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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49> 노벨 문학상





한림원, 발표 5일 전 후보 5명에 “여행 땐 행선지 알려달라” 전화 주죠



신준봉 기자




혹시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올해도 낭보는 들려오지 않았다. 노벨문학상 얘기다. AP통신이 지난해 헤르타 뮐러의 수상을 알아맞혔다는 스웨덴 언론인의 말을 인용해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 게 컸다. 수백 명의 신문·방송기자가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고은 시인의 자택으로 몰려가 진을 쳤다. 정작 시인 자신은 아침 일찍 집을 비워 숨바꼭질하는 사태가 올해도 벌어졌다. 노벨문학상은 어떻게 뽑나. 또 어떤 사람들이 받았나. 고은 시인의 수상은 아직도 가능한 걸까.



1월 200명, 4월 15명, 5월 5명 추리고 10월 수상자 발표









1996년 노벨 문학상은 폴란드의 여성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에게 돌아갔다. 심보르스카가 같은 해 12월 10일 스웨덴의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칼 구스타브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상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노벨상 수상자는 영어로는 ‘Nobel Laureate’라고 표기한다. 그리스 시대, 시회(詩會)나 육상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에게 월계관(laurel)을 수여하던 전통에 따라 그렇게 부른다. 1968년 시작된 경제학상을 제외한 나머지 노벨상 분야와 마찬가지로 1901년 처음 시행됐다. 노벨상을 만든 스웨덴의 다이너마이트 발명자 알프레드 노벨(1833∼96)은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한다. 말년에 소설을 쓰기도 했다. 그는 유언장에서 네 번째로 문학상을 언급하며 제정할 것을 지시했다.



수상자 선정은 스웨덴 한림원(Swedish Academy)이 한다. 시인·소설가뿐 아니라 언어학자·역사학자·문학연구가 등이 회원이다. 종신제로 운영되고 현재 회원은 18명이다. 이 중 한림원 홈페이지(www.svenskaakademien.se)에서 활동이 뜸하다고 밝힌 두 명을 뺀 16명이 실제 선정작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은 5명이 포함됐다.



상 시행 첫해인 1901년 후보자는 25명이었다. 당시에는 한림원 회원은 후보를 추천할 수 없었다. 공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외부 추천에만 의존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1914~18)의 여파로 외부 추천이 시들해지자 1916년부터 한림원 스스로 후보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한림원은 물론 종합대학이나 단과대학의 문학·언어학 전공 교수, 기존 수상자, 각국 문인단체 대표 등 이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다만 본인 추천은 할 수 없다.



매년 1월 말까지 한림원에는 350건 정도의 추천장이 접수된다. 중복 추천된 사람을 빼면 매년 200명가량이 후보로 추천된다. 한림원은 추천을 독려하기 위해 매년 전 세계 문인, 관련 단체들에 후보 추천을 요청하는 편지 600∼700통을 보낸다.



추천이 끝나면 한림원 회원 중 3∼5명으로 구성된 노벨위원회(Nobel Committee)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노벨위원회는 우선 4월 말까지 후보를 15명으로 줄인다. 한 달 후인 5월 말, 이 숫자가 다시 5명으로 줄어든다. 이른바 최종 후보(finalist)다. 노벨위원회 구성원들은 5명에 대한 개별 리포트를 작성해 한림원에 제출한다. 이때부터 9월 중순 한림원이 소집될 때까지 여름철은 한림원 회원들이 후보자들의 작품 전체(œuvre)를 읽는 기간이다. 『만인보』만 30권인 고은 시인을 떠올리면 5명 후보의 작품 전체를 세 달 반 만에 모두 읽는 게 벅차 보인다. 하지만 몇 년이고 반복해서 후보가 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런 사람의 경우 추가된 성과만 검토하면 돼 큰 무리는 없다고 한다.



수상자로 선정되려면 한림원 회원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수상자 선정은 10월 초순 또는 중순께다. 올해는 “발표일 전 주에 이미 수상자를 확정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9월 마지막 주에 이미 수상자를 정한 것이다. 최종 후보자 5명에 대해서는 한림원이 발표 5일 전 전화를 걸어 “여행을 갈 경우 행선지를 알려 달라”고 요청한다고 한다. 올해 고은 시인이 이 전화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2006년에는 최종 5인에 들었었다는 얘기가 돌았었다.



최연소 수상자는 42세 키플링, 최고령은 88세 레싱









최연소 수상자 키플링(1907년 당시 42세), 최고령 수상자 레싱(2007년 당시 88세), 18번 추천 끝에 1944년 상 받은 옌센(위쪽부터).



1901년부터 올해까지 110년 동안 노벨문학상은 모두 103차례 주어졌다. 7개 해에는 상을 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1914·1918년, 1935년, 1940∼43년 등이다. 35년을 제외하면 모두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1939∼45년) 기간이다. 하지만 1904년, 1917년, 1966년, 1974년 네 해에는 두 명씩이 공동 수상해 실제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은 모두 107명이다. 세 명이 상을 받은 경우는 없다. 자칫 타협처럼 비치는 것을 막기 위해 한림원은 70년대부터 공동수상이 가능한 요건을 정해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최연소 수상자는 『정글 북』으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러디어드 키플링이다. 그는 42세 때인 1907년 상을 받았다. 최고령 수상자 역시 영국에서 나왔다. 2007년 상을 받은 소설가 도리스 레싱으로 그는 당시 88세였다. 여성 작가는 1938년 펄 벅, 91년 네이딘 고디머, 93년 토니 모리슨과 지난해 수상자인 루마니아계 독일인 헤르타 뮐러 등 모두 12명이 상을 받았다. 노벨상 6개 분야 전체의 여성 수상자는 40명이다. 문학 분야에서 여성의 활약이 다른 분야보다 두드러진 것이다.



덴마크의 옌센, 18번 추천 받은 끝에 44년에 수상



수상을 거부한 경우도 두 차례 있다. 소설 『닥터 지바고』로 유명한 러시아의 소설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58년 수상자로 선정돼 처음에는 수락했으나 곧 수상을 거부했다. 옛소련 정부의 압력 때문이었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64년 “모든 공식적인 수상을 거부한다”며 노벨상을 거절했다.



한림원 회원들이 동료 회원에게 상을 준 경우도 있다. 모두 다섯 차례, 6명이 한림원 회원 신분으로 상을 받았다. 특히 31년 수상자인 에릭 악셀 카를펠트(Erik Axel Karlfeldt)는 사후(死後) 수상했다. 한림원은 74년부터 수상자 발표 이후 사망한 경우가 아니면 죽은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노벨상 홈페이지(nobleprize.org)는 “상을 받거나, 죽거나, 아니면 후원 그룹이 추천을 포기할 때까지 반복 추천되는 사람이 많다”고 밝히고 있다. 그만큼 상 받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44년 수상자인 덴마크의 소설가 요하네스 빌헬름 옌센은 무려 18번 추천을 받은 끝에 상을 받았다. 17번 추천받았으나 상을 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뒷말 또한 많은 게 노벨문학상이다. 51년 35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노벨문학상에 대한 국제적인 설문이 실시된 적이 있다. 그 결과 1901년부터 50년까지 50년의 기간 동안 노벨상을 줘야 할 만큼 뛰어난 문인이 150명쯤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받아 마땅한 사람 중 100명이 못 받았다는 얘기다. 1910∼20년대 타고르·아나톨 프랑스·예이츠·조지 버나드 쇼·토마스 만, 30년대 루이지 피란델로와 유진 오닐, 2차대전 후 앙드레 지드·엘리엇·포크너·헤밍웨이·베케트 등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수상자다. 하지만 프루스트·카프카·릴케·로르카 등이 받지 못한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국적에 차등을 두지 말라는 노벨의 유지(遺志)가 무색하게 그간 노벨상이 유럽에 편중됐다는 지적도 자주 나왔다. 노벨상 수상자를 언어별로 분류하면 모두 25개 언어가 수상자를 배출했다. 영어 사용자가 26명, 프랑스와 독일어 사용자가 각각 13명, 스페인어 사용자가 11명이다. 이들 4개 언어 사용자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어 2명, 타고르가 사용한 벵골어가 1명, 중국어 1명 등이다.



한림원은 홈페이지에 ‘정치적 반목(antagonism)’과 거리를 둔다는 선정 기준을 밝혀두고 있다. 정치적 입장이 대립할 경우, 한쪽을 편드는 작가는 뽑지 않겠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정치 현실과 무관하게 수상자를 선정한다는 바로 그 방침이 특정 국가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논란을 부른 경우도 있다. 2000년 수상자인 가오싱젠이 대표적이다. 1989년 프랑스로 망명한 그는 97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수상 당시 그는 프랑스인이었다. 하지만 한림원은 그를 수상자로 발표하며 “중국 소설과 희곡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해 중국 측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53년 윈스턴 처칠도 역사가이자 웅변가로서 노벨상을 받았지만 2차대전 승전국의 총리이자 냉전시대의 핵심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렀다.



시인 14년간, 아시아 10년 넘게 못 받아…고은에 유리



수년 내 한국 문인 중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역시 고은 시인이 가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2년 처음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이래 노벨상 시즌이면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름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그가 받을 경우 경쟁선상에 있는 다른 작가, 가령 소설가 황석영이나 시인 김지하 등은 받기 어렵게 된다. 일본의 경우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68년 수상한 이후 26년 만에 오에 겐자부로가 상을 받았다. 라틴 아메리카의 경우도 올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수상은 90년 옥타비오 파스 이후 남미 작가로서는 20년 만의 수상이다.



일본의 사례에 견주면 고은 시인이 받을 경우 33년생인 그보다 20년 넘게 차이 나는 50년대 이후 출생 작가군 중에서 두 번째 노벨문학상이 나올 수 있다. 그럴 경우 59년생 소설가 이승우씨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가장 큰 작가로 꼽힌다. 2008년 노벨상 수상자인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가 그의 작품세계를 칭찬한 적이 있는 데다 유럽 사정에 정통한 한국문학번역원 김주연 원장 같은 이는 “한국 작가 중 앞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이승우일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가장 희망적인 부분은 그가 시인이라는 점이다. 1961년 이후 50명의 수상자 중 시인은 13명이었다. 하지만 96년 폴란드의 심보르스카 이후 무려 14년간 시인이 상을 받은 적이 없다. 그전까지는 시인이 상을 받지 못한 기간은 길어봐야 6년을 넘긴 적이 없다. 시인이 받을 때도 된 것이다. 아시아 문인으로는 가오싱젠을 중국 작가로 인정할 경우 10년간,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 이후 16년간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올해 남미 작가에게 상이 돌아갔지만 노벨문학상이 비유럽권 작가에게 연속해 돌아간 경우가 더러 있었다. 66∼68년 3년 연속해 각각 이스라엘·과테말라·일본 작가가 상을 받았다. 가깝게는 90∼92년 각각 멕시코·남아공·세인트 루시아 작가가 상을 받았다. 통계적으로 내년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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