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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찾아서] 한국의 풍경

나의 아름다운 성당 기행
조은강 지음
황소자리
272쪽, 1만3500원


행복한 사람은 ‘지금, 여기’를 떠나지 않는다. 현실의 불운과 불행에 의문을 품고 답을 구하는 사람만이 길을 나선다. 여행기를 읽는다는 건 여행지의 풍광만이 아니라 그 고단한 마음길을 따라가는 일이다. 이역만리 유럽으로 ‘수도원 기행(2001년)’에 나섰던 소설가 공지영이 그랬다. 수백·수천년을 내려온 수도원들의 위대한 침묵은 그의 고해를 받아주는 하나의 배경이었다. 평탄치 않은 개인사를 끌어안고 마침내 “주님, 항복합니다”를 외치는 ‘회심(回心)’을 지켜보며 맘이 ‘짠했다’. 그리로부터 10년 뒤 그의 정신적 여동생쯤 될 법한 작가가 길을 떠났다. 지난해 산티아고 여행기 『그 길 끝을 기억해』를 내놨던 조은강(43)이다. 이번엔 우리땅 곳곳에 있는 유서 깊은 성당들이 목적지다. ‘산티아고’라는 지명에서 이미 짐작했겠지만 그의 삶 역시 물음표로 가득하다. 회삿일로 동료와 송사를 겪었고, 나이 마흔에 아직 반려를 만나지 못했다. 하나 오직 그것만이 길 떠남의 계기는 아니었으리라.

조은강
저자는 한때 철학을 공부했었다. 그것도 80년대에. 공지영과 비슷한 시기 학교에 다녔고, 당대의 지식청년들이 느꼈던 시대적 고통을 함께 느꼈다. 짝사랑했던 선배는 알고 보니 ‘운동권 브레인’이었는데, 시대에 짓눌려 젊은 날 목숨을 끊고 말았다. ‘내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묻고 90년대 속으로 뛰어들었다. 수입 자동차를 홍보하면서 돈을 벌었고, 세상의 속도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내달렸다. 명품 가방과 ‘신상(신상품)’ 구두에 매달린 적도 있었다. 수많은 80년대 학번들처럼 그도 생활인으로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브레이크가 걸렸던 게다.

마산교구 남해성당의 내부. 삼각지붕이 특이하다. 삼위일체의 영성을 상징한다. [황소자리 제공]
신도 초인도 믿지 않았던 그가 단 하나 품은 건 ‘장소에는 힘이 있다’는 믿음이었다. 세례를 받고도 20년이나 냉담했던 처지에, 2년에 걸쳐 전국의 성당으로 차를 몬 건 그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도를 바친 곳에서 좋은 에너지를 받고 싶다는 소망, 그 힘으로 방황을 끝내고 싶다는 기원이 그를 움직였다. 한옥마을 옆 최초의 순교지 전동성당(전북 전주)부터 동란의 수난을 치러낸 성모상이 있는 감곡성당(충북 음성), 지중해의 하얀 벽을 연상시키는 남해성당(경남 남해)까지 14곳의 아름다운 성당에서 그는 위로받았다.

처음엔 단순히 여행자요 구경꾼이었다. 굳이 미사 시간을 피해 성당에 들어섰고, 사진을 찍다 누가 말이라도 걸면 떠나오기 바빴다. 산길을 걷게 될지도 모르는데 굽이 뾰족한 부츠를 신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데면데면했던 엄마와 성당 순례를 다니게 됐다. 아무리 쪼들려도 내키지 않은 일은 거절할 용기도 생겼다. 지금의 나, 여기에서의 행복이 무엇보다 소중하단 사실을 이제 막 발견한 보물처럼 어루만졌다. 산티아고가 아니면 저 남녘의 성당이라도 가야 느낄 수 있었던 평화가 왔다. 동네 성당에서 ‘파랑새의 행복’을 찾아낸 그는 여행을 마칠 때가 됐음을 알았다. 그의 말마따나 성당 기행은 성장 기행이었던 것이다.

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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