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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흐름 읽기] 중국은 지금

중국의 파워는 독서 시장에서도 실감된다. 중국 관련 책이 쏟아진다. 그런 가운데 특징적 흐름이 감지된다. 2008년이 하나의 기점이다. 그 이전과 이후의 출판물이 구분되는 양상이다. 2008년 이전엔 중국의 전통 문화와 경제 성장에 대한 일반적 소개가 주류를 이뤘다면, 요즘은 정치경제적 접근이 많아졌다. 지구촌의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번 주 신간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국부책(國富策)』 『패권전쟁』 등 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모두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이후의 사태를 배경으로 한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마틴 자크 지음, 안세민 옮김, 부키, 620쪽, 2만5000원
◆도광양회에서 돌돌핍인으로=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부상은 가속화됐다. 목소리도 커졌다. 중국의 외교전략은 ‘도광양회 (韜光養晦: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림)’로 표현됐었다. 최근엔 ‘돌돌핍인(咄咄逼人:기세등등하게 호통치며 상대방을 윽박지름)’이 회자된다. 도광양회에서 돌돌핍인으로의 변화. 그 저변에서 서구적 가치와 중국적 가치가 경쟁한다. 2009년 영국에서 출간된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은 그 점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만을 거론할 단계는 지났다는 얘기다. 표면적으로는 달러와 위앤화를 둘러싼 ‘화폐 전쟁’의 모습을 띄지만 그 밑 지층에는 ‘가치관 충돌’이 놓여 있음을 보아야 한다고 했다. 저자는 ‘중국적 가치’가 펼쳐낼 새로운 국제질서를 마치 ‘예정된 코스’처럼 가정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같은 과감한 가설을 가능하게 했다. 영국의 아시아문제 전문가인 저자는 “중국의 부상은 세상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존재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예견한다.

서구에는 “경제 성장이 적정한 시점에 이르면 중국도 서구식 민주주의로 이행하리라”는 가설이 지금도 유행하고 있다며 저자는 그런 가설은 서구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유교 전통이 가미된 ‘중국식 민주주의’를 예견한다. 중국이 전통적으로 주변국가와 맺어온 외교방식인 조공제도의 부활까지 점치고 있다.

국부책(國富策), 자이위중 지음, 홍순도·홍광훈 옮김, 더숲, 564쪽, 2만2000원
중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극단적으로 갈렸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 공산당이 구소련처럼 붕괴하고 중국도 몰락하는 것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중국의 개혁이 계속 성공해 궁극적으로 새로운 국제질서를 중국이 이끈다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은 최상 쪽에 가깝다.

서양의 잣대는 절대적 표준이자 모델이었다. 2008년은 기존의 표준과 질서에 균열을 가져왔다. 저자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가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전망은 우려를 동반한다. 미국과 중국이 현재는 우호적 자세를 취하지만, 언제까지 그러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어느 시점에 공격 태세로 돌변할지 모른다. 그것이 세계가 당면한 가장 큰 위험이라고 저자는 우려한다. 세계 권력이동이 저자 생각처럼 전개될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우리다. 두가지 가치의 공존과 충돌이 지정학적으로 교차하는 동아시아의 한반도에 산다는 것, 그 의미를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패권전쟁, 취엔위엔치·량치똥 지음, 김준우 옮김, 21세기북스, 334쪽, 1만5000원
◆중국은 미국을 넘어설 것인가=중국인 저자의 『국부책』과 『패권전쟁』에는 2008년 이후 중국의 걱정과 자신감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다. 걱정이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달러와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게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시대의 현실을 반영한다. 달러가 ‘녹색 휴지’로 변할 날을 걱정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위앤화 절상 압력에 굴복해선 안된다는 주장을 곳곳에서 피력한다. 미국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패권전쟁』은 두 경제학자의 대담집이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미국의 방만한 금융정책에 있음을 지적하며 중국이 피해국임을 강조한다. 『국부책』은 ‘중국적 가치’를 찾아보는 책이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 빗대 책 제목을 『국부책』이라 했다.

『국부책』은 춘추전국시대 고전 『관자』를 재해석한다. 서구 경제학은 이제 한계를 드러냈다고 보기 때문에 자신들의 고전에 의지한다는 식이다. “서구 경제학자들이 ‘중국의 행동이 이러저러한 법칙과 원리에 위배된다’고 떠든다면 우리는 중국 본토의 경제 이론으로 대응하면 그뿐”이라고 했다. 『관자』에 기대서 저자가 끌어낸 대안은 “동태적 평형”이다. 시장경제를 유지하돼 정부의 적절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가의 통제와 자원의 유출 방지를 거듭 강조한다.

이번 주 함께 나온 『중화를 찾아서』(위치우위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미래인, 512쪽, 2만원)와 『원자바오의 목민』(박영발 지음, W미디어, 184쪽, 9000원)도 중국 문화의 원류, 중국의 리더십을 새롭게 조명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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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