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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르포] 정신장애 앓는 보육원 아이들 (하)

홍유진
인턴기자

본 기사는 온라인 뉴스 용으로 제작된 2회 시리즈의 탐사보도 기사입니다. 따라서 중앙일보 지면에는 실리지 않습니다. 본 취재는 1월 19일부터 2월 24일까지 이뤄졌습니다. 서울시 소속 아동양육시설 3곳(은평천사원, 영락보린원, 상록보육원)에서 취재에 협조해주셨습니다. 중앙일보 탐사기획팀의 홍유진(24·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년·사진) 인턴기자가 취재하고 강민석·김성탁 기자가 글을 감수했습니다. 아동 인권을 고려해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썼습니다. [편집자주]



정부 지원 부족…치료 단절



어른들이 남긴 상처 때문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양육시설 아이들. 이들을 돌보는 양육시설 관계자들의 절실한 바람은 무엇일까. 그것은“아이들에게 간단한 치료라도 넉넉히 받아보게 했으면…”하는 것이다. 일선 양육시설 관계자들의 주장은 기초 치료만으로도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서울 은평천사원에서는 3주 전부터 매주 월요일 ‘놀이치료’를 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원봉사자들과 색종이로 종이접기를 한다. “놀이 치료할 아이들 준비해~!”라는 생활지도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은 옷을 챙겨 입고 뛰어 나선다.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언어장애아인 현우(11)도 “즐거운 시간~”하며 신이 난다. 현우는 색종이를 붙이며 노래까지 흥얼거린다.



“군고구마 안에 뱀 들어오고, 그 아래는 그냥 고구마, 그 아래는 오징어 다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메이플 스토리’에 나오는 네펜데스라는 괴물이라 한다. 종이접기 봉사를 하고 있는 서경대학교 1학년 박완(21) 씨의 말. “놀이치료 도중엔 아이들이 싸우거나 운 적이 없어요. 아이들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영락보린원 간호사 박미자 씨는 양육시설 아동들에게 놀이치료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어린 시절 버림을 받았고, 야단만 많이 맞았던 아이들은 내가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있어야 다른 사람한테도 마음을 여는 것 같아요.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 주기 위해서 치료를 합니다.”



원래 놀이 치료는 전문가들이 담당해야 효과가 크다. 그러나 국내에는 전문 인력이 부족할 뿐더러 치료를 한번 받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양육시설에서는 자원봉사자에게 의존하고 있다. 만약 전문가에게 놀이치료라도 받을 수 있다면 아이들의 상처를 씻는데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아쉬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놀이치료만으론 치유가 어려운 심각한 증세 아이들의 경우다. 영락보린원 신동헌 사무국장은 “가장 큰 문제는 치료의 단절”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들이 양육시설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서울시립 아동상담센터를 거쳐야 한다. 아동상담센터는 아동을 일시 보호하는 시설이다. 이 곳에서는 3개월까지 아동에게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놀이치료 등을 제공한다. 이곳에서 머물 때는 치료를 받던 아이들이 양육시설에 오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양육시설은 예산이 부족해 언어장애나 심리장애를 보이는 아동 모두에게 치료를 제공할 수 없다.



A보육원에선 올해 아이들의 치료비(심리상담비)로 320만원을 책정했다. 1년 예산(7890만원) 중 100명 가까운 아이들의 난방비·피복비·환경부담금 등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하려면 애초‘심리상담비’란 항목을 두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난방·피복비 등에 책정된 돈을 조금씩 줄여 320만원을 마련해 겨우 아이들의 상담치료를 받게 예산을 확보한 것이다.



언어치료 1회에는 4인당 5만원이 든다. 정신과 상담을 한 번 받는 데는 10만 원 가량이 든다. 정서 장애를 보이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집단상담이 필요한데 프로그램 한 번에 60만원씩 든다. 원래 일년에 두 차례는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120만원을 써야 한다. A보육원 관계자는 “아이들을 제대로 치료하려면 최소한 5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다보니 일부 증세가 심각한 아이들만 전문적인 치료를 받게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 시설에선 비용을 다 댈 수 없다보니, 담당의사와 병원에 부탁해 할인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성서대 최선희 교수는 “보육원마다 전문적 상담사와 치료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일정지역을 관할하면서, 보육원을 방문해서 치료할 수 있는 정신건강센터나 아동센터라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게 최교수의 주장이다. 현재 정신보건센터는 안양, 고양, 군산 등에 19개가 있다. 그러나 관할지역이 넓고 인력이 적어 현실적으로 아동의 정신과 생활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는 아예 정신보건센터가 없다.



영락보린원 신동헌 사무국장은 “우선적으로 법으로 정한 임상심리상담원이라도 보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현행 아동복지법 시행령은 50인 이상의 아동양육시설에는 임상심리상담원을 한 명씩 배치하게 규정하고 있다. 임상심리상담원은 심리평가와 치료를 담당하는 심리전문가로 보육원 아동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이 문제에 소극적이다.



보건복지부 아동정책과 박계성 담당관은“사회복지시설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걸 해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복지사 업무교대 문제가 우선순위라 그것부터 해결하려 한다. 예산이 넉넉하게 확보가 돼 있다면 좋겠지만…”이라고 했다. 올해부터 복지예산 편성과 확보가 각 지방자치체로 이전되면서 그 기능을 이전받은 서울시청의 청소년담당과 유규용 예산담당관도 마찬가지다.“국고에서 지원했을 때도 부족했던 부분 아니냐. 올해 당장 지원예산을 올릴 수는 없다”고 했다.



당연히 지원해야할 것을 하고 있지 않는데도 아무런 문제점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신동헌 사무국장은 “복지사는 양육기능이 주 업무”라며“복지사들이 심리치료까지 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최선희 교수는“정부가 세 번째 자녀부터는 보육비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아이를 태어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들에게도 투자해야한다”며 “양육시설 아이들도 소중한 인적자원의 하나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유진<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년·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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