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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칼럼] “시간은 한국 편이다”









우리에게 잊혀진 나라가 있다. 자유중국, 혹은 대만이라 불리는 나라다. 한때 우리는 ‘중국’이라면 당연히 자유중국을 말하던 때가 있었다. 1992년 본토 중국과 수교를 하면서 대만은 우리 뇌리에서 지워졌다.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은 이 잊혀진 나라에서 지난 주말 세미나를 열었다. 본토 수복이라는 엉뚱한(?) 꿈을 가졌던 이 나라가 G2국가로 훌쩍 커버린 본토 중국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이곳에서 북동쪽으로 불과 100㎞ 떨어진 센카쿠 열도에서 중·일 간에 영토분쟁이 벌어지고, 미·중이 환율전쟁을 벌이는 이 시점에 국제적으로 고립된 이 나라는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 중국 한 개의 성보다도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해 보면 답답하고 위기의식에 싸여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고정관념에 비추어 대만을 보려 했던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들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번영을 누리면서 미래에 대해 낙관하고 있었다. 양안관계는 남북관계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중국 주요 도시에 대만 민간항공기들이 지난해부터 취항했다. 대만의 제1 무역파트너는 중국이고, 무역액 1000억 달러, 대만 기업인의 본토 투자도 1000억 달러를 넘었다. 작년에만도 오간 사람이 400만 명에, 본토에 사는 대만인도 100만 명이 넘었다. 물론 양안관계도 부침이 있었다. 민진당의 천수이볜 정부 때는 대만의 독립을 외치며 반중국 노선을 걸었다. 2008년 국민당의 마잉주 정부가 등장하면서 경제 중심의 실리 노선으로 바꾸어 지난달 중국과 경제협력 기본협정을 체결했다. 양안관계는 접근 방식이 우리와 달랐다. 우리는 정상회담으로 풀어가려는 정치적 접근을 택했지만 대만과 중국은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을 선택했다. 한때 겉으로는 우리가 화려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양안관계가 더 앞서버렸다.



 이들은 강대국 중국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남북관계의 프레임에 익숙한 나로서는 당연히 “중국이 저렇게 커졌는데 대만은 흡수통일 당할 걱정은 안 하느냐”고 물었다. 장관급 정부 대변인 장지천 신문국장은 “우리는 중국의 팽창을 60년 동안 걱정해 왔다. 지금도 중국 해안에는 1000기의 미사일이 대만을 겨냥하고 있다. 그렇다고 걱정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우리는 걱정을 하면서도 양안관계를 개선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 주제발표를 했던 리우 더하이 대만 정치대학 교수는 “패권주의로 가는 중국의 압력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미국 등 서방국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타이완 같은 작은 섬나라는 국제환경에 민감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고 심지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화에서 자연히 남북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장 대변인 역시 천안함 사건을 비롯해 3대 세습을 하는 북한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한국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이 대만에 비하면 너무나 부러운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은 자유민주국가인 한국·일본·미국 누구와도 외교관계가 없다. 한국처럼 미국과 안보조약도 없다. 우리는 외로운 신세다”라면서 “반면 한국은 경제적으로 세계 15대 국가요, 문화·스포츠 등 모든 면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다. 큰 나라인 한국이 남북관계의 짐을 떠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의 강대국이 무어라 해도 결국 한반도 통일의 키 플레이어는 남북한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다시 햇볕정책으로 돌아가야 할까. 대만은 안보는 별개라고 했다. 그들은 미국과 안보 유대를 하면서 최신 무기를 꾸준히 구매하고 있다고 했다. 햇볕정책의 잘못은 안보를 소홀히 한 것이다. 김대중 정권은 서해교전 때 보여준 것처럼 우리의 안보의식까지 허물어뜨렸다. 이명박 정부의 남북정책은 그에 대한 반발이었다. 양안관계가 발전된 데는 대만보다는 오히려 중국 힘이 컸다. 천수이볜 정부가 독립국가론을 내세웠을 때 대만을 향해 미사일 훈련도 서슴지 않던 중국이었지만, ‘하나의 중국’이라는 큰 원칙만 준수되면 세세한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했다.



 우리도 이제부터는 원칙에 따른 일관된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 안보를 굳건히 하면서 남북관계의 원동력을 경제에서 찾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북한을 도와주는 식이 아니라 함께 득을 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이런 경제협력은 기술수준이나 규모로 볼 때 중소기업 중심이 효율적이다. 대만도 100만 달러 이하의 투자,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중심이 되었다. 통일을 논하기보다는 먼저 북한 인권이 개선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5000년 동안 같은 나라였다는 점을 서로 잊지 않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 국민들이 합의하고 세세한 문제에서는 유연성을 지니며 남북이 교류하다 보면 언젠가 분명히 통일의 때가 올 것이다. 대만 친구들의 충고는 “북한의 리더십이 변하는 지금, 남북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면서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며 시간은 한국 편에 있다”는 것이었다.



문창극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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