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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우주 탄생에 신은 필요 없었다”는 호킹

 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까치
252쪽, 1만8000원


“철학은 죽었고 신은 필요없다. 이제 물리학이 우주와 존재에 관한 본질적인 의문을 모두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영국의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전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사진)가 신간에서 펼치는 주장이다.

2006년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리처드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을 통해 생물학의 입장에서 “종교는 집단적 망상에 불과하다”는 무신론을 펼친데 대해 호킹이 물리학의 입장에서 “신은 필요없다”는 주장으로 화답한 형국이다. 이 책은 지난달 초 출간되자마자 구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으며, 지난 주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이같은 관심의 배경은 호킹이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꼽히는 인물이라는 데 있다. 그는 시공간이 처음 형성된 특이점(特異點)이 있다는 정리를 증명하고 블랙홀이 복사를 방출하고 증발한다는 ‘호킹 복사’ 이론을 내놓았으며, 양자역학과 우주론을 결합하는 양자우주론을 제시하는 업적을 세웠다. 게다가 1988년 펴낸 『시간의 역사』가 900만 부나 팔리면서 대중적으로도 큰 명성을 얻었다. 그런 인물이 무신론적 입장을 처음으로 명확히 한 것이다.

호킹의 주장을 살펴보자. 우주 전체로 보면 양(陽)의 물질에너지는 음(陰)의 중력에너지와 균형을 이룰 수 있고, 이 경우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0’이 된다. 그렇다면 우주는 별도의 에너지 투입없이 무(無)로부터 양자요동을 통해 저절로 탄생할 수 있게 된다. 양자요동이란 없던 입자가 저절로 생기는 미시세계의 현상을 말한다. 이런 방법으로 수많은 아기우주들이 생성됐다 곧바로 소멸하지만 일부는 급팽창해서 살아남는다. 우리 우주는 이같은 메가우주 중의 하나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기독교 창조론의 현대판, 다시 말해 이 책의 제목인 ‘위대한 설계’ 이론과 그 미국식 명칭인 ‘지적 설계’ 이론은 쉽게 부정된다. ‘위대한 설계’ 이론이란, 우주와 그 물리법칙이 생명을 지탱할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설계’됐다는 이론이다. 예컨대 양성자의 질량이 지금보다 0.2% 더 무거웠거나 강한 핵력이 지금보다 0.5%만 세거나 약했다면 생명이 존재할 여지는 전혀 없다. 이같은 미세 조정은 우연이라기 보다는 설계자, 즉 창조주가 존재한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호킹은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무수히 많은 우주가 존재한다면 그 중에는 생명에 걸맞은 물리법칙을 지닌 우주도 있게 마련이고 마침 우리가 사는 우주가 그에 해당할 뿐이다. 그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하는 ‘만물의 이론’의 유력 후보인 ‘M이론’이 사실로 입증될 날을 고대하고 있다. 신과 무관한 ‘위대한 설계’를 발견하는 날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우주와 존재의 기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입문서가 될만 하다.

조현욱(과학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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