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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봐도 보살된다’는 고려 불화 61점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 고려 후기, 비단에 색, 115.2×59.1cm, 일본 게조인(華藏院) 소장. 지장보살과 시왕 등을 한 폭에 그렸다. 지장은 중생을 교화·구제하는 보살이고, 시왕은 죽은 자에 대한 죄의 경중을 다루는 10명의 왕이다. 지장은 맨머리로 표현되나, 고려불화에선 두건을 쓴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불교미술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고려불화 61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이 G20정상회의를 기념해 마련한 ‘고려불화대전 - 700년 만의 해후’가 11일 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해 다음달 21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은 우아한 빛으로 가득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선명하진 않았지만 그림이 뿜어내는 기운은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흔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 G20정상회의 기념전



고려불화는 원나라 침공으로 강화도로 옮겨간 고려 조정이 몽고와 강화를 맺고 개경으로 환도한 1270년부터 약 120년간에 걸쳐 제작됐다. 이 짧은 시기에 제작된 그림은 전세계 160여 점밖에 남아있지 않는데다 그 중 10여 점만 국내에 있을 따름이다.



이번 전시 유물은 모두 108점. 고려불화가 61점이고 동시대 일본과 중국의 불화 20점, 조선 전기 불화 5점, 고려시대 불상과 공예품이 22점이다. 일본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총 44개 기관에서 작품을 빌려왔다. 관련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고려불화는 워낙 귀하기에 한두 점만 봐도 불보살의 경지에 이른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61점이라니. 수월관음도만 해도 12점이나 나란히 걸려 있어 비교해가며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아미타삼존도(阿彌陀三尊圖), 고려 후기, 비단에 색, 110×51㎝,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국보218호. 아미타불(그림 오른쪽)이 보살들을 거느리고 극락 왕생할 사람을 맞이하러 오고 있다.
고려불화의 특징 중 하나는 색채다. 민병찬 전시팀장은 “동시대 중국불화 보이는 청색이 고려불화에는 보이지 않는 등 이웃나라 그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는데, 지역마다 나는 안료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붉은빛만 해도 중국의 것은 조금 더 선홍에 가까운 반면, 고려의 것은 다소 어둡다.



조선 미술의 영향으로 한국의 미는 흔히 단순하고 검박한 것이 특징이라 알려져 있지만 고려불화는 눈에 띄게 화려하다. 특히 금가루를 아교에 갠 ‘금니(金泥)’로 표현한 영향이 크다. 중국이나 일본은 붉은 가사가 단색으로 표현되는 반면, 고려의 것은 당초문·모란문 등의 문양을 금니로 섬세하게 그려 넣었다. 가사자락의 주름을 섬세히 표현하는 것은 물론이요, 투명한 사라(紗羅·베일)에 직조된 무늬까지 그려 넣었다.



중앙박물관 미술부 배영일 학예연구사는 “물방울 무늬의 광배가 전신을 감싸 ‘물방울 보살’로 불리는 일본 센소지 소장 수월관음도는 금니를 머리카락 한 올 짜리 붓으로 찍어 그렸으리라 추정될 정도로 그 섬세함이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고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아야만 보인다. 조선 전기까지 고려불화의 기법이나 도상이 전해지긴 하나 그 섬세함은 확연히 떨어진다. 고려불화의 발원문에는 ‘나라가 태평하고 임금은 하늘처럼 오래 사시고 왕비는 만년토록 오래 사시기를’이란 문구가 흔히 등장한다.



고려불화는 단순히 인간의 손이 그린 것이 아니었다. 호국과 성불의 염원이 그려낸 그림이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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