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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남한산성’ 보면 보인다 … 한국 창작 뮤지컬 세 가지 약점

뮤지컬 ‘남한산성’. 지난해 초연된 대형 창작 뮤지컬이다. 성남의 대표 유적지인 ‘남한산성’에 스토리텔링을 입힌다는 전략으로, 성남시가 주도했다. ‘관 뮤지컬’임에도 김훈의 원작 소설 덕인지 뮤지컬엔 문학적 향취가 그윽했다. 올해 재공연은 지난해보다 나아졌다. 기생 매향과 초홍이라는 인물이 빠지면서 혼잡함을 덜어냈고, 메인 테마곡인 ‘나는 무엇이냐’ 등은 호소력이 더 강했다. 성기윤(인조)의 탁월한 곡 해석, 김수용(오달제)의 애절한 음색도 매혹적이었다.



호소력 짙은 노래, 애절한 음색 … 딱 거기까지

뮤지컬 ‘남한산성’에서 청나라 앞잡이 정명수를 연기한 최재림. 풍부한 성량으로 무대를 장악했지만, 연기 면에선 미흡했다. [성남아트센터 제공]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툭하면 ‘이 장면이 왜 여기서 나오지?’란 의문을 갖게 했다. 따지고 보면 이건 뮤지컬 ‘남한산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고질적인 취약점이 ‘남한산성’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① 디테일이 없다=2막 후반부, 인조는 청군에 항복한다. 그 유명한 ‘삼전도의 굴욕’이다.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고개를 숙이는 이 대목을 뮤지컬에선 인조의 인형을 등장시켜 강렬히 묘사한다.



가장 비극적인 장면, 하지만 객석은 썰렁하다. 아니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 참혹함은 오히려 거부감으로 변한다. 왜? 사전 정지 작업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뮤지컬엔 켜켜이 쌓여가는 감정의 응축이란 게 없다. 그저 머리 속으로만 “지금 여기부터 슬프다” “기뻐해야 해”라고 강요하는 듯하다. 개연성이 없이 툭 던져진 상황이기에 표현 역시 자극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귀가 찢어질듯한 굉음과 함께 인형을 땅바닥에 아홉 번이나 내리 찍는 거다.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사전 과정이 구체적으로 묘사 됐더라면? 인조가 그저 고개를 한번 숙이는 것으로도 눈물이 핑 돌지 않았을까.



② 인물을 나열하다=1막 후반부, 주화파 최명길과 척화파 김상헌은 팽팽히 맞선다. 그리고 노비에서 청군 통역관으로 신분 상승한 정명수의 위력행사, 삼학사 중 한명인 오달제의 절규 등이 한달음에 이어진다. 뮤지컬 ‘남한산성’에서 가장 완결성이 빼어난 대목이다.



하지만 2막은 딴판이다. 정명수와 청군의 갈등, 정명수와 난생의 사랑, 평민인 훈남·순금의 에피소드 등 갈지자를 걷는다. 스토리의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할 척화파와 주화파의 대립은 슬그머니 증발한 채, 곁가지의 인물들이 나열식으로 무대를 채울 뿐이다. 제작진은 “도식적인 영웅 캐릭터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모든 인물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인물과 이야기를 그저 펼쳐 놓기만 한 채 어느 것 하나 마무리를 못한 모양새다.



③ 왜 지금 노래하지?=1막 초반부, 오달제는 최명길을 없애기 위해 남한산성으로 향하려 한다. 그 순간 오달제와 아내 남씨는 애절한 노래를 한다. 사뭇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이별의 노래다. 왜 굳이 아내를 떨어뜨려야 하는지, 왜 이토록 비장한지 가늠할 길은 없다.



무엇보다 “나 가겠소”라고 말하지 않고 애틋한 듀엣곡을 불러야 하는지 갸우뚱하다. 뮤지컬 노래가 일반적인 노래와 다른, 가장 큰 차이는 ‘동기’다. 즉 대사로만 그 순간을 표현하기엔 부족해, 그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을 노래로 토해내는 거다. 그래야 말하다 갑작스레 노래를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고, 극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된다. 노래 한 곡 자체의 완성도는 있지만, 노래를 하기까지의 과정이 영 어설프다는 점, 한국 창작 뮤지컬의 결정적 약점이다.



▶ 뮤지컬 ‘남한산성’=17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3만∼7만원. 031-783-8000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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