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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골퍼 최고의 영예, R&A 한국 유일의 회원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

아마추어 골퍼에게 최고의 영광은 R&A 회원이 되는 것이다. R&A는 Royal & Ancient Golf Club of St.Andrews의 약자다. 흔히 영국 왕립골프협회라고 하는데 정확한 번역은 아니다. 영연방엔 여러 로열 골프클럽이 있다. R&A는 그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인정받아 ‘Ancient(아주 오래된)’라는 칭호를 받은 클럽이다. 또한 골프 룰을 관장하고 오픈 챔피언십(브리티시오픈)을 개최하며 골프 성지인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를 홈코스로 쓰는 아주 특별한 클럽이다. 골프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Iternational Olympic Committee)라고 보면 된다. 한국에는 R&A 회원이 단 한 명 있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이다. 허 회장은 1967년 한국 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프로 전향을 하지 않고 아마추어로 남았다. 대한골프협회 부회장, 아시아태평양골프연맹(APGC) 회장을 맡고 있다. 허광수 회장을 최근 종로구 재동 삼양인터내셔널 사옥에서 만났다.



“세계 최고 명문클럽 R&A, 한국 골프장처럼 ‘핸디’로 사람 가르지 않죠”

글=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 R&A가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이나 세계 랭킹 1위 코스로 꼽히는 파인 밸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1754년 만들어져 256년 역사를 가진 R&A는 전통에서 미국 클럽과 비교가 안 된다. 또 골프를 만들고 지켜 온 대표 클럽으로의 자부심이 있다. 다른 나라 회원과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굳건한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 미국의 명클럽들은 아직 폐쇄적이다. 전통이 적으니까 무조건 지키려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 한국에도 골프를 좋아하는 정·재계 실력자 여러 명이 R&A 회원이 되려다 좌절했다. 어떤 사람이 회원이 될 수 있나.



 “각국 골프 발전에 기여가 큰 사람, 인류의 발전에 도움을 준 유명한 사람 중 진지한 골퍼,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오래 산 골퍼 등이다. 앤드루 왕자도 회원이다. 아무래도 영연방에 속한 나라 사람이 많다. 일본은 회원이 5명이다. 한국은 현재 한 명이지만 두세 명이 가입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위상이 올라간 만큼 한국 회원도 3~4명은 돼야 한다. 가입하려면 복수의 기존 회원으로부터 1차 추천, 2차 추천을 받아야 하며 클럽의 캡틴과 안면을 트고 나서 몇 년 정도 시간이 지나야 한다.”



 (R&A는 종신 회원제이며 회원이 자발적으로 탈퇴하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누군가 세상을 떠나야 들어갈 수 있는 클럽이다. 회원 수는 2400명인데 고령 등으로 실질 회원은 1000명 선이라고 한다.)



● 골프는 명예의 스포츠라고 R&A는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가입 조건은 무엇인가.



 “회원이 되려면 기존 회원과 함께 라운드를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정이다. 디벗(divots, 땅에 파인 자국)을 메우지 않거나 벙커 정리를 하지 않거나 그린의 피치마크(볼이 떨어져 생긴 자국)를 복구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회원이 될 수 없다. 디벗을 메운다고 해서 떨어졌던 잔디가 다시 살아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뒷사람들의 공이 디벗에 빠지는 일은 없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골퍼로서의 자격이 없고 절대 R&A의 회원이 될 수 없다. R&A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골프의 정신과 매너를 지키는 것이다. R&A에선 한국 클럽에서처럼 골프 잘 치는 것 위주로 사람을 가르지 않는다.”



● 회비는 얼마나 되고 특권은 무엇인가.



 “가입비는 없고 연회비는 300파운드(약 26만원)다. 특권은 없다. 골프의 정신을 전파하고 오픈 챔피언십 등에서 자원봉사를 많이 해야 하는 것 정도다. 그러나 올드 코스에서 가끔씩 무료 라운드가 가능하다. 철저히 회원제를 지키는 전 세계의 명코스들도 R&A 회원에게는 플레이를 허락한다.”



● R&A의 홈코스이자 골프의 성지인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 대해선 찬사와 실망이 엇갈린다.



 “골프가 나고 자란 올드 코스는 예쁘게 단장된(manicured) 가든(garden) 코스가 아니다. 날씨도 궂다. 올드 코스에선 하루에 네 가지 옷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여름옷, 겨울옷, 봄옷과 비옷이다(날씨 변화가 하도 심해 ‘4계’의 작곡자 이름을 따 비발디 골프 코스라는 말도 있다). 자연 그 자체를 즐기면서 골프의 본질을 아는 진지한 사람에게 매우 매력적인 코스다. 예쁘게 만들어진 코스에 익숙한 사람은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 1608년 만들어져 기록상 최고(最古) 클럽인 로열 블랙히스(Royal Blackheath) 클럽의 회원이 된 것으로 들었다.



 “로열 블랙히스는 회원수가 정확히 100명이며 영국을 제외한 나라엔 한 명씩만 배정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회원이 되라고 해서 골프 대사가 되는 셈 치고 가입했다. 아주 오래된 코스라 훈장이 달린 빨간 재킷을 입는 등 의식이 거창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듣는 스페인 발데라마 골프 클럽의 회원이기도 하다.” (로열 블랙히스는 하키 클럽이 처음 생긴 하키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허 회장은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 전 세계 유명 프라이빗 골프장을 많이 다녀 봤을 텐데 공통적 특성은 어떤가.



 “일본의 히로노, 미국의 오거스타 내셔널, 사이프러스, 올림픽, 시카고 등을 돌아봤다. 코스의 수준과 관리도 중요하지만 입회 절차가 까다롭고 매우 폐쇄적인 것이 명문 골프장의 전통이다.”



 (초창기 골프가 생길 시절 비밀 결사기구 프리메이슨이 골프 클럽에 깊숙이 침투했다. 그 전통이 명문 클럽에 남아 있다. 오거스타는 코스 내부의 일을 발설하는 회원을 퇴출시킨다. 그러나 R&A는 골프 룰을 관장하는 공식적인 기구로 성장하면서 폐쇄성을 없앴다.)



● 2차 대전 후 미국이 주도하는 골프계에서 영국 골프장은 저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국 골프 코스의 특성은 어떤가.



 “골프장은 국민성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미국 골프장은 스케일이 좀 큰 편이고 관리가 잘된다. 영국 골프장은 자연 그대로다. 유럽은 그 중간쯤이다. 제일 어려운 것이 영국 골프장이다. 자연이 만든 골프장이기 때문에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많이 나온다. 페어웨이에서도 런이 무척 많고 볼이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튀기 때문에 잘 친 샷이 벙커나 러프에 들어가는 일이 잦다. 영국에서 열리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려면 잘 친 샷이 잘못되는 불운한 상황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강인해야 한다. 일본은 아주 깨끗하다. 꼼꼼한 사람이 유리하다.”



● 한국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실력자다. R&A 클럽 챔피언십에 나가면 어느 정도 성적을 낼 수 있겠는가.



 “코스에서 여러 차례 연습을 하면 혹시 모르지만, 클럽엔 잘 치는 사람이 많아 우승은 쉽지 않을 것이다. 올드 코스에서 네 번 라운드를 했고 제일 잘 친 것은 76타다. 마스터스가 열린 오거스타에서는 79타를 친 것 같다.”



● 프로대회인 신한동해오픈에 아마추어로 나가 톱10에 들기도 했는데 프로선수가 되려는 고민은 하지 않았나.



 “아버지(허정구 전 삼양통상 명예회장)는 골프의 정신인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분이었지만 골프 실력이 좋았던 나를 프로로 만들고 싶은 생각을 하신 것 같았다. 미국의 대학으로 유학 가서 골프 팀에 들어가는 것을 고민하기도 했다. 1960년대엔 공화당의 실력자이자 골프 애호가들이 응원과 후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미래가 그들의 기대보다 중요했다. 나는 골프를 너무 늦게 시작했다. 프로가 되려면 최고가 되어야 하지만 당시 외국 선수들의 실력이 우리보다 한 수 위였다. 최고가 된다고 해도 대우는 별로였다. 지금 김경태보다 당시 한장상 선수가 더 유명했는데 옷 한 벌 사기도 쉽지 않았다. 다른 나라 선수들도 그랬다.”



 (어느 나라든 골프 초창기엔 주로 캐디 출신이 프로 선수가 됐다. 만약 명문가 출신의 젊은 아마추어선수권 챔피언인 허광수가 프로로 전향해 좋은 활약을 했다면 적잖은 화제가 됐을 법하다. 하버드를 나온 보비 존스는 그랜드슬램을 했으면서도 프로로 전향하지 않았다. 아마추어선수권에서 2승을 한 잭 니클라우스도 상류층이었다. 그는 고민 끝에 프로로 전향했고 골프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 요즘 골프 실력은 어떤가. 아직도 장타를 치나.



 “아직도 30대 골퍼에게 지지 않으려 한다. 친구들이 매우 부러워한다. 드라이브샷 거리는 평균 270야드 정도다. 2년 전 66타를 쳤다. 베스트스코어는 80년대 초반 남서울 골프장에서 기록한 7언더파 65타다.”



● 구력이 40년이나 넘는다. 어느 정도 지나야 제대로 된 골프를 알 수 있는가.



 “빠른 시간 내에 골프 실력이 좋아질 수는 있다. 나도 1년 만에 싱글 핸디캡 골퍼가 됐다. 그러나 10년 정도는 지나야 자신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무리하지 않는 공략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그 기간이 지나야 자신의 몸과 잘 맞는 스윙을 찾아 반복을 잘할 수 있게 된다. 아마추어 골퍼는 오래 쉬고 필드에 나가도 통할 수 있는 간단하고 효율적인 스윙 폼을 가져야 한다.”



● 아시아골프연맹 회장과 아마추어선수권 우승 골퍼로선 최고의 명예를 얻었다.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두 가지다. 대를 이어 R&A 멤버가 된 것이다. R&A 회원은 세습이 아니다. 실력으로 아버지의 뒤를 잇게 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또 하나는 한국 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한 것이다. 그 대회에서 준우승하셨던 선친은 말은 하지 않으셨지만 자신이 못한 우승을 내가 해줬으면 하고 간절히 생각하신 것 같다.”



 (선친 허정구씨는 1982년부터 작고하던 99년까지 R&A 회원이었다. 한국 최초의 R&A 회원이었던 그의 자리를 3남이 이었다. 부자의 골프 인연은 각별하다. 1967년 한국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허광수씨가 우승할 때 당시 대한골프협회장이던 아버지로부터 우승트로피를 받았다.) 











R&A 회원이 되려면



● 남자 : 여자는 절대 받지 않음.



● 골프 발전, 인류 발전에 기여한 인물 중 진지한 골퍼.



● 아마추어 골퍼 : 프로는 안 됨. 잭 니클라우스, 톰 왓슨 등 명 프로는 명예회원으로 가입.



● 골프의 정신인 명예를 지키는 사람 : 디벗, 벙커 정리 등 코스에서 매너가 안 좋은 사람은 불가.



● 사회적 스캔들을 일으킨 인물도 안 됨 : 로열 스코틀랜드 뱅크 CEO였던 프레드 굿윈 경은 회원이 되려고 5년간 대기했으나 불황으로 은행 경영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100만 달러의 퇴직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대기 리스트에서 삭제.





j 칵테일 >> 영국 여왕도 회원 될 수 없는 ‘금녀의 골프장’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여성들도 라운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R&A 회원이 될 수는 없다. 1754년 만들어진 이래 한 번도 여성 회원을 받은 적이 없다. 2003년에 앤드루 왕자가 R&A 캡틴이었는데 그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여왕은 회원이 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인근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의 총장이 되면 당연히 회원이 되는 것이었는데 2009년 여자 총장이 들어서자 가입시키지 않았다. 의회에서 문제가 될 정도로 시끄러웠지만 R&A는 금녀의 전통을 버리지 않았다. R&A 건물 안에는 ‘여자와 개는 출입금지(No women and dogs allowed)’라는 푯말도 있다.



 R&A 사무총장인 피터 도슨은 “골프 클럽은 여러 종류가 있으며 여성들만의 클럽이 있듯 남성들만의 클럽도 있을 수 있다”면서 “여성 차별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허광수 회장은 “남녀 차별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과거 전통을 우직하게 지키는 영국 골퍼들의 생각이 담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래도 여성들의 공격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R&A는 일년에 몇 차례 여성들에게도 클럽을 개방한다. 2007년에는 여자 브리티시 오픈 장소로 코스를 빌려주고 선수들에게 R&A 클럽하우스를 쓰게 했다. 당시 ‘여자와 개는 출입금지’ 푯말은 ‘선수 전용’이라는 종이로 덮어 놓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들의 골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R&A가 오랜 금녀 정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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