김성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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