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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리포트] “배추 파동은 천재지변 … 30년 농사에 처음”

7일 밤 11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내 배추 경매장. 중도매인들이 경매 차량을 따라 산지에서 트럭에 실려 온 배추를 경매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7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운교1리 김순열(53)씨 배추밭. 중국인 인부 7명이 부지런히 밭고랑을 오가며 배추를 망에 담고 있었다. 1망에 배추 세 포기를 담는 작업을 마친 이들은 작은 트럭을 이용해 서울 가락동과 인천으로 출하하기 위해 대기 중인 큰 트럭(4.5t)으로 배추를 옮겼다.

이날 출하된 배추는 김씨가 봄 배추에 이어 2기 작으로 심어 8월 10일 산지유통인 방민혁(63)씨에게 7500만원에 판매한 4만㎡(1만2100평)의 배추밭 가운데 일부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포기당 산지 가격은 516.5원.

김씨는 “30년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배추 파동은 처음으로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 값이 폭등해 내년에는 너도나도 배추를 심어 값이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방씨의 생각도 비슷했다. 7명이 동업하며 8월 초 여러 곳에 배추밭을 사들였다는 그는 트럭이 출발하기 앞서 발송장을 주기 위해 밭에 왔다. 35년 채소 장사를 했다는 그는 “단군 이래 이 같은 배추 파동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추는 70~75일이면 통이 차 출하하는데 그 기간 동안 55일 정도 비가 왔다”며 “4대 강 사업으로 비싼 배추를 대신할 채소가 출하되지 않은 것도 배추값 폭등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배추값 폭등 후 정부 정책에 대해 방씨는 “서울시 등이 약간 싼값으로 배추를 공급하는 것은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근본 대책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가락시장 경매가가 예상보다 20% 정도 낮게 형성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김씨와 방씨는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지구 온난화로 기상이 많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대한 대책으로 김씨는 산지에 대형 저온저장고를 설치해 정부가 직접 물량을 비축하는 등의 정책을 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방씨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파종조사를 해 물량을 조절하는 것도 미래 배추 파동을 막는 길이라고 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추파동 피해자는 소비자만이 아니다.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작업반장은 “출하량이 줄어 그만큼 일거리가 없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예전 같으면 오전과 오후 두 트럭씩 하루 네 트럭 정도의 일을 했지만 이날은 두 트럭 작업에 그쳤다. 트럭 기사의 수입도 줄었다. 이날 가락동시장에 배추를 실어 나른 채수종(54)씨는 “출하 물량이 크게 줄면서 덤핑 현상이 나타나 여름배추 출하기보다 3만~5만원 수송비가 적은 데다 차량 운행 횟수도 일주일에 2~3회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중국인 인부가 배추 출하를 끝낸 밭에는 한국 여성 인부 7명이 우거지를 수거했다. 김치공장에서 우거지를 무료로 조달하던 충북 청원 소재 우거지공장은 배추파동으로 인한 김치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우거지 확보가 어렵자 직접 산지를 찾았다는 것이다. 이 공장은 1인당 임금 4만5000원에 인부를 고용, 하루 50~70부대(40㎏ 쌀자루)를 수거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10시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내 배추 경매장. 중도매인 김모(48)씨는 “이건 지진이나 해일 같은 천재지변이다”며 “산지 상인들이 밭뙈기로 돈을 벌고, 중간 상인들이 마진을 크게 붙인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5t 트럭 20대분의 배추가 나올 것이라 예상됐던 밭의 경우, 2대분만 나오는 꼴이라 소득이 적어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중도매인 양모(55)씨는 “추석 때 1망(3포기)을 3만6000원에 낙찰 받아 2만 5000원에 팔기도 했다”며 “그게 폭리냐”고 되물었다. 그는 “언론과 정부에서 ‘금치’며 ‘김장 대란’이며 겁을 주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겨 밑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울시의 ‘배추 특별 공급’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중도매인 한모(51)씨는 “아무리 마진을 적게 붙여도 시가 공급하는 가격(시중가의 70%)으로는 제공할 수 없는데 소비자들은 그 가격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후 11시. 경매가 시작됐다. 이날 가락시장에는 5t 트럭 46대가 들어왔다. 495t, 14만8800포기다. 15분여 만에 끝난 이날 경매가는 1망에 8000원에서 2만4800원. 평균가는 1만 5000원(1망)으로 전날에 비해 1000원가량 내려갔다. 강원 평창에서 온 김순열씨의 배추는 1망당 1만5900원에 낙찰됐다. 8일 오후 5시, 서울 경동시장에서 팔린 평창산 배추 중품 가격은 포기당 5000~7000원에 팔렸다.

평창=이찬호 기자, 서울=임주리 기자
홍혜현 객원기자(KAIST 교수)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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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