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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중국 ‘몰빵’이 문제 … ‘묻지마 투자’ 삼가는 계기 돼

‘우리도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 팝니다’.
3년 전 11월 초, 각 은행과 증권사 지점들은 이런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람들이 보통 미래에셋 펀드는 미래에셋증권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고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경쟁사 광고를 하는 격이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인사이트펀드는 고객들이 알아서 가입하러 오는 상품이었다. 가입을 위해 대기표를 뽑고 두 시간여를 기다리기도 했다.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들에겐 “인사이트펀드에 쉽게 가입할 방법이 없느냐”는 부탁이 쏟아졌다. 인사이트펀드는 일주일 만에 4조원을 모았다. 사전 판매를 시작했던 2007년 10월 말, 일반 주식형 펀드에서는 돈이 빠져나갔다. 인사이트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다른 펀드를 환매했기 때문이다.

‘펀드 시장의 블랙홀’, 인사이트펀드가 이달 말로 설정 3년을 맞는다. 운용 성과를 논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인사이트펀드가 남긴 그간의 성과와 시장에 끼친 영향을 분석했다.
 
‘설정일이 최고치’ 최악의 타이밍
인사이트펀드는 지독히 운 나쁜 펀드다. 코스피 지수는 2007년 10월 31일 2064.85로 사상 최고치(종가 기준)를 기록했다. 이날이 인사이트펀드의 설정일이다. 보름 전인 16일에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사상 최고치(장중 6124.04)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엔 국내와 중국 증시 모두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른 이머징 국가인 인도는 그해 말을 고점으로, 러시아는 이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리고 2008년 9월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장을 덮쳤다. 설정 이후 줄곧 지지부진하던 인사이트펀드는 그즈음엔 수익률이 -60%까지 떨어졌다.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투자 대상과 지역을 한정하지 않는 인사이트펀드에는 이때가 최적의 기회였다는 해석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당시 인사이트펀드가 나오지 않았다면 중국펀드로 돈이 더 몰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인사이트펀드처럼 투자 대상과 지역을 분산하는 펀드가 투자 위험을 낮춰 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실제 운용은 그렇지 못했다는데 있다. 설정 후 3개월이 지나 공개된 투자 내역에는 중국(홍콩 포함)에 대한 투자 비중(전체 자산 대비)이 40%였다. 러시아·브라질·한국을 합치면 전체 자산의 80%를 이들 이머징 국가 주식에 투자했다. 이후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은 점점 더 높아져 지난해 6월 기준으로 80%를 웃돌았다.

투자자들은 이를 문제 삼았다. 펀드 설정 당시 1만7000 선을 기록하던 홍콩H지수는 이듬해 1월부터 급락해 그해 10월에는 4700 선까지 밀렸다. 미래에셋은 중국 시장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장기 성장성’을 믿고 ‘중국 올인’ 전략을 폈다. 펀드는 반 토막이 났다. 일부 투자자는 “전 세계 증시에 분산 투자한다는 당초 약속과 달리 중국 증시에 ‘몰빵’해 금융위기 때 큰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며 2008년 11월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이듬해 3월 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펀드 운용은 운용업체의 몫인 만큼 중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약관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지만 투자자들의 민원이 실제 소송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2009년 수익률 회복을 틈타 환매를 해 버린 투자자가 더 많았다. 한때 5조원에 육박하던 운용자산은 현재 3조원 선으로 줄어들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 올인 투자한 것은 미래에셋이 그만큼 중국을 유망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손실을 많이 봤다고 미래에셋에 법적·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인사이트펀드가 혼합형 펀드임에도 자산의 대부분을 줄곧 주식에만 투자한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펀드 설정 이후 최근까지 인사이트펀드의 주식 투자 비중은 대부분 90%를 웃돌았다. 당초 운용 보고서에는 “주식·채권 등 각 투자증권의 자산 배분 비율은 0~100까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상품의 성격을 명시했다. 하지만 실제 투자자산 ‘상위 10개’ 가운데 주식이 아닌 자산이 등장한 것은 2009년 9월 말 외화예금(달러) 4.9%가 처음이다.

시장이 어떻건 간에 돈을 벌어 줄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눈높이와 펀드 성과가 어긋나면서 ‘벤치마크’가 문제되기도 했다. 벤치마크는 펀드 운용 성과를 비교하는 기준이 된다. 처음엔 운용보고서에 명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라 2009년 6월 말 기준 운용보고서부터 성과 평가 및 비교 분석의 목적으로 ‘MSCI AC World Index(MSCI 세계지수)’를 참조지수로 하고 있다.

벤치마크와 비교했을 때 인사이트펀드의 누적수익률은 설정일 이후 시장이 하락세를 나타냈던 지난해 2월까지 기준지수를 밑돌았다. 그러나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엔 벤치마크를 웃도는 성과를 나타냈다. 특히 2009년 한 해 동안 73.7%의 수익을 올렸다. 벤치마크(25.7%)의 세 배 가까운 수익률이다. 지난해 상승장의 기회를 잘 살린 덕분에 설정일 이후 14일 현재 펀드는 -14.6%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벤치마크(-26.6%)를 12%포인트 앞서는 성과다.

“운용 능력 업그레이드” … 투자 지역 다변화
인사이트펀드의 누적수익률 변화를 보면 미래에셋에 대한 편견이 들어맞는다. 상승장에선 강하고 하락장에서는 약하다는 속설이다. 이에 대해 한 운용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도 작용했겠지만 미래에셋의 운용 능력이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설정 초기 중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았던 것은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믿음도 있었지만 가장 잘 아는 시장이 중국이기 때문에 집중했다는 얘기다. 미래에셋은 내년에 중국에 합자 운용사를 설립할 정도로 국내 운용사 중 중국 시장 분석에 가장 강하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해외 투자 경험이 쌓였고 이는 투자 지역의 다양화로 이어진다. 최근 중국 투자 비중은 40% 선으로 낮아졌고 대신 브라질(20%)·러시아(8%)·미국(10%) 등으로 다양화됐다. 이는 수익률 개선에도 기여했다. 최근 1년 수익률은 13%로 동남아나 인도 펀드 등을 빼면 해외 펀드 중 상위권에 속한다.

투자업종도 변했다. 설정 초기엔 금융과 일반산업 섹터에 치중됐으나 최근엔 소비재 섹터의 비중이 커졌다. 신흥국가들의 소득 수준 증대에 따라 소비재 업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소재산업도 설종 초기 5%에서 6월 말 현재 19%로 늘었다. 대신 금융업종의 비중은 7% 선으로 낮아졌다.

펀드 시장 전체로는 불완전 판매에 대한 투자자 인식을 높였다. 한 감독 당국 관계자는 “묻지마 투자 열풍을 불러왔던 인사이트펀드가 원금 손실을 보게 되자 투자자들 또한 펀드에 대한 자세한 이해 없이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과거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 직원이 동그라미 쳐 준 곳에 사인만 하던 풍조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3년이 다 돼 가는 지금 투자자들에게는 당장 환매를 할지 투자를 계속할지 여부가 고민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특정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보다는 오히려 리스크가 덜하다”고 강조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인사이트펀드의 운용 전략 자체가 ‘돈 되는 곳에 투자한다’는 것인데 이는 미래에셋이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며 “이에 대해 투자자 스스로가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단순히 이 시장이 뜰 것 같다는 펀드매니저의 감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수긍할 만한 운용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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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