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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18개월 기다려야 사는 그 자전거, 아세요?









필자는 ‘9091 케틀’을 좋아한다. 리처드 사퍼가 디자인한 이 주전자는 1980년대 초 모두가 탐내던 제품이다. 주전자 상단은 빛나는 완벽한 반구 형태로, 물고기의 눈을 형상화했다. 동으로 된 바닥은 열을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휘슬 소리다. 주전자의 파이프는 두 개의 음을 내는 기차 기적 소리처럼 ‘미’와 ‘시’음을 내도록 설계됐다.



 또한 필자는 오랫동안 자동차 ‘미니’를 디자인한 알렉스 이시고니스를 존경해왔다. 그는 작고 연비가 좋으며, 동시에 디자인이 혁신적인 자동차 개발에 도전했다. 그 결과 59년 출시된 미니는 자동차 디자인의 기념비적 제품이 됐다. 엔진을 가로로, 기어박스를 오일통 밑에 배치한 이 차는 길이가 3m에 불과하다. 하지만 4명이 여유롭게 탈 수 있을 뿐 아니라 작은 차 바퀴와 독립된 고무 서스펜션 덕분에 승차감도 편안하다. 이 차가 50년간 600만 대 이상이 팔린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필자는 누구보다 알렉스 몰튼을 좋아한다. 그는 최근 산업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한 ‘가장 획기적인 제품 디자인’ 설문조사에서 아이팟을 2위로 제친 ‘몰튼 자전거’를 디자인했다. 시속 82㎞까지 낼 수 있어 일반 자전거 속도에서 세계 신기록도 갖고 있는 자전거다.



 알렉스 몰튼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가 개발한 혁신적인 고무 서스펜션이다. 이는 자동차 ‘미니’ 디자인에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몰튼은 미니의 승차감이 놀랍도록 편안하면서 동시에 주행 중 신속한 제어가 가능하게 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필자가 이 점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미니가 필자의 첫 자동차였기 때문이다. 오스틴 맥시 같은 다른 자동차 모델을 포함해 지금까지 1200만 대가량이 몰튼의 서스펜션을 사용했다. 수년 전 일본 도요타는 몰튼과 소형차 전용 상호 연계 서스펜션 시스템의 추가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자동차 서스펜션 시스템에 몰튼이 쏟아 부은 노력은 그의 다음 프로젝트인 ‘몰튼 자전거’ 개발에 큰 힘이 됐다. 자동차 서스펜션 시스템 개발의 경험을 통해 몰튼은 고압 타이어를 장착한 약 16인치(40㎝) 휠의 작은 바퀴가 충격에 더 강하고 가속을 내는 데도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이 자전거는 훨씬 적은 노력으로 경주용 자전거만큼 빠르게 달린다. 두 시간 정도 자전거 안장에 앉아있으면 느끼게 되는 고통도 크게 줄였다. 이렇게 디자인된 몰튼 자전거는 18개월이나 기다려야 살 수 있는데, 특히 일본에서 매우 인기가 좋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몰튼의 자전거는 50여 년간의 끊임없는 연구개발 결과다. 그는 일생에 걸친 연구로 다년간 집중된 창의력이 어떻게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손수 보여줬다. 그는 결코 현재에 만족할 줄 모른다. 다이슨사의 최신 제품 DC26 역시 개발하는 데 25년이 걸렸지만 개선할 부분을 계속해서 찾아나갈 것이다. 우리는 이 진공청소기를 앞으로도 50년 동안 발전시킬 것이다.



 불황일수록 세계는 몰튼 같은 열성적인 발명가와 엔지니어들을 열망하게 된다. 돈이 금융권에만 머무르는 대신, 실제 제품을 만드는 데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 몰튼도 최근 인터뷰에서 자동차 산업이 무너진 데는 순전히 재정적 관점에서만 판단을 내리는 회계 담당자들에게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시기가 어려울 때, 그들은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여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다음 신개발품을 앞서 생각해야 한다.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8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몰튼은 여전히 신기술과 엔지니어링에 대해 강한 열정을 갖고 있다. 여전히 자신이 개발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필자도 그의 나이가 됐을 때 그랬으면 한다. 그리고 내가 개발한 진공청소기도 직접 돌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제임스 다이슨 다이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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