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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뒤 국제 콘퍼런스 7개가 피츠버그로 몰려왔다”

G20 정상회의를 한 달 앞둔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과 지난해 9월 G20 정상회의 개최로 ‘녹색 피츠버그’ 이미지를 만들어 낸 루크 레이번스탈 미 피츠버그시장이 15일 오전 서울 정동 임시청사 시장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신인섭 기자

중앙SUNDAY의 취재 요청에 오 시장은 일정을 변경해 가며 기꺼이 자리를 만들었다. 15일 오전 서울 덕수궁길 임시청사 7층 시장실로 안내된 레이번스탈 시장은 오 시장에게 인사를 건네며 “젊은 시장끼리 만났네요”라고 했다. 오 시장은 “‘G20을 개최한 선배 시장’으로부터 유익한 얘기를 들어보겠다”며 대담을 주도했다. 두 사람은 계획됐던 의전용 환담 시간을 무시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 바람에 양측 배석자 10여 명이 두 보스의 대담 장면을 TV 중계 보듯 지켜봤다. 레이번스탈 시장의 목소리 톤은 젊은 나이만큼 높았고 말은 빨랐다. 오 시장은 부드럽고 천천히 얘기를 풀어 갔다.

오세훈 시장
▶오세훈 시장=환영한다. G20은 세계 국가 정상들이 모여 세계 경제 질서를 형성하는 경제 분야 최상위 국제회의다. 아시아 최초로 G20을 서울에서 치른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무한의 책임감도 느낀다. 유익한 얘기를 듣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레이번스탈 시장=서울은 꼭 피츠버그 같다. 한강변의 아름다운 모습도 그렇고. 멋진 도시다. 지난해 G20 때 피츠버그는 국제사회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오 시장도 많은 어려움을 안고 계실 걸로 생각하는데 우리도 그랬다. 그러나 G20 개최로 피츠버그는 거듭났다. 국제석탄회의(The International Coal Conference) 등 대형 국제 콘퍼런스 7개가 유치됐다. G20 이전엔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전 세계에서 온 3500명의 기자가 7000건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그들이 쓴 피츠버그 스토리가 우리의 이미지를 확연히 바꿔 놓았다. 수치로 계산하긴 어렵지만 G20으로 우리 시는 어마어마한 혜택을 봤다. 영광스러운 일이다.

레이번스탈 시장은 대학(워싱턴&제퍼슨 칼리지) 졸업 뒤 피츠버그시 시의원·시의장을 지냈고 2006년 오코너 시장이 사망하면서 26세의 나이에 시장에 취임했다. 2009년 재선에 성공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녹색산업도시로의 변신에 성공한 피츠버그시를 경제위기 극복의 모범 사례로 내세우며 G20 개최 도시로 선택했다.

레이번스탈 시장
이때 야블론스키 회장이 거들었다. 그는 피츠버그시 민관협력위원회 회장으로, G20의 성공적인 개최 주역이기도 하다.

“G20 행사 기간 방문객들이 쓴 돈만 약 3000만 달러(약 334억원)에 이른다. 피츠버그의 사업환경 등이 홍보돼 G20 이후 해외의 많은 기업이 피츠버그의 생명공학과 정보기술(IT)·그린에너지 등에 투자하고 있다. 고용창출 효과는 집계 중인데 기대가 크다.”

오 시장이 말을 이었다. “피츠버그시의 인구는 33만 명 정도이고, 회의 준비 기간도 4개월밖에 안 된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철강도시로 알려진 피츠버그를 친환경 첨단도시로 알리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시도 각종 경제·시민단체, 관광단체, 언론기관과 함께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유기적인 협조를 해 오고 있다. 안전하고 쾌적한 G20 회의가 되도록 애쓰고 있다. G20을 먼저 개최한 ‘선배 시장’ 아니냐. G20 회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말해 달라.”

▶레이번스탈 시장=사람들이 우리 도시를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세계 각지에서 온 기자들에게 피츠버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신기술, 생명공학 분야의 핵심적인 곳을 안내했다. 이들이 좋은 느낌을 갖도록 노력했다. 회의장도 중요했다. 피츠버그의 대표적인 그린빌딩인 데이비드 로런스 컨벤션 센터를 주 회의장으로 했다. 일반 시민들의 눈에 G20 행사는 ‘그들만의 행사’로 비치기 쉽다. 별도 세션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줬다. ‘왜 이런 행사를 하나, 무슨 의미가 있나, 나하고 뭔 상관이냐’는 회의론도 적지 않았지만 행사가 끝난 뒤 달라졌다. 시민들이 ‘굉장히 가치 있는 행사였구나’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 시장=G20 회의 개최에서 중요한 요소가 시민들의 협조 아닌가 한다. 집단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고자 하는 이들의 요구가 있고, 이 때문에 안전 문제도 제기된다. 또 주 회의장인 코엑스에 입주한 상인들이 손해를 보는 어려운 문제가 있다.

▶레이번스탈 시장=피츠버그의 자랑은 행사가 평화적으로 안전하게 열렸다는 점이다. G20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시위로 뭔가를 보여 주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균형 있게 잡아 줬다. 시위가 있었지만 다친 사람도, 재산상 피해도 적었다(피츠버그시는 2곳의 시위 장소를 제공하고 6건의 시위 행진을 허용했다). 이번에 내가 코엑스 옆 인터컨티넨탈호텔에 묵었다. 오 시장이 코엑스몰의 소매상인들을 걱정하시는 것 같은데, 우리도 행사장을 통제구역으로 정하고 각국 정상들과 보좌진, 허가받은 언론 외엔 출입을 통제했다. 사무실이나 상점 주인이 문을 열거나 닫는 문제는 자율에 맡겼다. 문을 연 사람들의 출퇴근을 안전하게 보장해 줬다. 문을 닫을 경우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은 하지 않았다. 그게 우리가 접근한 방식이다. 모든 이가 다 행복했던 것은 아니지만 한계 속에서 효율을 찾았다. 단기적인 희생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득이 된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 피츠버그의 컨벤션센터 입주자들도 이틀 동안 손해를 봤지만 7개의 대형 콘퍼런스를 유치하지 않았나. 그 혜택은 미래에도 이어질 것이다.

▶오 시장=G20을 통해 서울의 메시지·이미지가 전 세계인들에게 나가게 될 것이다. 국제사회에 각인된 서울의 이미지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의 수도란 것이고, 서울에 대해 좀 더 아는 분들은 첨단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가 일상생활에서 구현되는 도시 정도가 아닐까 한다. G20에 전달하고자 하는 일관되고 단순화된 메시지는 디자인 도시의 면모다. 수도의 이미지는 국가의 이미지다. 한국은 물건을 수출해 먹고사는 나라인데, 우리의 이미지는 상품 이미지와 연결된다. 디자인도시의 품격이 서울의 브랜드 파워가 될 때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클 것이다.

▶레이번스탈 시장=맞다. 피츠버그에 대한 과거 이미지는 철강산업도시였다. 지금은 환경과 건강·생명공학·정보기술·지식기반산업도시로 변했다. 민관이 함께 내보이고자 하는 메시지를 설정했다. 누가 질문을 받든 메시지를 일관성 있게 전달하도록 한 것이다. 행사가 끝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실에 기반한 메시지이기 때문에 전달이 어렵지 않았다.

▶오 시장=동의한다. 허구의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하면 부작용만 생긴다. 서울의 경우엔 좋은 밑천이 생겼다. 최근 유네스코가 서울을 디자인 창의도시로 지정한 것이다. G20 회의 때 서울이 국제기구로부터 디자인 창의도시로 인정받은 사연·배경을 프레스 투어를 통해 전 세계에 소개할 생각이다. 서울은 사실 어느 나라 수도에서 찾기 힘든 특징이 있다. 인구 1000만 명이 강과 산이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 살고 있고, 600년 역사에서 발현한 전통과 문화와 함께 첨단기술이 일상생활에서 구현되고 있다. 신흥 경제 발전 대국이란 나라 브랜드에 문화와 디자인을 얹으면 한국의 이미지는 G20을 통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이 나서 서울의 자연환경과 문화, 발달된 테크놀로지, 디자인도시의 면모를 보여 줄 수 있으면 하려고 하는데, 레이번스탈 시장은 어땠나.

▶레이번스탈 시장=저도 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하려 노력했다. 인터뷰만 수백 차례 했다. 제 스케줄은 미디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오 시장이나 저나 도시를 대표하는 얼굴 아니냐. 오 시장도 최대한 미디어와 접촉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야블론스키 회장 주도로 온라인 미디어센터를 설치해 클릭 하나로 피츠버그시 당국과 기업들이 바로 연결되도록 했다.

오 시장은 대담 도중 G20 회의 장소 결정에 대해 서운함을 내비쳤다. “디자인도시 서울의 면모와 한강의 기적이란 상징성을 보여 주는 장소로 한강변 인공섬 플로팅 아일랜드를 제안했는데 코엑스로 정해졌다. 장소 협소, 경호 등이 이유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대담 말미, 기자가 두 사람의 공통점인 ‘젊은 시장’으로서의 소회를 물었다.

▶레이번스탈 시장=오 시장도 나도 멋진 도시를 이끌어 가는 젊은 시장이다. 나는 미국 대도시 시장 가운데 가장 젊은데, 영광으로 생각한다. 저의 젊음이 피츠버그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자부한다. 피츠버그는 더 새롭고, 더 환경친화적이고, 더 깨끗한 도시(newer, greener, cleaner city)이자 지식기반 산업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오 시장=젊다는 것은 기존의 관행에 매여 있지 않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처음 시장에 당선됐을 때 마흔다섯이었다. 레이번스탈 시장에 비하면 젊은 나이가 아니지만 한국 정치 환경에선 젊은 나이였다. 젊어서 경험이 적다는 게 단점일 수 있지만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행정 경험이 많으면 스스로 설정한 한계가 많을 수 있다. 시의 인력을 과감히 줄이거나 창의 시정을 펼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관행에서 멀어져 있어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젊다는 것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시민들이 이런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재선시켜 줬다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발판으로 새로운 시도를 좀 더 신중하게 할 수 있는 원숙한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레이번스탈 시장=젊음을 아주 잘 표현하신 것 같다. 저도 시장님과 같은 경험을 했다. 올해 재선에 성공한 것을 축하드린다. 저는 지난해 재선됐다. 우리 둘 다 잘하고 있는 것 같다. 하하.

한 시간여 대담이 끝난 뒤 레이번스탈 시장은 녹찻잔을 들어 보이며 서울 G20 성공을 위해 축배를 들자고 했다. 그는 오 시장에게 피츠버그 프로스포츠팀의 색깔인 검정, 황금색이 채색된 수제 유리그릇을 선물하면서 “피츠버그 프로스포츠팀에는 자랑스러운 하인스 워드와 박찬호 선수가 있다”고 했다. 대담 도중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간간이 메모하던 오 시장은 레이번스탈 시장을 배웅하면서 시 간부들에게 보여 주며 “검토해 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레이번스탈 시장은 이날 오후 피츠버그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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