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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 채색 ‘배채법’으로 역사 인물의 내면까지 담아내

무신 봉기 영수 이인좌’, 120×57.5㎝
우승우(45·작은 사진) 화백은 힘 있는 화풍으로 한국 역사화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온 중견작가다. 선(線)으로만 묘사하는 구륵법, 먹의 농담으로 변화를 주는 몰골법 같은 동양화의 전형적인 기법은 물론 종이나 비단 뒷면에 채색을 해 색감을 우려내는 배채법(背彩法)까지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중앙SUNDAY에 절찬리 연재 중인 이덕일의 역사칼럼 ‘조선 왕을 말하다’에 그려 온 그의 삽화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현재 중국에서 역사화를 연구하며 그림 작업 중인 그가 20일부터 26일까지 서울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에서 ‘한국화, 역사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한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소장 이덕일)의 초청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중앙SUNDAY·공아트스페이스가 후원한다.

그의 그림 속엔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역사의 주인공이 많이 등장한다. 말 위에서 비장한 모습으로 그림 바깥을 응시하고 있는 이인좌(큰 사진)를 비롯해 구국의지에 찬 정인홍과 삼천의병, 조선 기병들의 대마도 정벌 등이 대표적이다. 그의 그림은 절묘한 공간 배치와 선의 흐름으로 생동감과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런 시각법은 감상자가 있는 곳이 바로 역사의 현장인 양 시공을 뛰어넘게 만든다. 연산군 시절 무오사화를 주제로 한 그림에서는 선비의 책상 너머에 의금부 관원들을 배치함으로써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이 막 의금부에 압송돼 가려는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갖게 할 정도다.
“일본의 인물화는 장식성이 강하며 감각적 미학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래서 인물의 내면세계를 읽어 내기 힘들죠. 반면 조선식 초상화는 있는 그대로의 외모를 세밀하게 보여 주면서 내면세계까지 묘사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는 인물의 내면을 묘사하기 위해 동양화의 다양한 기법을 적절히 활용한다고 말했다. “배채법을 쓰면 사람을 그릴 때 내면까지 묘사하기가 쉬워집니다. 또 ‘이인좌’를 그릴 때 그가 탄 말 그림은 몰골법으로 그렸지만 옆에 있는 백마는 진채(眞彩:매우 진하고 불투명한 채색)로 그린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기법을 한꺼번에 활용하면 보는 사람의 시선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서양화의 명암법으로 보완하곤 합니다.”

하지만 역사 속 인물과 복장에 대한 고증은 쉬운 일이 아닐 터. 아니나 다를까, 그는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숨부터 쉰다.
“중국의 경우 역사화 화가들이 적지 않고 관련 자료가 풍부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화가 워낙 적은 데다 도록(圖錄)도 불충분합니다. 고작 조선 풍속화와 조선왕실의궤에 실린 그림이 있을 뿐이죠. 그런 그림들을 자세히 보면서 무관들의 복장이나 칼과 활을 차는 방식을 찾아냅니다. 한국 무관들은 칼과 활을 차는 방식이 일본·중국과 다르거든요. 이인좌 그림만 해도 고증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다시 그렸습니다.”

임금의 얼굴을 그려야 할 때는 더욱 조심스럽다. “정조는 조선 국왕 중 어진을 세 번 그렸는데 세 번 모두 구군복(具軍服) 차림이었습니다. 그만큼 국방과 왕권 강화에 신경 썼다는 얘기죠. 철종 어진 중 절반쯤 타다 남은 게 있는데 그것 역시 구군복 차림입니다. 그 그림들을 직접 볼 수 없어 작은 사진들을 돋보기로 확대해 몇 번이고 살피고 또 살폈죠. 인물화를 그리려면 역사 속 주인공이 살았던 시대의 다른 그림과 자료들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리 역사의 의상과 문물에 대한 체계화된 고증 작업이 정말 아쉽습니다.”

이 대목에서 그의 역사적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는 “그림이 안 될 때면 자신이 역사 속으로 들어가 거꾸로 생각해 본다”고 말한다.
“예컨대 이인좌가 우리 시대를 본다면 그는 어떻게 그릴까 상상해 봅니다. 그러다 보면 역사 속 인물을 정면으로 관조하게 되고 서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죠. 우리는 이인좌를 ‘반란을 일으킨 역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을까요. 사도세자 그림을 그릴 때는 입을 벌린 모습으로 그렸는데, 이는 엄숙한 모습보다 뭔가를 말하려는 인간적인 모습을 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물화를 대부분 정면으로 그리는 것은 그림 감상자가 역사 속으로 들어가 해당 인물의 감정을 공유하자는 취지거든요.”

이번 전시에는 25점의 역사화가 걸린다. 그의 전시회를 주최한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이덕일 소장은 “우 화백의 그림은 조선화의 전통에 현대적 감각을 결합해 역사의 장면들이 갖는 의미를 되살려 냈다. 그가 그린 한국화는 역사에 대한 고민과 모색의 산물이다. 나는 그를 통해 한국화에 작은 실눈을 뜨게 됐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의 역사화는 위기”라는 우 화백은 “일제시대 때 이여성(이쾌배 화가의 형·월북화가)이라는 화가가 일본식 역사화에 반발해 우리 전통의복을 고증해 30여 점을 그린 적이 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맥이 끊기다시피 한 역사화의 전통을 되살리고 싶습니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의 02-730-7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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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