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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세상을 좀먹는 ‘사이버 좀비’

좀비(zombie)는 죽은 뒤 다시 살아나 움직이는 시체를 말한다. 맥스 브룩스는 좀비와 인류의 전쟁을 소재로 세계대전Z라는 과학소설(SF)을 썼다. 좀비에게 물리면 바이러스에 전염돼 48시간 안에 죽고, 그로부터 몇 분 후면 다시 살아나 다른 사람을 쫓는다. 움직이는 속도는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느리다. 지능이 낮아 차 안에서 좀비가 되면 안전벨트를 풀지 못하고 끊임없이 버둥거린다. 이런 좀비의 습격에 인류는 거의 멸망의 위기에 빠진다. 워낙 순식간에 늘어나기 때문이다.

좀비 문제는 초기에 막을 수도 있었다. 중국 정부는 좀비 전염병이 생긴 것을 숨겨 전 세계로 번지게 방관한다. 미국은 전문가들의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 북한은 철저한 고립을 고집하다가 전 국민이 좀비가 되고 만다. 그 와중에 위장약을 좀비 백신이라고 속여 팔아 엄청난 부를 거머쥔 악덕 기업가도 나온다. 소설이라고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지금 이 땅에서도 온라인상에서 돌아다니는 ‘사이버 좀비’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배추값 급등 사태를 보자. 지난달부터 배추 한 포기에 1만원을 넘나들자 인터넷에는 당장 ‘4대 강 사업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타났다. 급기야 공방은 정치권까지 번졌다. 야권은 “4대 강 사업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정부와 한나라당은 “날씨 탓”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4대 강 둔치 내 채소 재배 면적은 3662ha로서 전체 채소 재배 면적(26만ha)의 1.4%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날씨 탓’이나 ‘4대 강 탓’이나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 짜깁기한다는 점에서 좀비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채소값 급등 경고는 이미 올 4월에 나왔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당시에 “4대 강 사업으로 줄어드는 농경지는 2만7000ha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가운데 30%를 시설채소(비닐하우스)라고 잡으면 전체 시설채소 재배 면적(5만ha)의 16%가 줄어드는 셈이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상추나 토마토·오이 등 비닐하우스에서 주로 키우는 채소는 대체지를 마련할 때까지 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최근 채소값 폭등은 물론 기후 탓이 가장 크고, 하천 둔치에서 재배하지 않는 고랭지 채소인 배추나 무 값의 상승은 4대 강 사업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학자다운 분석이고, 실제로 비닐하우스가 줄어들지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그런데도 인터넷에서는 상대를 비난하는 재료로 쓰기에만 바쁘다.

채소값만이 아니다.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좀비는 다양하다. 이제는 “산지에서 1000원 하는 배추가 1만원에 팔리는 것은 악덕 중개상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커진다. 작황 예측이 어렵고 가격 변동이 큰 탓에 일종의 선물거래로 ‘밭떼기’나 ‘계약재배’가 발달했다는 점은 무시한다. 이한구 의원(한나라당)이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빚을 포함한 실질적인 국가 부채는 1600조원에 달한다”는 자료를 내자 인터넷에는 바로 “참여정부 시절 300조원이던 나라 빚을 삽질 좋아하는 MB가 1600조원으로 늘렸다”고 성토하는 글이 나온다. 이 의원 기준으로는 2007년 부채 규모가 1400조원이 넘는다는 점은 쏙 빼놨다. 가수 타블로의 스탠퍼드 대학 졸업 공방은 급기야 경찰이 나서 “졸업한 것이 맞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소설에서 좀비는 먹지도 숨쉬지도 않는 존재라 바다 속에 던져 넣어도 끊임없이 기어 나온다. 사이버 좀비도 마찬가지다. 이달 말부터 남도산 배추가 나오면 4대 강 타령은 잦아들 것이다. 의혹 제기에 앞장선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들 역시 당분간 ‘잠수를 탈(접촉을 끊고 은둔할)’ 것이다. 하지만 또 어떤 좀비가 나타날지 알 수 없다.

독일의 사회과학자 노엘레-노이만은 1966년 ‘침묵의 나선 이론’을 내놓았다. 사람들은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 다수라고 생각하면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만, 소수라고 판단하면 입을 다문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회오리 모양으로 진행되면서 목소리만 큰 소수의견이 대세가 되기도 한다. 노이만은 매스미디어가 어떻게 권력을 갖게 되는지 규명하려고 이 이론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이버 좀비가 어떻게 온라인 여론을 장악하는지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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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