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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서울 G20 정상회의가 풀어야 할 숙제









1933년 6월 새로 당선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은 코델 헐 국무장관을 런던으로 급파했다. 세계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는 각국의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와 보호무역주의를 끝내기 위해 열린 국제회의 때문이었다. 회의는 실패로 돌아갔다. 헐 장관은 미국의 살인적인 관세를 낮추고 국제 통화가치 안정에 합의하려 했지만 루스벨트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다. 이른바 ‘뉴딜’ 정책을 밀어붙여 미국 경제를 재기시키는 걸 우선시한 것이다. 7월 초 런던 회의가 합의점에 다다르자 루스벨트 대통령은 ‘폭탄선언’이라 알려진 유명한 연설을 통해 통화가치 안정을 위한 국제적 합의를 거부해버렸다. 이로써 국제 금융 질서가 경쟁구도로 치닫는 것을 막으려는 마지막 노력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주요 20개국(G20) 지도자들이 다음 달 한국에서 모일 때 이 같은 역사가 되풀이될 것 같진 않다.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논의할 현안 역시 지난 6년간 잘 굴러온 국제금융 시스템을 어떻게 개혁하고 강화할까 하는 것이다. 대공황 때처럼 주요 국가들이 금본위제를 폐지한 뒤 무(無)에서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는 것과는 다르다. 런던 회의는 당시 미국의 실업률이 25%나 되고 세계 교역이 50%나 감소한 상황에서 열렸지만 오늘날 미국 실업률은 10% 이하다. 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나라들 중 일부는 서서히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다. 즉 형편이 나쁘긴 해도 최악은 아니란 얘기다.



 그러나 다음 달 똑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 해도 위험은 남아있다. 루스벨트와 마찬가지로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위기 중 당선됐고 미국 경제를 되살리는 데 정치적 역량을 쏟아야 할 입장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층은 루스벨트의 집권 초기 야심 찬 행보를 흠모하며 모방코자 했다. 건강보험 개혁을 밀어붙인 것이나 ‘탄소 배출권 거래(cap-and-trade)’ 시스템을 도입하려 한 게 그 예다. 오바마 대통령은 루스벨트처럼 원래 자유무역주의자이지만 집권 초기 국내 현안을 우선시하느라 무역정책을 뒷전으로 제쳐둔 상태다. 런던 회의 때 관세를 감축하려는 헐 장관의 노력을 뒷받침하지 않기로 한 루스벨트의 결정은 미국의 대외 신뢰도를 깎아내렸다. 다행히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말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협상팀을 지원하고 나섰다. 그러나 실제로 한·미 FTA를 통과시키려면 오바마는 민주당의 영역에서 벗어나 공화당 의원들과 협력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이는 엄청난 정치적 영향력을 요구한다. 백악관이 여전히 ‘무역’보다 ‘수출’을 더 언급하는 걸 보면 한·미 FTA라는 목표 달성에 얼마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 오바마 행정부가 G20 체제를 통해 국제 통화정책에 대한 새 기준을 세우겠다고 공언하긴 했어도 G20 내에 심각한 분열과 미국의 진의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이다. 중국은 위안화 절상 압력에 저항하고 있고, 독일을 필두로 한 수출 강국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국내총생산(GDP)의 몇% 이하로 낮춘다는 방안에 회의적이다. 워싱턴의 최우선 목표가 세계 경제를 시장에 근거한 균형 상태로 이끄는 게 아니라 단지 미국 수출을 늘리는 데 있다는 의심이 미국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런 생각은 완전히 공정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다. 1933년 루스벨트는 국제 금융위기 국면에선 해야 할 일에도 우선순위가 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같은 해법을 통해 미국 내 고용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전 세계에 공표했었다. 오늘날에도 그 같은 정서가 희미하게 남아있다.



 루스벨트 시대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은 G20의 민주적 운영이다. 한국의 역할은 특히나 유례가 없는 것이다. 한국은 G20 의장국 중 최초로 G7 이외 국가이며, 신흥 경제국이자 비(非)서구 국가다. 이명박 정부는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각기 입장이 다른 참가국들로부터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제통화기금(IMF) 이나 G20이 ‘불균형’을 뭐라고 정의할지, 환율 및 재정 정책 조정을 어떻게 이끌어낼지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 달 각국 지도자들이 국제 통화정책에 의견을 모으고 1933년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이끌고 나갈 막중한 숙제를 떠안고 있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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