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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엄마와 함께] 성인식 外

‘축난 몸엔 개가 보약’
키우는 개 잡으란 말에 기겁하는 시골 소년

성인식
이상권 지음, 자음과모음
232쪽, 1만원


산다는 게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 드는 10대 청소년이라면 한번쯤 읽어 볼만한 소설집이다.

표제작 ‘성인식’의 주인공 시우는 시골에서 공부를 잘 해 과학고에 진학한 ‘범생이’다. 맹장염 수술로 몸이 축나 집에 돌아왔더니, 홀어머니는 외아들을 위해 기르던 개를 잡아 약으로 먹이려 한다. 가족 같은 개를 잡자는 어머니에게 몸서리치면서도 거세게 반항도 못한다. 동네 어르신의 충고도 이랬다. “살아있는 생명을 끊어보아야 진짜 생명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될 것이다. 저 개를 죽인다고 아파하지 말고, 내 몸 속으로 작은 목숨 하나 끌어들인다고 생각해라.”

시우는 마을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제 손으로 개를 잡게 된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그 고비를 넘기고야 시우는 편안함을 느낀다. 개를 잡는 일은, 그 마을에선 누구나 시우의 또래라면 한번쯤 치르고 넘어갔던 성인식이기도 하다.

다른 작품 ‘문자메시지 발신인’의 주인공 슬기는 어느 날 갑자기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한다. “아무리 전학이라는 말을 새김질하고 또 새김질하면서 차분해지려고 해도, 얼마 뒤에 있을 전학이 아니라 지금 당장을 견디어내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고 할 정도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충격 속에서 슬기는 자신이 같은 방식으로 따돌렸던 옛 친구 정미를 떠올린다.



‘불량 아빠’가 최고 아빠라네요

불량 아빠 만세
김경옥 지음, 소복이 그림
시공주니어, 110쪽, 9000원


엄마나 아빠가 창피하게 느껴지는 시기가 온다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그런데 누가 봐도 좀 부끄러울 법한 아빠의 아들이라면 몸 둘 바 모를 일이 많을 수밖에. 주인공 찬우의 아빠는 직업이 ‘전업 투자자’인 이혼당한 싱글대디다. 긴 머리에 가죽부츠 차림으로 학교 운동회에서 달리기를 하다 넘어지는 등 실수투성이다.

친구들은 “너희 아빠는 왜 회사에 안 가?” “너희 아빠 연예인이야?”란 질문을 퍼붓는다. 그래도 찬우는 미술시간에 그린 아빠 얼굴에 ‘친구 같은 아빠’라 적었는데, 경수가 엑스표를 긋곤 ‘불량 아빠’라 바꿔놨다.

둘은 한바탕 붙는다. 그러나 찬우는 경수가 너무 바빠 놀아주지 못하는 자기 아빠에 비해 친구처럼 지내는 찬우의 아빠가 부러워 장난을 쳤다는 걸 알게 된다. 남에게 내세울만한 번듯한 직장에 다니며 돈 잘 버는 아빠라도 놀아주지 않는다면 아이에겐 무슨 소용인가. 비록 사회에선 실패한 ‘불량아빠’일지라도 아이에겐 최고의 아빠가 될 수 있다는 것.



토기·암각화 … 역사 속 우리 미술

미술 시간에
한국사 공부하기
이병호·오영선·김혜원 지음
웅진주니어, 254쪽
1만4000원


선사시대 빗살무늬 토기, 반구대 바위그림부터 시작해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미술을 훑으며 한반도의 역사를 한 줄에 꿰어 보여주는 책이다. 세 지은이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연구사라 여느 어린이 책에 비해 깊이 있고 전문적인 내용을 수월하게 다룬다. 가령 손바닥만한 농경문 청동기 하나만 가지고도 8페이지에 걸쳐 설명하는데, 그림에 나오는 ‘밭 가는 남자’가 들고 있는 농기구 ‘따비’의 실물도 함께 실어 비교하는 식이다.

또 ‘밭 가는 남자’가 벌거벗은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매년 입춘 아침 풍년을 기원하며 옷 벗은 사내들이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풍속이 있다’는 조선시대 유희춘(1513~1577)이 쓴 『미암선생집』의 기록을 전한다. 청동기시대의 풍속이 조선시대에까지 전해졌다는 증거다. 이토록 궁금증을 남기지 않는 서술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사진 자료의 품질도 높고 편집에도 꽤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딱딱한 문체는 좀 아쉽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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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