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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유럽형 복지국가 ‘반면교사’ 삼아야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추진해온 연금개혁 법안이 지난 22일 상원을 통과했다. 오는 27일 전후로 예상되는 상·하원 합동위원회 심의를 남겨두고 있지만 최저 정년과 연금 전액 수령 시점을 각각 2년씩 늦추는 개혁안 골격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반대는 물론 노동계와 학생들의 거센 파업과 시위, 70% 이상이 연금개혁법 저지를 내건 노조를 지지한 여론조사들, 민심을 외면한다는 정치적 비판에 굴하지 않고 이 법안을 밀어붙여온 사르코지 정부의 뜻있는 승리다. 표결 직전 조사해 표결 후 발표된 르 피가로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6%가 ‘법안이 통과되면 노조들은 그 결과를 존중해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노동계가 향후 두 차례 파업을 예고했지만 이미 바뀌고 있는 여론의 풍향이 느껴진다. 그 배경에는 연금개혁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절박감이 자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한눈에 보는 연금 2009’에 따르면 프랑스의 연금 지출액은 국내총생산의 12.4%. 복지체계가 다른 미국·영국의 2배 이상, OECD 평균 7.2%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65세 이상 은퇴 인구의 수입 중 국가재정에서 지출되는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5.4%로 OECD 평균(61.1%)보다 훨씬 높다(한겨레신문 10월 21일자). 지난해 82억 유로(약 12조8000억원) 수준이었던 연금재정 적자는 올해 300억 유로(약 4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재정적자는 8%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연금 적자는 고령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계속 불어나고, 결국 국가재정으로 뒷받침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것은 불문가지였단 얘기다.

 식민지로부터의 수탈로 본국을 살찌우던 제국주의 시대가 아닌 터에 그 비용-노동 연령층의 추가 부담이든 은퇴 연령층의 편익 감소든-은 온전히 자국민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다출산으로 적은 고령 인구를 지탱하던 인구 피라미드도 과거 모습인 지 오래다. 궁여지책이라고 부유층에 대한 추가 징세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그 정치적 의도를 차치하고 그것으로 현 수준의 복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 자체부터 극히 회의적이다. 유럽의 선진 복지국가들이 연이어 연금을 비롯한 복지 축소를 들고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추는 것이 은퇴 후 예상소득의 감소를 의미하고, 정년 연장이 일정 기간 청년층의 신규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대로 둘 경우 시스템 자체가 허물어질 수도, 결국 모두가 루저(loser)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언젠가 누군가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했다.

 지난주 김황식 국무총리가 ‘법치·복지·정치가 뒤섞이면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며 과잉복지를 경계하고 나섰다. 현재 우리의 복지 수준을 과잉이라고 말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게다. 하지만 이 난에서도 누차 말했듯 그 부담의 증가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여기에, 무상급식 논쟁에서 보여주듯 새로운 복지를 정치권이 앞장서 창출해내는 포퓰리즘적 행태가 갈수록 드세지고 있는 데는 분명 문제가 있다. 수술보다 예방이 좋은 건 의료만이 아니다. 프랑스를 비롯해 이 문제로 홍역을 치르는 유럽형 복지국가들이 훌륭한 반면교사다.

박태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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