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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만?

지난주 한 준수한 배우가 오락 프로그램에서 라흐마니노프를 화제로 올렸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2번의 곡명을 알아맞힌 여성에게 사랑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 정도는 나도 맞힐 수 있는데’ 생각한 여성, 꽤 될 겁니다.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유명합니다. 대중적 고전음악인 ‘팝 클래식’의 대표작이죠. 첫 여덟 마디 동안 피아노가 묵직한 화음만 내뿜고, 갑자기 일렁이는 오케스트라가 들어옵니다. ‘또 듣나’ 싶다가도 어느새 ‘아, 이래서’ 하게 되는 음악입니다.

김호정 기자의 클래식 상담실

스물일곱 라흐마니노프의 우울과 신경증이 빚어낸 예술입니다. 1번 교향곡이 처참한 혹평으로 찢겨진 뒤 세상과 단절하고 썼던 작품이죠. 라흐마니노프는 종잡을 수 없는 느림과 빠름, 강약을 반복하며 자신의 방식을 선언합니다. 작품은 정신과 의사에게 헌정했습니다. 이 스토리는 서정적 음악과 어우러져 작품의 인기를 부채질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이 협주곡이 ‘2번’이면 ‘1번’도 있을 텐데, 들어보신 분? 거의 없을 겁니다. 2번 협주곡의 ‘히트 조짐’이 보일 법도 한 1번 협주곡은 어디로 갔을까요.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 협주곡을 네 곡 지었습니다. 2번이 가장 유명하고, 3번은 영화 ‘샤인’ 덕에 인기를 얻었죠.

1번은 모스크바음악원에 다니던 19세에 작곡했습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의 녹음이 있으니 들어보세요. 또 하나의 ‘팝 클래식’인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과 놀랄 만큼 비슷합니다. 시작을 선언하듯 떨어지는 피아노 음계, 곧 이어지는 선율, 간지럽게 튀어 다니는 스타카토까지요. 라흐마니노프가 학교에서 그리그의 작품을 공부하던 중 쓴 곡이라 그렇답니다.

이 작품은 왜 잘 연주되지 않을까요. 10대 학생이 남을 따라한 곡이기 때문일까요? 그럼 53세 라흐마니노프가 쓴 4번 협주곡은 어떤가요. 이 곡도 우리는 거의 들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재즈와 현대음악의 느낌이 납니다.

혹시 히트곡은 ‘승자독식’ 법칙으로 결정되는 걸까요. 2번 협주곡은 청중이 익숙해져 좋아하고, 그래서 또 연주되죠. 유명 피아니스트들이 2번ㆍ3번만 소개하니 팬들은 다른 작품을 만날 기회가 없고요. 다시 말해 ‘누가, 어떤 무대에서, 얼마만큼 자주’ 연주하느냐, 즉 마케팅이 중요합니다.

멘델스존은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발굴ㆍ소개해 히트시켰습니다.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바흐의 무반주 조곡을 발견해 이 음악이 요즘 휴대전화 벨소리에까지 들어가는 데 한몫했죠. 비발디가 살아 돌아오면 ‘사계’를 사방에 울려 퍼지게 홍보한 현악 합주단 ‘이무지치’에게 한턱내야 할 겁니다.

이처럼 연주자 잘 만나고, 타이밍 잘 맞아 히트한 음악만 우리는 듣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셋 중 1번만,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도 셋 중 1번만 듣는 게 아닐까요? 아니면 나머지 곡은 수준 미달인 걸까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죠. 하지만 안 들어보면 모른다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A 1·4번도 한번 들어보세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클래식을 담당하는 김호정 기자의 e-메일로 궁금한 것을 보내주세요.

중앙일보 클래식ㆍ국악 담당 기자. 서울대 기악과(피아노 전공)를 졸업하고 입사, 서울시청ㆍ경찰서 출입기자를 거쳐 문화부에서 음악을 맡았다. 읽으면 듣고 싶어지는 글을 쓰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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