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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는 부족하고 월세는 넘쳐 … 월세 이율은 사상 최저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는 준공 후 2~3년밖에 되지 않은 아파트가 2만4000여 가구나 몰려 있다. 옛 잠실주공 1~4단지와 잠실시영 단지의 재건축으로 생겨난 아파트들이다. 그런데도 전셋집을 얻기가 쉽지 않다고 주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말한다. 생활·교육 여건이 좋고 교통이 편리한 입지조건 때문에 전세를 찾는 사람은 많은데 전세 매물은 매우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2년 전 2억2000만~2억7000만원이었던 110㎡짜리(공급면적 기준, 약 33평) 아파트의 전세가는 최근 4억~4억5000만원으로 치솟았다. 반면 보증부 월세는 매물이 풍부해 세입자가 원하는 시기에 언제라도 입주할 수 있는 형편이다. 월세를 얻을 경우 보증금 5000만원에 매달 190만~200만원을 내야 한다.

이 지역에서 110㎡짜리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전세를 줬던 A씨는 최근 한 채를 월세로 돌렸다. 전세 보증금은 2억5000만원이었지만 월세로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 200만원으로 계약했다. 전세와 월세의 보증금 차액(2억원)은 다른 한 채의 전세에서 보증금을 올려 받은 것으로 충당했다. 예전 같으면 양쪽 전세의 보증금을 모두 올려 받아 그 돈으로 세 번째 집을 장만했겠지만 올 들어 집값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한 채는 안정적 수입이 보장되는 월세를 선택한 것이다.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돌려 발생하는 수익률(월세 이율)은 0.5% 수준. 연 이율로 환산하면 6%가 약간 넘는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서울 지역의 평균 월세 이율이 0.86%인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싸게 월세를 준 셈이다. 그럼에도 연 3~4%의 저금리에 세금(이자 소득의 15.4%)까지 떼어가는 은행 예금보다는 유리하다는 것이 A씨의 판단이다.

잠실3동에서 영업하는 우리공인중개사 송은아 대표는 “입주 초기 계약한 전세의 2년 만기가 돌아오자 전세를 월세로 바꾸길 원하는 집주인이 크게 늘었다”며 “주로 연세 드신 분들이 고정수입을 얻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월세 이율은 업계 관행상 1%를 기준으로 하지만 잠실 지역에선 이보다 훨씬 낮게 형성된다”며 “월세 이율이 0.5%라도 현금으로 200만원씩 지출하려면 웬만한 세입자들에겐 큰 부담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집주인과 세입자가 타협해 110㎡짜리를 보증금 2억3000만원에 월 100만원의 ‘반전세’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전세는 전세 보증금을 시세의 절반 정도만 내고 나머지 절반을 월세로 하는 것을 가리키는 중개업계의 용어다.
 
집값 대비 전셋값 비중 3년 만에 최고
올 들어 집값 하락, 전셋값 상승의 흐름은 부동산 투자의 고정관념을 바꿔놓고 있다. 지금까지 부동산 투자가 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었다면 최근엔 임대수익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흔히 전세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제도라고 지적한다.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봐야 이자소득세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그럼에도 전세라는 제도가 장기간 인기를 끈 이유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주택금융이나 대출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전세를 끼고 집을 사면 적은 자본으로 투자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전세가 레버리지(지렛대) 투자의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그러나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활성화되고 집값이 하향 안정되면서 집주인 입장에선 전세의 매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세입자들은 여전히 고정지출의 부담이 없고 만기에 원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를 선호한다. 이에 따라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수요-공급의 불일치가 커지는 상황이다.

국민은행 부동산조사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가는 4.2% 올랐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가가 2% 떨어진 것과 대조된다. 집값을 100이라고 할 때 전셋값의 비중은 지난달 43으로 2007년 7월 이후 3년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전세의 매물 부족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국민은행이 서울 지역 중개업자들을 대상으로 전세 수급동향을 물어본 결과 열 곳 중 여덟 곳(80.9%)이 ‘공급 부족’이라고 대답해 올 들어 가장 많았다.

월세는 별도의 가격 통계가 없다. 대신 월세 이율을 살펴보면 월세 가격의 변동을 가늠할 수 있다. 지난달 서울 지역 월세 이율은 0.86%로 국민은행이 조사를 시작한 2001년 8월(1.17%) 이후 가장 낮았다. 전세 보증금 1000만원을 월세로 돌리면 평균 8만6000원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월세 이율의 하락은 월세를 다소 적게 받더라도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싶어 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 지역 월세 이율은 전국 평균(0.95%)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현재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와 월세의 비중은 각각 6대 4 정도를 차지한다.

오피스텔 투자는 공실률에 유의해야
김일수 씨티프라이빗뱅크 부동산팀장은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하더라도 예전처럼 큰 폭의 시세차익을 얻기는 쉽지 않다”며 “은퇴자나 은퇴를 앞둔 사람들 사이에서 매달 꾸준한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월세를 놓기에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집값 대비 전셋값의 비중이 높은 아파트 단지와 ▶공실률이 낮은 오피스텔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의 김주철 리서치팀장은 “현재 아파트 단지에 따라선 전셋값이 집값의 70~80%에 달하는 곳도 있다”며 “이런 곳에 투자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높은 임대료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시세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철 팀장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래미안유니빌 62.81㎡짜리의 경우 최근 매매가는 평균 1억9250만원, 전세가는 1억3500만원이다. 집값 대비 전셋값의 비중은 70%가 넘는다. 그러나 해당되는 집이 48가구에 불과해 매물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다. 경기도 지역은 매물이 풍부한 편이다. 고양시 화정동 달빛부영아파트의 62.42㎡짜리(1009가구)는 집값(1억3520만원) 대비 전셋값(9250만원)의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다만 준공연도가 1996년이란 점은 고려해야 한다. 평촌신도시의 샛별한양4차 1단지 56.2㎡짜리(1112가구)도 집값(1억4750만원)에 비해 전셋값(9750만원)의 비중이 66.1%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준공연도는 93년이다.

다른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조민이 리서치팀장은 “역세권 등 입지조건이 유리한 오피스텔을 잘 고르면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피스텔에 투자할 때는 월 임대료에 앞서 공실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임대료가 아무리 높아도 공실이 생기면 투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조 팀장은 서울 강남 지역에선 강남구 역삼동 성호메이플라워멤버스빌의 임대 수익률이 연 8.17%로 비교적 높게 나온다고 소개했다. 이곳 오피스텔 39.66㎡짜리의 매매가는 1억2000만~1억2500만원, 임대료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 80만원이 일반적이다. 강북 지역에선 동대문구 용두동 대명랜드마크타워 49.58㎡짜리를 유망 투자대상으로 꼽았다. 최근 시세인 9100만~9500만원에 오피스텔을 사서 보증금 500만원에 월 60만원의 임대료를 받으면 연 8.18%의 수익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경기도 지역에선 7000만원 이하의 소액으로 투자할 만한 오피스텔도 드물지 않았다. 시흥시 정왕동 파인힐 39.66㎡짜리의 경우 최근 매매가는 4400만~4600만원, 임대료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 32만원이다. 조 팀장은 “이 경우 연 9.6%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월세용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당장의 임대료 수입만 보지 말고 주변 여건과 향후 전망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일수 팀장은 “한때 테마형 상가가 유망하다며 사람들이 많이 몰렸으나 최근 경매시장에는 테마형 상가 매물이 많이 나와 있다”며 “남들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쏠리지 말고 열심히 발품을 팔며 시장조사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나 오피스텔도 입지조건이 불리한 곳은 수익률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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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