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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05> 따끈따끈한 일본 온천 이야기





온천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최근까지 일본에서 특파원 근무를 하고 돌아온 저로선 더욱 온천이 그리워지는 때입니다. 그렇다고 일본에서 매일 온천을 즐긴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목욕탕처럼 동네마다 온천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지난 7월까지 3년간의 도쿄 체류는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온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거든요. 따끈따끈한 일본 온천의 세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김동호 국제부문 기자

꾸준한 인기 끄는 명품 온천들

일본에는 3000여 개의 온천이 있다. 직접 가 본 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홋카이도(北海道) 남서쪽에 있는 노보리베쓰(登別)온천이다. 온천가(街)로 들어서면 호텔과 여관(일본에서는 료칸·旅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맘때면 일본 특유의 늦가을 정취가 일품이다. 용출량이 풍부한 이 온천은 탕이 넓고 다양하며 쾌적하기로 유명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홋카이도의 온천들은 한국은 물론 중화권에서 갈수록 인기가 높아져 가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일본 남부 규슈(九州)지방의 온천도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오이타(大分)현의 유후인(由布院)과 벳푸(別府)가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온천가에서 증기를 퍽퍽 뿜어내는 벳푸의 인상이 강렬했다. 유후인은 아기자기한 정취가 있어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다. 가나가와(神奈川)현의 하코네(箱根)는 도쿄에서 가깝고 수질도 다양해 일본 수도권 온천의 대표로 꼽힌다. 이런 세간의 평가를 바탕으로 일본에선 수시로 명품 온천에 대한 인기 순위를 매기고 있다.

도쿄 시내에서 갈 수 있는 온천




나라(奈良) 시대였던 8세기 초부터 ‘신의 탕(가미노유·神の湯)’으로 불릴 정도로 이름을 날린 시마네(島根)현 다마쓰쿠리(玉造) 온천의 대형 료칸(여관) 조라쿠엔(長樂園)의 노천탕 전경. [JNTO 제공]



일본에서는 언제든 온천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도쿄 시내에는 온천이 거의 없다. 온천을 즐기려면 신칸센(新幹線)이나 차를 이용해 교외로 나가야 한다. 하코네·닛코(日光)·기누가와(鬼怒川)·아타미(熱海)처럼 도쿄 근교의 온천도 1~2시간을 달려야 한다. 다른 대도시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하지만 최근 도쿄에는 인공 온천이 꽤 많이 들어섰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오다이바(お台場)의 온센모노가타리(温泉物語)온천이다. 인공 온천이지만 응용의 달인들인 일본인답게 온천 내부는 천연 온천과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에도(江戶)시대의 저잣거리처럼 꾸며놓은 휴게공간도 일본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도쿄돔 옆에 자리잡은 라쿠아온천은 도심 한복판에 있다. 빌딩 내부에 만들어 놓았지만 온천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고, 옥상에서 노천온천도 즐길 수 있다. 안락의자가 준비된 휴게공간도 넉넉하게 마련돼 있다. 도쿄돔에서 북쪽으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도시마엔(豊島園) 유원지의 온천도 도쿄시민들이 애용하는 곳이다. 이곳의 장점이자 단점은 12세 이하 어린이의 출입은 제한된다는 점이다. 이들 온천의 이용료는 2000~3000엔(약 2만7000~4만500원)가량이다.

‘히가에리’ 온천이 유행하는 이유

의외로 온천욕이 쉽지 않은 일본에선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히가에리(日帰り)온천이 일반화돼 있다. 전국 대부분의 료칸이나 온천이 이를 운영한다. 목욕탕처럼 요금을 내고 2~3시간 동안 시간제로 이용한다. 지금도 동네 골목마다 재래식 목욕탕인 센토(銭湯)가 있지만 시설과 규모가 다르다. 센토는 이제는 거의 사라져 가는 공중목욕탕으로 동네 터줏대감인 노인들이 주로 애용한다. 한국의 1970년대 목욕탕보다 시설이 낙후돼 있고 오후 2시부터 문을 여는 것도 불편한 점이다.

그래서 도쿄 시민들은 주말에 도쿄 근교 온천에서 히가에리를 즐긴다. 하코네·닛코·기누가와 등 도쿄에서 가까운 곳의 온천들이 히가에리 온천으로 애용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교통비가 무서운 탓에 일본인들은 료칸에서의 1박보다 이처럼 히가에리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리조트처럼 시설을 갖춘 곳도 유행하는데 도쿄 근처 지바(千葉)현에 있는 류구조(龍宮城)온천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온천수로 채운 워터파크까지 갖추고 있다. 오후에 들어가서 식사를 하고 온천을 즐긴 뒤 돌아올 수도 있지만 숙박도 가능하다. 료칸의 히가에리 이용료는 1000엔 수준이 일반적이지만, 류구조 같은 대형 온천의 이용료는 2000~3000엔가량이다.

동전의 앞뒤 같은 온천과 료칸

2008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취재를 위해 홋카이도를 찾았던 적이 있다. 이때 서양 기자들은 서양식 호텔보다 오래된 료칸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유를 묻자 온천 때문이란다. 일본에서 료칸이라고 하면 이는 곧 온천을 의미한다. 오래된 온천은 주인이 몇 대째 이어 내려오는 것은 물론 온천의 문을 연 지 3000년에 이르는 곳도 있다. 료칸의 온천은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다. 수령 1000년의 히노키(檜·노송나무)로 만든 탕에 들어가 있으면 몸이 가뿐해지고 기분도 상쾌해진다. 전통 료칸은 쾌적성도 좋다. 이른 아침 탕에 들어가면 온천이 명징(明澄)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아늑한 느낌과 분위기가 서양인들을 매료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료칸이 최근 고전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예전만큼 투숙객이 많지 않아서다. 료칸들은 철도회사와 제휴해 신칸센을 함께 이용하는 상품을 만들거나, 계절별 음식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이 바람에 1인당 1박에 1만 엔(약 13만5000원) 수준의 합리적인 가격대의 료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탕치(湯治) 전통 배경은 다양한 효능

온천의 천국답게 일본에는 온천의 수질이 다양하다. 우선 색깔부터 다양해 베이지 빛이나 황금빛을 띠는 온천도 많다. 콜라빛을 띠는 흑탕(黑湯)도 드물지 않다. 철분이 대량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탄산가스가 풍풍 섞여 나오는 온천도 있다. 3분쯤 탕에 앉아 있으면 몸에 탄산음료를 부은 것처럼 온몸에 기포가 달라 붙는다. 도쿄에서 가까운 아타미(熱海)에는 바다에서 솟구치는 해수온천도 많다.

이처럼 온천수는 암석과 토양 성분에 따라 강산성에서 강알칼리까지 다양하고 온도도 다양하다. 효능도 다양해 현대인을 괴롭히는 스트레스는 물론 중풍·동맥경화·고혈압·당뇨·통풍 등 각종 성인병에 좋다. 이런 효능 때문에 일본에선 예로부터 탕치(湯治)가 유행했다. 에도(江戶)막부를 열어 일본 천하를 통치한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는 평생 온천을 즐겼다. 이 중에서도 시즈오카(靜岡)현의 아타미(熱海)온천을 좋아했는데 8대 쇼균(將軍) 도쿠가와 요시무네(吉宗)까지 대를 이어 즐겼다. 이에야스는 말년에는 군마(群馬)현의 구사즈(草津)온천에서 탕치로 쇠약해진 몸을 추슬렀다. 1박을 하면 하루에 세 번 탕에 들어가 기를 회복했다고 한다.

사라져가는 혼탕과 목욕 매너

혼욕은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일본에 몰려든 서양인들이 가장 놀란 문화였다. 이때만 해도 남녀가 벌거벗고 혼욕을 했다. 일본이 근대화되기 전만 해도 자연 그대로 천연 온천을 이용했던 결과이기도 했다. 그러나 온천이 현대식으로 개발되면서 남탕과 여탕으로 나눠졌다. 지금도 적잖은 료칸에 혼욕탕이 있지만 여성들은 큰 수건으로 가슴을 가리고 들어온다. 목욕 문화가 일상화돼 있어 일본인들은 취침 전 반드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나온다.

일본에서 온천을 이용할 때 남자들이 수건으로 몸 일부를 가리고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 혼욕에 따른 관습이 굳어진 것이다. 온몸을 드러내고 탕을 돌아다니면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한 것처럼 일본 온천에서 이것만은 지키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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