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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조름한 밥도둑 간장게장, 살찌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가을철 해산물이 제철을 맞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대하축제·꽃게축제 등이 열리고 있다. 이런 갑각류 해물들이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알이 배인 데다 아무래도 날이 선선해 한여름보다는 날것으로 먹기에 마음이 편하다. 이제 드디어 게로 게장을 만들어 먹을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시장에서 게를 사 먹을 때 오로지 꽃게만 찾는다. 하지만 간장게장감으로 최고는 참게이고, 그게 너무 비싸 여의치 않다면 오히려 돌게가 낫다. 참게나 돌게는 모두 꽃게보다 크기가 작고 껍데기가 두꺼운 종자다. 그런 조그만 것이 먹을 게 뭐가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그랬기 때문에 이것들은 간장에 담가 게장으로 만들어 먹은 것이다. 꽃게는 크고 살이 물러 찜과 찌개 같은 것에 적당한 데 비해 크기가 작은 돌게나 참게는 작은 대신 살이 단단해 짭짤하고 담백한 간장게장감으로 그만이다.

간장게장으로 참게가 좋다는 것을 모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너무 비싸다. 한때는 중국산이 들어와 게장 재료로 팔렸지만 그 역시 그리 싸지 않았다. 1990년대 초부터 양식이 시도돼 본격적인 게장감의 양식 게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 남짓이라 하니, 아직 값이 싸지기는 이르다. 게다가 오염되지 않은 1~2급의 민물, 그것도 물 온도가 따뜻한 곳이어야 하고 양식을 위한 장소도 넓어야 한다고 하니 가지가지로 까다롭다.

그에 비해 돌게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수산시장이나 큰 재래시장에 가면 그물 속에서 어기적거리는 거무티티한 작은 게를 볼 수 있는데, 그게 바로 돌게다. 꽃게처럼 비싸지도 않고 게다가 많은 양이 팔리는 것도 아니어서 수족관이나 겨 상자에 담아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냥 하루치 팔 만큼씩 그물에 담아 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가격은 대개 1㎏에 8000원에서 1만2000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데, 이 정도만 담가도 한참 먹는다.

간장게장 담그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대개 인터넷 등에서 공개하는 레시피는 간장과 물, 마른 대추, 감초, 청주, 생강 등을 넣고 끓였다가 식혀 게에 부으라는 것인데 나 같은 ‘귀차니스트’가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할 리 없다. 공장제 간장과 조선간장, 물, 약간의 설탕 그리고 마늘을 저며 함께 넣는다. 게가 워낙 맛있는 재료인데, 뭐 그리 많이 필요하겠는가. 두 가지 간장 중에서 조선간장으로 주로 맛을 내야 맛이 깔끔하고, 약간의 감칠맛을 위해 공장제 간장을 넣는 것이다. 공장제 간장만으로 담그면 그 특유의 냄새가 너무 많이 나고 들척지근해 먹을 수 없다.

간은 짜야 한다. 사실 이 대목에서 나는 음식점의 간장게장에 대해 불만이 많다. 첫입에 맛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인지 대부분의 음식점 간장게장은 지나치게 싱겁고 달다. 큰 꽃게로 담그니 살도 물렁한데, 속살에는 거의 간이 배지 않았다. 좀 더 옛 맛의 간장게장은 이보다 더 짜서 작은 게 한 마리로 두 명이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정상이다. 설탕의 양은 그 짠맛을 다소 누그러뜨릴 정도, 맛을 봐도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만 아주 조금 들어가는 것이다.

칫솔로 구석구석 씻은 게를 차곡차곡 용기에 넣고 준비된 간장 국물을 붓는데, 역시 ‘귀차니스트’인 나는 처음에는 끓이지 않고 그냥 붓는다. 어차피 게를 씻고 나서 물을 깨끗이 제거할 수 없으니 처음에 끓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냉장고에서 하루쯤 둔 뒤 간이 좀 배었다 싶으면 그때 국물만 따라서 끓였다가 식혀 다시 고스란히 붓는다. 냉장고에 보관하고 2~3일째 먹기 시작한다.

3일째부터 10일 정도까지가 간장게장이 가장 맛있을 때다. 10일 정도 지나면 불안하니 국물을 다시 끓이는 게 좋은데, 이쯤 되면 간도 너무 짜지기 때문에 그냥 소량씩 만들어 열흘 안에 다 먹어 치우는 게 현명하다. 두 번째부터는 그 게장 국물을 다시 이용할 수 있으니 간장 아까워할 일도 없다.

이런 돌게 간장게장은 짠맛 때문인지, 게살 날것의 맛 때문인지 혀가 약간 알알한 느낌이 있는데 그게 아주 매력적이다. 꽃게 살보다 육질이 단단하니 그 질감도 일품이다. 작은 살 한 덩어리를 밥에 얹어 먹고, 게딱지 속에 붙은 것까지 젓가락으로 남김 없이 싹싹 긁어 먹는다. 그래도 가장 매력적인 맛은 배 속에 든 ‘장’, 즉 알이다. 주황빛 알의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맛을 무엇에다 비하랴.

물론 나도 양념게장을 꽤 즐긴다. 그리고 양념게장이란 확실히 살 많은 꽃게로 해야 제격이다. 보통의 양념게장은 고춧가루와 물엿을 많이 넣어 단맛이 강한데, 이렇게 강한 양념은 게 본연의 맛을 느끼기 힘들게 한다. 음식점에서 반찬으로 내놓는 양념 게장은 국산 꽃게에 비하면 맛이 맹탕이나 다를 바 없는 베트남산 냉동 게를 사용하는데, 이렇게 강한 양념 맛에 게 속살 맛이 어떤지는 잘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방식은 게를 토막 내 속의 살을 모두 꺼낸 다음(이 과정에 손이 많이 간다) 보통 양념간장 만들 듯 공장제 간장과 조선간장, 파, 마늘, 고춧가루 약간, 깨소금을 넣고 버무리는 것이다. 생강은 넣지 않는데, 자칫 맛을 씁쓸하게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설탕이나 물엿은 전혀 넣지 않고 고춧가루 범벅도 하지 않아 게 본연의 달착지근한 속살 맛과 싱싱한 해물 냄새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식이다.

이 음식은 한두 끼에 후다닥 먹어 치워야 한다. 딱 한두 마리만 사서 양념을 하고 파·마늘과 깨소금 등 양념 맛이 살아 있을 때 먹어야 제맛이다. 양념한 게살을 밥에 올려 먹으면 밥이 입에 들어가자마자 꿀꺽 넘어간다. 남은 양념간장 국물까지 싹싹 밥을 비벼 먹으면 어찌나 맛있는지.

하여튼 간장게장이든 양념게장이든 게장은 모두 밥도둑이다. 천고마비의 계절, 여기저기에서 살찌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이영미 ymlee02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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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