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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차 그리고 사람] “ 박통께서 차 안이 춥다는데 … 한번 고쳐보시오 ”











제3공화국 시절. 나라 행사가 그리 많지 않아서였는지, 아니면 대통령이 체육을 너무 사랑해서인지 박정희 대통령은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 꼭 참석했다. 어느 해 가을이었는지는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해에도 예년처럼 서울 동대문운동장(지금은 헐리고 동대문 디자인센터가 들어서 있지만 후에 서울운동장으로 개명)에서 체육대회가 열렸다.



라디오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동대문운동장에 도착해 곧 입장할 거라는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다. 나는 당시 미8군 교역처(美八軍 交易處) 자동차 정비공장(US 8thArmy and Air Force Exchange Garage)에서 총지배인 일을 맡고 있었다. 그 사무실 창밖으로 경찰 오토바이를 앞세우고 빨간 비상등을 뻔쩍이며 들어오는 검은색 캐딜락 리무진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동대문운동장에 있어야 할 대통령의 방탄차가 틀림없었다. 왜 여기로 오나 의아해 나가 보니 정말 길고 큰 검정 리무진이 먼지를 날리며 내 앞에 멈춰 섰다. 대통령의 공식 행사 때만 운전한다는 운전기사 ‘김 경감(警監)’이 차에서 내리면서 인사할 겨를도 없이 ‘차의 히터를 빨리 손봐 달라’며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서 있는 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바람이 찬 가을 날씨라 동대문운동장으로 가는 길에 히터를 틀어 놓았는데 각하께서는 ‘춥다’시며 온도를 더 올리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좌석에선 땀이 날 지경으로 더운데도 각하는 춥다고 하시니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 같았다고 한다. 대통령을 동대문운동장에 모셔다 드리자마자 공장으로 달려 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대통령의 캐딜락 리무진은 방탄 장치를 한 특수차인데 수입한 지 2개월도 안 된 새 차였다.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에는 전기 모터로 작동하는 유리 칸막이가 있었고 유리가 올라가 있으면 뒷좌석이 완전히 밀폐돼 있어 앞좌석과의 대화도 인터폰으로만 가능하도록 돼 있었다. 아마도 칸막이가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 대통령이 인터폰으로 춥다고 했고, 김경감은 그래서 히터의 온도를 올렸는데도 온기가 뒷좌석으로까지 전달되지 않은 듯했다.



캐딜락 사양서를 보여 달라고 했더니 그런 것은 본 적이 없다고 김 경감이 잘라 말했다. 특수 차량에 사양서가 없다니 말이 되냐고 물었다. 그는 혹시 경호실에서 보관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후에 찾아서 보여주겠다며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지 뒷자리가 춥지 않도록 임시조치라도 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경감의 양해를 얻어 대통령이 앉았던 뒷자리에 올라앉아 이것저것 만져보고 있는데 우측 팔거리 밑에 작은 스위치가 있어 이를 올렸더니 바로 훈훈한 바람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리무진 실내 공간이 넓어 실내 온도를 앞과 뒤에서 각기 제어하도록 돼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께서 직접 스위치를 올리면 된다고 말씀드리라”는 게 내 답이었다.



교역처 자동차수리공장(PX Garage)이란 주한 미군 가족, 미 대사관 직원, 준외교관, 유엔군 관계자의 개인 소유 자동차를 수리 및 정비하는 공장으로 나의 부친 회사에서 8군과 경영 계약을 해 운영하던 자동차 수리 센터였다. 내가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8년 만에 귀국하자 아버지께서는 아들이 영어를 잘할 거라는 판단 아래 ‘용산 피엑스 그라지’일을 내게 맡겼다.



사실 그 시절 고급 승용차를 수리할 시설과 기술을 가진 공장이 서울엔 한 곳도 없었다. 홍익대 앞의 청기와 주유소가 1969년 처음으로 생긴 현대적인 주유소였으니…. 스파크 플러그, 군용이 아닌 일반 엔진오일,부동액 같은 것도 찾아보기 힘든 시대였다.



추운 겨울 밤이면 부동액이 없어 엔진의 물을 빼놓고 자던 시절이었다. 대통령의 캐딜락도 예외가 아니어서 미8군의 양해를 얻어 피엑스 공장에서 대통령의 차만큼은 편의를 봐주던 때였다. 그래서 히터 문제를 봐줄 수 있었다.



한동안 잠잠했는데 경찰 오토바이의 경호도 없이 대통령 차가 또 나를 황급히 찾아왔다. 대통령께서 새마을운동에 참여하고 돌아오는 길에 대통령 차에 손을 흔들며 열렬히 환송하는 새마을 운동원에게 답례를 하려고 김 경감에게 차창을 내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아무리 스위치를 눌러도 차창이 내려가지 않아 손을 흔들지 못하고 그냥 돌아와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운전석에서 뒷문 유리 조작이 왜 안 됐는지, 무엇이 고장났는지 수리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찾아본다는 사양서는 갖고 왔느냐고 물었더니 경호실에서 극비 문서라면서 갖고 다닐 수 없다고 해서 못 가져왔다고 했다. 뒷문 우측 안쪽 패널을 뜯어 뒷좌석 스위치에 전기가 연결돼 있는지를 확인했는데 그 스위치엔 아예 전기선이 연결돼 있지 않았다. 앞에서 선을 뒤로 연결하니 차창이 작동됐다. 공장에서 실수로 선을 연결하지 못했다고 생각해 선을 연결하려고 하는데 마침 자동차를 잘 아는 미국인 친구가 눈에 띄어 자문했다.



이러저러해서 선을 다시 연결하려고 하는데 이런 특수차를 제작하는 데서도 이런 실수를 할 때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 친구가 잠깐 기다리라며 어느 잡지에서 읽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왕이나 총리, 대통령의 차 뒷좌석 창문은 뒤에 앉은 사람만 유리를 내릴 수 있게 제작된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유는 혹시 운전기사가 저격범과 짜고 어느 시점에서 방탄 창문을 내리면 테러범이 주요 인사를 시해할 수 있기 때문에 뒷좌석에 탄 사람만이 유리를 내릴 수 있게 선을 연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을 그대로 김 경감에게 전해 주었더니 “어떤 놈이 테러범하고 짜겠는가”라며 전혀 반가운 내색을 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 후 유리창 내릴 일이 있으면 대통령이 직접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지금도 왜 사양서를 비밀문서처럼 보관만 해놓고 김 경감에게 보여주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이번 G20 정상이 타고 다닐 VIP 차 뒤창도 뒷좌석에서 내려야 하는지, 그리고 히터 스위치의 위치를 정상에게 잘 설명해 줄지 마음이 쓰인다.



에스콰이어·바자·모터트렌드 발행인 김영철




j 칵테일 >> 박정희 대통령 전용차 - 캐딜락, 전두환·노태우 - 링컨 콘티넨털, DJ·노무현 - 벤츠·BMW















‘캐딜락 플리트우드 75 세단’(사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고속도로를 둘러볼 때 자주 탔던 차의 이름이다. 미국 GM이 1968년에 만들었다.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 근대 등록문화재(398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육군사관학교 육군박물관에 전시됐던 차의 보존상태는 볼품이 없었다고 한다. 우연히 이를 목격한 수입차 판매·정비 업체 M&M의 최철원(41) 사장이 자비 1억여원을 들여 외관·엔진을 손봤고, 지난 3월 복원식이 열렸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도 캐딜락 뒷좌석을 즐겼다. 그는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이 선물한 ‘캐딜락 플리트우드 60’을 의전차로 썼다. 세계적으로 830대만 생산된, 국내 최초의 방탄차였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포드의 링컨 콘티넨털을 선택했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전차는 벤츠와 BMW였다.



 묵직한 위엄의 캐딜락은 미국에서도 ‘대통령의 차(Presidential State Car)’로 통한다. 28대 대통령(1913~21) 우드로 윌슨이 처음 캐딜락을 타고 제1차 세계대전 승전 퍼레이드를 벌인 뒤 로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이 캐딜락에 올랐다. 캐딜락이 아닌 차로는 포드의 링컨이 주로 쓰였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암살당할 때 링컨 콘티넨털 컨버터블에 있었다.



 캐딜락 의전차는 전용 비행기 ‘에어포스 원’에 빗대 ‘캐딜락 원’으로 부르기도 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취임식 때 특별 제작된 캐딜락 리무진을 탔다. 방탄 유리, 미사일 공격에 견딜 수 있는 장갑 외장재, 화학무기에 대비한 산소 공급 장치와 첨단 통신장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팀이 ‘야수(The Beast)’라는 별명을 붙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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