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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다른 사람, 남자·여자 … 치료법도 다르지요




[일러스트=강일구]



서울에 사는 가정주부 신모(45·여)씨는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안 돼 내과에 다녔다. 내시경을 해도 신경성 위장질환이라는 대답만 들었다. 그러다 얼마 전 종합건강검진 결과를 받고 크게 놀랐다. 협심증이 진행돼 바로 조치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소견이었다. 의사는 “ 협심증은 흔히 가슴을 쥐어짜는 듯 한 통증만 증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성은 가슴 답답함이나 소화불량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스피린, 여자에겐 심장병 예방효과 미미

여성은 남성과 다르게 치료해야 한다는 ‘성인지의학(性認知醫學)’이 요즘 의료계에서 이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인체해부와 약물 임상시험에서 여성이 완전히 배제됐다. 인체를 연구하는 의사도, 연구 대상도 남성이었다. 자연히 모든 치료 지침은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던 의학계는 1990년대 ‘아스피린 연구 사건’으로 전환점을 맞는다. 1980년 미국 하버드의대는 이틀에 한번 아스피린을 먹는 2만2071명의 중년 남성 의사를 대상으로 심장마비 예방효과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아스피린을 먹는 군에서 심장마비가 44% 줄었고, 이후 아스피린은 심장병을 예방하는 약물로 남녀 모두에게 처방됐다. 하지만 10년 후 이 결과는 완전히 뒤집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1990년대에 여성 3만9876명을 대상으로 동일한 연구를 실시한 결과, 여성에겐 심장마비 예방 효과가 거의 없었다.

 이후 여성과 남성은 완전히 다른 존재이고, 질병의 원인과 결과, 증상이 모두 다르다는 ‘성인지의학’이 대두됐다. 1997년 미 컬럼비아의대 심장내과 레가토 교수가 성인지학의 개념을 최초로 정립해 정리한 내용을 발표했고, 1998년 미국에서 성인지학회가 만들어졌다.





이런 의료계의 흐름에 따라 2001년 NIH는 제약회사가 약물을 개발할 때 여성을 반드시 임상시험 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여성과 소수자의 연구 참여 정책과 지침’을 발표했다.

 2005년에는 네이처지에 남녀의 유전적 차이는 약 1%이며,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구성 차이가 1.5%라는 로스 박사팀의 연구 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은 남성과 다른 1%의 유전 정보가 여성에게 생리적·해부학적·약동학적으로 남성과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한국에는 2004년 이화여대 성인지의학연구센터가 생기면서 처음 개념이 도입되고, 성인지의학에 기반한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같은 병이라도 증상·유병률·약물 반응 달라

여성과 남성은 호발 질환이 다르다. 주로 여성호르몬과 유전체 차이가 원인이다. 우울증·위장질환·자가면역질환·근골격질환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적게는 2배, 많게는 20배 이상 많이 나타난다. 또 같은 질환이라도 증상이 전혀 달라 오진으로 병을 키우기도 한다.

 약물 반응도 다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체지방 비율이 약 25% 높지만 체액 양은 더 적다. 친(親)지질성 약물의 체내 흡수는 빠르고 친수성 약물 흡수는 더디다. 항불안제인 ‘디아체팜’은 친지질성이므로 여성의 체지방이 축적된 많은 부분에 퍼질 수 있다. 약물 지속시간이 남성에 비해 길어 적은 양을 투여하는 게 좋다. 반대로 수용성 약물인 근육이완제는 같은 양 도 효과가 덜할 수 있다.

 여성의 에스트로겐은 특정 약물과 잘 결합하는 성질도 있다. 알부민은 에스트로겐과 잘 결합하므로 같은 양의 알부민을 투여해도 효과가 적을 수 있다. 또 여성은 간 혈류량과 간 효소 활성도가 떨어진다. 통증약인 아세트아미노펜,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 카페인의 간 해독이 남성보다 느리다. 해독이 느린 특정 약물에 대해서는 용량을 줄여 사용해야 간 독성 등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심장병 예방에 좋은 저용량 아스피린도 여성에게는 별 효과가 없다. 또 여성은 남성에 비해 피하지방이 많아 흡입을 통한 호흡기 치료제도 잘 듣지 않는다.

여성용 치료제·기구 속속 개발

여성 맞춤용 치료제·기구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웅제약의 ‘이지엔6’다. 여성은 남성보다 식도가 좁고 소화흡수도 느리다. 액상제제를 사용해 보다 빠르게 작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간 해독작용이 느리다는 점도 고려해 간 독성과 위장장애도 최소화했다.

 여성용 인공관절도 나왔다. 기존의 인공관절은 남성 관절 모양에 맞게 원형이어서 관절이 타원형인 여성에게 맞지 않았다. 통증을 일으키고 움직임도 좋지 않았다. 여성형 인공관절은 이런 단점을 보완했다. 여성용 종합비타민도 출시됐다. 여성에게 더 필요한 철분·오메가3·칼슘 등의 비율을 늘리고 남성에게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비타민 B군은 여성용 제품에서 용량을 낮췄다. 여성과 남성의 백신 예방 효과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 여성용 백신도 개발 될 전망이다.

배지영 기자

 도움말

이대목동병원 정혜경 소화기내과 교수·윤하나 비뇨기과 교수·김용재 신경과 교수·순천향대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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