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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K’ 닮아가는 콩쿠르

어느 케이블TV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온 국민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과 영국에서 크게 흥행한 기록을 가진 형식의 쇼를 한국적으로 재탄생시킨 이 프로그램은 처음엔 ‘대국민 오디션’이라는 화려한 부제 아래, 노래만 잘하면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고 모두를 유혹합니다. 단, 그 노래를 잘한다는 것이 자그마치 수십만 명이 참가한 예심을 통과한 후에도 단계마다 끊임없이 주어지는 갖가지 과제를 무사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이 일련의 과정에서 ‘노래만 잘해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외모 지상주의 사회에서 얼굴이 더 예쁜 참가자가 높은 점수를 받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재력 없이 힘겹게 살아온 참가자가 동정을 받는 것을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니 말입니다. 대중에게 끊임없이 자극제를 주려는 방송사는 노래와는 별 관련이 없는 참가자의 면면, 이를테면 외모나 개인사, 스타성에 더욱 반색하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쇼의 모태가 바로 클래식 음악계의 ‘콩쿠르’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현재 활동하는 많은 음악가도 이것을 발판삼아 세계무대에 등장했습니다. 물론 저도 예외가 아닙니다. 피아노를 시작한 지 갓 1년밖에 안 된 여섯 살 꼬마 시절 처음 나간 그 순간부터 지난해에 참가했던 반 클라이번 콩쿠르까지,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의 절반은 콩쿠르와 함께 보낸 셈입니다.

물론 콩쿠르가 주는 이점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어린 음악도들에게는 뚜렷한 목표 아래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게 좋은 교육이 되기도 하려니와 자신의 실력을 상대적으로 판단할 척도가 되기도 하고, 또래들의 다양성을 접할 수 있는 수용의 장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근래에는 유달리 이 콩쿠르가 끝나면 저 콩쿠르로 이동하는 이른바 직업형 콩쿠르 참가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중 순수하게 경쟁이 좋아 뛰어드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음악가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란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매우 주관적인 것이 음악이기에 그 기회는 때로 사람 간의 관계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물리적인 배경에서 출발하기도 하며, 혹은 잔인하리만치 단순히 운에 좌우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하늘이 돕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실력을 가졌더라도 여러 사람의 눈에 띄어 연주활동을 이어가는 일이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습니다.

바로 여기서 떨칠 수 없는 콩쿠르의 매력이 어필하는 것입니다. 일단은 ‘누구에게나 그 기회를 준다’는 사실이 말이지요. 다른 어떤 외부적 환경 없이도 실력만 있으면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공정한 무대로 보이기도 합니다. 마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시작처럼 말이죠. 그러나 그 실체는 어떨까요?

음악 외적인 요소들이 크게 작용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여기에는 달라진 시대상이 크게 한몫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콩쿠르 대여섯 개에 입상하기만 하면 직업음악가로서의 편안한 삶이 보장되던 반세기 전과는 달리, 요즘에는 세계 각지에서 하루에도 몇 개씩 콩쿠르가 열립니다. 그러다 보니 공연기획사들은 콩쿠르 입상자들에게 큰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고, 콩쿠르 주최 측은 그런 공연기획사들을 설득하기 어려워지므로 내다 팔기 쉬운, 보다 상품성 있는 참가자를 지지할 수밖에 없게 되는 순환구조가 거듭되는 것입니다. 오락성이 다분한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별반 다를 것이 없지요.

누가 먼저 결승 지점에 골인하는지를 모두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포츠와는 달라 우열의 가림 역시 그 기준이 모호하기 짝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승의 요건은 결국 최대한 많은 사람이 ‘토를 달지 않는 것’인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마치 0점에서 가산점을 하나씩 붙여 점수를 완성한다기보다는 100점에서 흠 잡을 구석이 생길 때마다 하나씩 깎아내려 마지막 남은 점수를 세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결국에 우승자란 말 그대로 서바이버, 모든 관문을 무탈하게 통과한 사람이 될 테니까요.

음악을 두고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진대 그 과정 자체도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으니 음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경쟁은 경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 순간에도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 경쟁을 평가하고 있는 사람, 경쟁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 모두와 나누고 싶은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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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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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