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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하우스’서 영접 … “역대 최상 한·미동맹 보여줘”

미국은 7일 밤(현지시간) 제42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의 개막 행사인 한국 대표단 환영연을 국빈 숙소인 ‘블레어하우스’에서 열었다. 백악관에서 도로 하나 건너편에 있는 이 유서 깊은 건물은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한국을 침공한 직후 해리 트루먼 당시 미국 대통령이 숙고를 거듭한 끝에 참전을 결심한 장소다. 2008년 4월 미국을 방문해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선에서 유지하기로 합의한 이명박 대통령이 이틀 밤을 묵었던 곳이기도 하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오른쪽)이 8일(현지시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위해 펜타곤에 도착한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두 장관은 이날 한·미 국방협력지침 등 3가지 문서에 서명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이 한·미 동맹의 역사적 순간들을 상징하는 곳에서 환영연을 열며 우리를 배려한 것은 동맹이 역대 최상의 상태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2012년에서 2015년으로 조정한 후 처음 열린 이번 SCM에선 이 같은 한·미 간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 문서 3개가 전례 없이 동시에 합의됐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국빈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
◆확장억제 정책위원회 신설=이번 SCM의 가장 큰 성과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41차 SCM에서 그해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단행한 데 대한 대응책으로 ‘확장된 (핵)억제력’을 한국에 제공키로 약속했다. 북한의 핵 위협을 막기 위해 핵 우산 외에도 첨단 재래식 전력도 함께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1년 만인 이번 SCM에서 합의된 ‘확장억제 정책위원회’는 이 약속과 관련해 처음 나온 구체적 실행 방안이다. 이 위원회는 양국 국방부 국장급 관리를 공동위원장으로 해 매년 1∼3회 개최될 예정이다.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 정보를 공유하고 이에 맞는 핵 억제 정책을 협의하는 게 골자다.

미국은 핵심 우방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국들과 ‘핵기획단(NPG)’을 마련해 러시아 등을 상대로 확장 억제 방안을 협의해 왔다. 그러나 유럽 바깥 지역에서 동맹국과 상설 확장 억제기구를 마련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만큼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한국의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라며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국민들의 안보불안을 해소해줄 것이며, 북한에 대해선 핵 도발을 단념하라는 한·미의 강력한 억제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다만 이 위원회의 위상은 나토의 핵기획단과 차이가 있다. 핵기획단은 나토 회원국들이 핵 억제와 관련해 공동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기구다. 한 나토 회원국의 주장이 핵기획단에 채택되면 미국도 이를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한·미 간의 ‘확장억제 정책위원회’는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라 정책대안을 협의하는 기구 선에서 출발할 것이라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전작권 전환 후속조치=이번 SCM에서 미국은 2015년 전작권 전환이 완료된 뒤에도 한국군의 전력에 취약점이 남아 있을 경우 ‘보완 전력(bridging capability)’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또 동맹이 지속되는 한 핵우산·전략정보 등 미국이 제공해온 대북 억제력을 계속 제공한다는 약속도 재확인했다. 전작권 전환의 로드맵 격인 ‘전략동맹 2015’ 문서를 통해서다. 한·미 정상이 전작권 전환 시점을 연기하는 데 합의했음에도 국내 일각에서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안보 불안을 해소해줄 또 다른 성과로 평가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5년 전작권이 최종 전환돼도 우리 군 전력에 부족한 점이 발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에 따라 미국과 보완전력 제공에 합의했지만, 전작권 전환 시점을 또다시 연기할 여지를 남겨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G20’ 공조와 북한 급변사태 대비=우리 정부가 올 하반기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11월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대해 미국은 자신들의 국익에도 중요하다고 선언하고 북한의 방해를 막는 데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임을 약속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서해나 비무장지대에서의 국지성 도발이나 도심 테러 등 예상되는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미국의) 인공위성과 항공통제체제 등 첨단 정보시스템을 지원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미는 지난달 28일 열린 북한의 노동당 대표자회의를 계기로 가시화된 3대 세습 움직임과 관련해 후계자 김정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북한 급변사태 대비책을 깊이 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강찬호 기자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매년 열리는 한국과 미국 국방장관 간 주요 군사정책 협의·조정회의. 1968년 북한의 1·21 무장공비 남파사건 대응책 논의 과정에서 양국 국방장관회의 개최에 합의했다. 3차 회의까지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었으나 71년 서울에서 열린 4차 회의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SCM서 합의한 3가지 문서

한·미 국방장관이 이번 SCM에서 서명한 국방협력지침·전략동맹(SA) 2015·전략기획지침 등 세 가지 문서는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전환에 따른 한·미 협조 내용과 미래 동맹의 청사진을 담고 있다. 세 가지 문서 가운데 최상위는 국방협력지침이다. 21세기 포괄적 전략동맹의 밑그림과 한·미 동맹 강화 분야가 적시돼 있다. 정보 공유, 북한 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향상, 확장 억제 정책위원회 설치 등이 그것이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한·미 동맹 미래비전’을 실현하고, 양국의 포괄적인 안보협력을 확대·심화시키기 위한 지침이라 할 수 있다.

‘전략동맹 2015’는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이행 문서다. 양국이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함에 따라 취해야 할 구체적인 계획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전작권 전환과 동시에 추진될 주한미군 재배치, 정전관리 책임조정 등이 그것이다. 미국은 이 문서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미군 보완전력을 제공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전략기획지침은 전작권을 한미연합사에서 한국군으로 전환한 뒤 적용할 새 한반도 연합작전계획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지침에 따라 현재 연합사의 ‘작전계획 5027’을 대체할 한국군 주도의 ‘작전계획 5015’가 작성될 예정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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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