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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복의 명품토크12] 명품은 걱정거리다?







누드 명품핸드백 [중앙포토]



어떤 사람이 이탈리아 여행을 갔다가 현지에서 명품 구두를 한 켤레 사 왔다. 국내에서 팔리는 가격보다 대략 30%는 쌌기 때문에 돈 벌었다는 기분으로 샀다. 어느 날 그 구두를 신고 외출했는데, 그만 큰 비를 만났다. 그런데 사단이 벌어졌다. 물이 새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그 브랜드 매장에 전화를 걸었다.



"당신들 명품이라면서 비싸게 팔면서 이런 엉터리 같은 구두를 팔아서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장 직원이 무슨 일인지 차근차근 말해보라고 해서 그는 그 날 벌어진 상황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매장 직원이 이렇게 대꾸했다.

"손님이 말씀하신 대로 저희 구두는 명품입니다. 하지만 20분 이상 비에 젖는 상황에는 대비하지 않고 만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구두를 신는 고객은 그렇게 많은 비를 오래 맞을 일이 없기 때문이지요."



비가 오더라도 구두가 흠뻑 젖을 정도로 신고 다니는 고객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화가 나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한참을 더 퍼붓다가 전화기를 던져 버렸다고 했다.



수입 명품구두는 외국의 카펫문화에 맞춰 제작돼 밑창이 얇다. 게다가 가죽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물에 취약하다. 그래서 비싼 구두라 해도 물이 스며들 수 있고, 물기가 있는 대리석 바닥이나 비 오는 길에서는 미끄러지기도 쉽다. 특히 송아지•양가죽은 물에 젖으면 쉽게 색이 변한다. 고가의 브랜드 구두나 명품 가방이라도 그럴 수 있다. 그런 제품일수록 어린 송아지 가죽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죽제품을 평가하는데 '물방울 견뢰도'라는 용어가 있다. 물기에 얼마나 잘 견디느냐를 보는 것이다. 물방울 견뢰도는 가죽 염색 제품에 빗물이나 일정한 양의 물을 떨어뜨렸을 때 색이 얼마나 변하는지 나타내 주는 수치다. 이것이 낮으면 물기를 만났을 때 변색이 잘 된다는 뜻이다.



어떤 여자는 추운 겨울에 에나멜 가죽으로 된 가방을 들고 몇 번 외출했다가 접히는 부분이 갈라졌다고 불평했다. 아마 그 여자도 매장에 전화했다면 비슷한 핀잔을 들었을지 모른다.

"저희 제품은 명품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혹한에 노출되는 상황에는 대비하지 않고 만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가방을 든 고객은 그런 추위에 노출될 일이 없기 때문이죠."



로고가 없는 명품으로 불리는 발렉스트라는 "천연 가죽은 쉽게 늘어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넣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물건을 담는 도구가 가방인데, 무거운 짐을 넣지 말라는 것이다. 가죽에 부담을 줄 정도로 무겁게 들고 다니는 사람은 우리 가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명품 가죽제품 잘 보관하는 법' 럭셔리 잡지나 여성지를 들춰 보면 자주 등장하는 기사 가운데 하나다. 고가의 가방이나 구두를 오래 보관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것이다. 구두가 샴페인을 마시고 가죽가방이 바나나를 먹는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가죽 제품 관리요령에 들어 있는 말이다. 큰 맘 먹고 산 명품을 부주의로 망가뜨려 허탈해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게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해 보자.

'스웨이드(쎄무) 가방이 젖었을 때는 마른 수건이나 종이 타월을 사용해 빨리 물기를 제거해야 한다. 이때 꾹꾹 누르듯이 닦아 주어야 가죽 손상을 막을 수 있다. 그런 다음 신문지 뭉치로 가방 안을 채운 다음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말린다. 스웨이드에 이물질이 묻었을 때는 깨끗한 솔로 털이 난 방향대로 살살 털어줄 것. 소가죽이나 파이톤과 같은 천연 가죽은 반드시 직사광선을 피하고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보관해야 좋은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천연 가죽은 물에 젖게 되면 기름기가 빠져 뻣뻣해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샴페인을 이용한 이색적인 구두손질법도 있다. 프랑스의 벨루티는 우리 구두에 뭍은 오염을 제거할 땐 돔 페리뇽(유명한 고급 샴페인)이 좋다고 말한다. 제품이 명품이기 때문에 그냥 샴페인도 아니고 돔 페리뇽을 쓰라는 것이다. 먼저 가죽전용 에센스와 오일, 크림을 바른다. 그런 다음 샴페인에 적신 수건으로 구두 표면을 닦아 준다. 그러면 샴페인의 산 성분이 가죽표면에 남아있는 구두약이나 클렌징 크림의 오일 성분을 제거해 은은한 광택을 더해준다고 한다.



가죽가방은 클리너 사용은 금물이고 대신 바나나로 문질러 주라고 한다. 뭐가 묻었다고 물수건으로 닦다간 다른 얼룩마저 생겨나기 쉽다. 양가죽 제품은 코팅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소재는 이물질을 조직 속으로 흡수해버리기 때문에 한번 오염되면 완벽한 복구는 어렵다고 한다. 수선장인들은 바나나를 이용하라고 권한다. 타닌은 가죽과 바나나의 공통성분인데, 바나나 껍질로 가죽을 문질러 주면 타닌 성분들이 마찰을 일으켜 얼룩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가죽은 동물 피부처럼 숨을 쉰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은 외부 공기와 접촉시켜줘야 한다. 따라서 장기 보관할 때 비닐 커버는 금물이다. 습기가 차 가죽에 곰팡이가 슬고 금속류는 녹이 슬기 때문이다.



명품이라 해도 원자재의 특성은 뛰어넘을 수 없다. 아니, 그 반대다. 원재료의 특성을 십분 살리려는 경우가 많다. 송아지, 그 중에서도 어린 것의 가죽을 왜 쓰겠는가. 부드러운 촉감과 기분 좋은 색감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비와 습기는 더 걱정해야 한다. 과도한 힘이 가해졌을 때 변형될 염려도 해야 한다. 어렵사리 마련한 명품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비싼 돈 들여 사고, 그게 혹시 망가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게 명품이던가. 애써 구입한 가방에 커피를 쏟고 자다 깨 다시 수건으로 닦아본 이들은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심상복 기자(포브스코리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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