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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당·지역 입장 달라 中, 대북 압박에 소극적”

크리스토퍼 힐(사진)은 대표적인 ‘비둘기파’였다.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겸 북핵 6자회담 미 대표로 일하며 대북 포용(engagement) 정책을 주도했다.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북한과의 직접 담판을 통해 9·19 공동성명(비핵화 약속), 2·13 합의(핵시설 봉인·불능화), 10·3 합의(핵 신고서 제출) 등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었다. 14일 매일경제신문 주최 세계지식포럼에서 만난 힐은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권력 승계와 관련, 6자회담을 “피해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북한 권력 승계가 북한 핵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북한 핵 문제는 2008년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더욱 어려워졌다. 권력 승계 문제가 우선이고 핵 문제는 끊임없이 다음 순위로 밀렸다. 어떤 면에서 6자회담은 북한 권력 승계 이슈의 피해자 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이 문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중국 정부에도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그래도 역할을 해 줘야 한다. 만약 북한이 핵 국가가 되도록 허용한다면 더 이상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중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국 정부가 적당한 레버리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경제 등 다양한 레버리지를 갖고 있다. 북한이 중국의 도움 없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그런 점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북한 압박에 소극적이다.
“미국 언론은 중국 정부가 북한 붕괴로 난민들이 몰려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해 왔다. 하지만 첫째, 북한이 붕괴한다면 난민들은 중국이 아니라 한국으로 올 것이다. 둘째, 중국의 대북 정책에는 복잡한 내부 문제가 얽혀 있다. 군과 당, 지역별로 북한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대북 정책 변경에 대한 합의(consensus)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왜 북한 난민들이 중국 대신 한국으로 내려올 것이라고 생각하나.
“만약 내가 북한 난민이라면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쪽을 선호할 것 같다 . 중요한 것은 중국이 우려하는 게 북한 난민이 아니라 중국 내부 정치라는 점이다. 대북 정책 기초를 바꿈으로 해서 중국 내부 정치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가 관심사다.”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북한에 대해 ‘최소한의 조치(minimal measure)’라도 보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만약 지금 내가 현역이라면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다시 시작해 일정한 진전을 이루길 원할 것이다. 현재 (북한 비핵화 문제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한국과의 공조를 확실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날과, 내가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로) 일을 시작했던 2005년은 다르다. 당시에는 양국의 상황 인식이 달랐다. 오늘날엔 그런 차이가 사라졌다. 대단히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합리적인 ‘최소한의 조치’가 뭐라고 생각하나.
“나는 (현재) 이 문제에 직접 연관돼 있진 않다. 하지만 다시 사찰단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고 싶다. 최소한 실제로 얼마나 많은 플루토늄을 갖고 있는지 재검수를 받아야 한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대한 회의론이 많은 상황에서 대화 재개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햇볕 정책’ 지지자로 알고 있다.
“나는 그런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것은 내 용어가 아니다 . 나는 ‘포용 정책’의 지지자다. 신뢰에 이르기까지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현실적인 사람 ’이다.”

-한국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앞서 말했듯 현재 한·미 양국 정부 간에는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선 말할 입장이 아니다.”

-다시 북한 권력 승계 문제로 돌아가 보자. 김정은이 북한의 진짜 지도자가 되는데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한국인들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의식해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고 들었다. 한국이 북한보다 중국과 더 가까워야 할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더 깊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내게 ‘북한이 얼마나 갈 것 같으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북한이 붕괴할지 안 할지는 나도 모른다 . 중요한 것은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중국과 그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을 안심시켜야 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붕괴를 통해 전략적인 이득을 추구하거나 중국의 안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가령 38선 이북에 미군을 진주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상당 기간은 독백 이 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아무리 얘기를 해도 중국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자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얘기를 해야 한다. 비록 반응은 보이지 않더라도 주목은 할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수년간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금이 더 깊은 정치적 대화를 나눌 적기다.”

-국무부에서 일하던 시절 김정은에 대해 들은 적이 있나.
“물론이다. 스위스에서 학교를 다닌다고 들었다. 몇 년 전부터 형(김정남)에게 문제가 있으니 아마도 그가 김정일의 후계자가 될 것이란 추측이 많았다.”

-김정남이 미국으로 간다는 소문도 있다.
“모르겠다. 그에 대해 말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

크리스토퍼 힐은 올해 주이라크 대사를 마지막으로 33년에 걸친 외교관 생활을 끝냈다. 지난달부터 미국 덴버대 코벨 국제관계대학 학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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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