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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살아남은 자들의 행복해지기

어젯밤 늦은 귀갓길에 머릿속을 계속 맴돈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난 7일 남편과 함께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떠난 ‘행복 디자이너, 희망 전도사’ 최윤희씨였습니다. 육신을 괴롭혔던 질병의 고통이 얼마나 컸으면 스스로 목숨을 버렸을까요. 더구나 평소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부르짖던 사람이 말이죠.

빈소라도 있으면 찾아가서 고인의 명복도 빌고 행복과 희망의 의미도 되새겨볼까 했지만, 그는 그 빈소마저 가지고 여행을 떠나버렸습니다. 그는 ‘떠나는 글’이란 제목의 유서에서 “통증이 너무 심해서 견딜 수가 없고 남편은 그런 저를 혼자 보낼 수는 없고, 그래서 동반 떠남을 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어쨌든 그는 떠났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별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죽으면 과연 영혼이 어디론가 떠나가는 것일까. 그게 저세상일까. 아님 그게 차원이 다른 먼 우주에 영혼들만이 모여 사는 곳이 있는 건 아닐까….’

미국의 발명가 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그의 책 『특이점이 온다』에서 “육체는 일시적이다. 몸을 구성하는 입자들 대부분이 거의 매달 새것으로 교체된다. 영속성을 지닌 것은 몸과 뇌의 어떤 패턴들뿐이다. 사람이 죽으면 패턴이 유실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최윤희씨의 ‘여행’은 없습니다. 그저 패턴이 정지해 버리면서 무(無)의 상태가 되는 것일 뿐입니다. 커즈와일의 말대로라면 삶은 너무 허무합니다. 저는 최씨의 영혼이 지금 남편과 손을 잡고 먼 우주를 헤엄쳐가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의 죽음을 접하고 받은 또 하나의 충격은 남편과 같이 세상을 떠났다는 점입니다. 남편 김모씨가 목숨으로 보여준 아내 사랑의 순애보에 저는 머리에 쇠망치를 맞은 듯 멍해졌습니다. 김씨는 고희를 넘긴 나이입니다.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뉴스가 심심찮게 쏟아지는 세상에서 김씨의 행동은 감히 따라 하기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남편 김씨는 아내 최윤희씨의 자살 시도를 막기 위해 무진 애를 썼습니다. 자살하러 집을 떠난 아내를 찾아 해남 땅끝마을까지 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 아내의 결정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아내가 떠나는 영원의 여행에 동반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해봅니다. 혼자 긴 여행을 떠나려는 아내와, 그 아내를 붙잡는 남편이 눈물의 실랑이를 벌입니다. 자살하려는 아내를 말리며 속을 태우다 결국 아내의 자살을 도와주고 자신도 목숨을 끊겠다고 결심한 김씨의 마지막 심정을 헤아려 봅니다.

일요일인 오늘은 살아남은 자들의 행복해지기를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양가 부모님과 아내, 아이들, 친구, 직장 동료…. 내 주변을 둘러보고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희망을 주는가를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떠난 최윤희씨도 남은 자들의 행복과 희망을 부정하지 않았을 겁니다. 유서 속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표현에서 그의 맘을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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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