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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51>저울아, 저울아…

최수진 선생은 화가다. 그림과 글, 영상매체를 넘나들며 여행과 일상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선생은 세 번의 개인전과 『베트남 그림여행』이란 책을 쓰고 그렸다. ‘안네의 드로잉살롱’에서 그림을 가르친다. 이렇게 말하는 게 면목 없지만 나는 선생의 제자다.

선생이라고 하면 대개 제자보다 나이가 많을 것 같지만 적어도 나보다 열두 살은 어리다. 외모만 본다면 스무 살은 더 차이가 나 보인다. 그래도 선생은 가르치는 선생이고 나는 배우는 제자다. 그러니 나이를 떠올리는 것은 일종의 선입견이다. 선생은 선입견을 가장 경계한다. 그림을 그릴 때 무엇보다 선입견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령 사과를 그린다고 해 보자. 사과는 빨갛다. 나는 사과를 원숭이 궁둥이보다 더 빨갛게 그린다. 선생이 한숨을 쉰다.

“사과가 진짜 빨갛게 보여요? 선입견을 버리고 자기 눈으로 한번 보세요. 무슨 색이 보여요?”
“노랑, 파랑, 검정… 색이란 색은 다 들어 있네요.”

때로는 선입견이 필요하다는 것도 선생은 잘 안다. 선입견은 이전의 체험이나 학습을 통해 축적된 정보이고 예측력일 테니 그것을 무시하고는 공부도 생활도 쉽지 않을 것이다. 발전이나 진보 역시 선입견 덕분인지 모른다. 선입견이 없다면 우리는 매번 바위를 밀고 산을 오르는 시시포스가 되는 수밖에 없다.

선생도 젊은 여성이라 몸매에 관심이 많다. 제자들이 “선생님, 요즘 살 빠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그림에 집중하세요”라고 하지만 몰래 화장실에 가서 이리저리 몸매를 거울에 비춰 보는 눈치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 유난히 밝은 얼굴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살이 많이 빠지는 것은 큰일이다. 다이어트의 결과가 아닌데 갑자기 살이 빠진다면 몸에 이상이 생긴 건지도 모른다. 선생이 얼마 전 구입한 체중계에 몸무게를 쟀더니 2㎏이나 빠진 것이다. 건강에 자신하는 선생이지만 건강체질일수록 큰 병에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지 않은가. “수척해 보인다” “요즘 다이어트하시느냐?” 등의 인사말은 이제 선생의 다크서클을 더 어둡게 덧칠한다.

선생은 선입견을 버리고 자신을 관찰한다. 볼살도 빠지고 윤기가 사라졌다. 뭐든 맛있게 먹는데 요즘 밥맛도 없다. 속은 자주 더부룩하고 새벽이면 속 쓰림 때문에 잠을 깬 적도 있다. 혹시 큰 병은 아닐까? 몹쓸 병이라면 어쩌지? 아무래도 병원에 한 번 가 봐야 할까? 병원은 정말 싫은데.

선생은 제자들의 추천을 받아 병원에 간다. 병원은 선생의 선입견을 깬다. 병원이라기보다 카페다. 의사는 카페 종업원처럼 친절하게 문진하고 자세하게 처방해 준다. 기분 탓일까. 치료받은 게 아니라 단지 진찰만 받은 건데 한결 몸이 나아진 것 같다. 입맛도 돌아온 건지 선생은 맞은편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배부르게 먹는다.

작업실로 돌아오는 선생을 제자들의 너스레가 맞이한다. “살이 좀 찐 것 같아요.” 선생은 쓸쓸하게 웃는다. 위로의 마음은 알지만 위장병 걸린 사람에게 그 무슨 인사인가. 선생은 시위라도 하듯 체중계 위에 선다. 봐라. 여전히 2㎏이나 빠져 있지 않은가. 그때 기계에 대해 잘 아는 제자가 나선다. “이거 설정이 잘못된 거네요.” 그는 체중계를 뒤집어 버튼 하나를 누른다. 그러자 체중계의 바늘은 거짓말처럼 선생의 평소 몸무게를 정확하게 가리킨다.



부부의 일상을 소재로 『대한민국 유부남헌장』과 『남편생태보고서』책을 썼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스스로 우유부단하고 뒤끝 있는 성격이라 평한다. 웃음도 눈물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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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