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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서부개척사가 시작된다

헨리 폰다, 그레고리 펙, 존 웨인 등 6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서부개척사(How the West Was Won?)’라는 영화가 있다. 뉴욕을 떠나 3대에 걸쳐 서부로 이주한 한 가문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 서부 개척의 역사를 그린 대작 영화로 중장년층엔 아련한 향수로 남아 있다.

미국의 발전은 서부 개척과 함께 이뤄졌다. 1783년 파리조약은 미국의 영토를 미시시피강 동쪽으로 규정했으나, 1800년대 들어 매입과 할양 등으로 태평양 연안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1849년 캘리포니아 금광 발견을 계기로 시작된 서부 이주는 대륙횡단철도 등 인프라 투자가 더해지면서 본격화됐다. 1890년 연방정부 차원에서 프런티어의 소멸이 공식 선언됐지만 서부시대의 개척정신과 자원개발, 산업화는 미국이 유럽을 제치고 세계 최강대국으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의 서부 개척에 버금갈 만한 대역사가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개방 초기 중국은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에 입각해 동부 연해지역을 우선 발전시키는 불균형 발전전략을 썼다. 그러나 성장 과정에서 불거진 소득불균형과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속적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공산당은 2000년 ‘서부대개발’을 선언했다.
중국의 서부는 통상 신장자치구, 티베트, 쓰촨, 산시, 윈난, 충칭직할시 등 12개 지방을 일컫는다. 지금이야 낙후된 지역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 통일왕조의 기틀이 형성된 진(秦)과 당(唐) 왕조의 중심무대였고, 촉(蜀)나라 유비의 활동영역이기도 하다. 중국 전체 면적의 71%, 인구의 28%를 차지하고 석유, 천연가스, 철광석뿐 아니라 희토류 광물자원의 대부분이 매장돼 있는 요충지다.

2000년부터 10년간 진행된 1차 서부대개발은 120건의 인프라 구축사업에 총 2조2000억 위안(약 374조원)이 투자됐다. 최근 후진타오 주석은 향후 10년간 서부지역에 국가 에너지산업과 자원가공업, 신흥전략사업 기지를 집중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산시-쓰촨-충칭을 잇는 서삼각경제권(西三角經濟圈)이 주장(珠江), 창장(長江) 및 환발해만(環渤海灣) 경제권에 이어 중국의 제4대 경제성장 축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간기업의 투자도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해안도시를 떠나 서부로 몰려들고 있다. 대만계 타이어업체인 양수는 지난 7월부터 충칭에 10억 달러를 들여 연 1000만 개 규모의 중국 최대 타이어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아이폰 제조업체로 잘 알려진 팍스콘 역시 이곳에 노트북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일본계 미쓰비시도쿄 UFJ은행과 미즈호은행 등은 지점을 열고 기업의 투자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서부대개발은 우리 기업에도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올 들어 동부지역에는 고정자산 투자를 억제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서부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승인하는 프로젝트는 예외가 인정된다. 쓰촨 대지진 이후 서부개발 중심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시안에는 신흥 부유층이 급속히 늘면서 고급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나 인건비가 동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데다 아직 외국 기업의 진출이 많지 않아 극심한 경쟁에 노출되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서부내륙의 요충지를 중심으로 대형 할인마트와 물류기지 등을 선점하는 전략을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 미비한 물류 인프라와 국제화 정도를 우려해 서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중 이렇다 할 규모를 갖춘 곳은 드물다. 섣부른 중국사업 철수를 고민하기보다는 10년 대계를 가지고 서부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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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