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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View] 박성민의 ‘지도자 크기가 나라 크기다’

오늘날 대중에게 가장 영향을 미치는 권력은 소프트 파워 아닐까. 사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트위터 본사의 벽에 그려진 새.
지난번 이 지면을 통해 정치의 패권이 몰락하는 것을 걱정한 바 있습니다. 그 칼럼이 나간 다음 날 정치인 몇 분과 자리를 함께했는데 그 칼럼 내용이 대화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정치의 힘이 옛날만 못하다고 썼는데 실제로 그렇게 느끼시나요?” 어긋남 없이 모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정치를 오래한 분들이라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서 실감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권력총량의 법칙이 있다면 정치가 빼앗긴 권력은 어디로 갔을까요?” 한 의원이 서슴없이 “SNS(Social Network Service)로 갔지”라고 답했다. 결국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면서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즐기는 대중에게로 권력이 상당 부분 갔다는 거지요. “그리고 사법부도 전보다 세졌고….”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는 물론이고 검찰도 세졌다는 것입니다. 사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인의 책임이 큽니다. 정치적으로 풀 수 있는 것도 죄다 사법부로 가져갔으니까요. 그렇게 해놓고는 ‘요즘 정치는 사법부가 다 한다’며 사법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건 이해가 잘 안 갑니다. 그분들은 대중에게 권력이 넘어간 것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관료’나 ‘기업’ 등 다른 경쟁자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습니다.

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정치는 여전히 힘이 있나요?” 모두들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다만 그 힘을 제대로 활용 못해서 문제지 제대로만 한다면….” 제 마지막 질문은 “그렇다면 여전히 다른 권력을 압도하는 정치의 힘은 어디로부터 오는 걸까요?” 정치 패권의 근원을 물은 거지요. 몇 가지 답이 나왔습니다.

# 선거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정치의 힘은 국민으로부터 선거를 통해 위임받은 권력이라는 데 있다는 겁니다. 선출된 권력이라는 거지요. 하기야 우리가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소장을 선거로 뽑은 것은 아니니까요. 대기업 회장들도 역시 마찬가지지요. 비선출 권력이 아무리 세졌다고 해도 권력의 정통성은 선거를 통해 확보된 정치인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겁니다.

# 법

선거가 권위를 담보해 준다면 법은 권력을 담보해 주는 실체적 힘입니다. 법은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강제력입니다. 사람의 목숨을 뺏을 수도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입법권을 제대로만 쓴다면 사실 사법부와 행정부의 권력은 별거 아니지요. 사법기관이 아무리 힘이 세졌다고 해봐야 ‘법’ 갖고 해석하는 정도지요. 관료들이 아무리 힘이 있다고 해봐야 ‘법’ 갖고 집행할 뿐이지요. 단지 법을 통해 비선출 권력을 제어하려는 의지가 없는 정치인의 나태와 유약함이 문제일 뿐이지요. 국정감사를 지켜보면 코미디 같은 장면들이 연출됩니다. 국회의원이 행정부에 따져 묻습니다. 그러면 행정기관은 사법부가 그렇게 판결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그렇게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당연히 사법부는 국회가 법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판결할 수밖에 없다고 하겠지요. 여야 간에 이견이 있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운 사안도 아닌 걸 갖고 그럴 때면 정말 어리둥절해집니다.

# 돈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300조원이 넘는 엄청난 돈을 자기 돈처럼 나눠줄 힘이 있습니다. 정부가 예산을 만들어 와도 국회가 삭감해 버리면 그만입니다. 아예 예산을 없애버리면 사업 자체가 없어지기도 합니다. 돈 앞에서는 장사 없습니다. 아무리 힘있는 권력기관도 엄마에게 용돈 받는 아이 처지가 되고 맙니다. 그뿐 아닙니다. 지역구의 수많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서로 나눠줍니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의원들은 저마다 지역을 위해 얼마나 많은 예산을 빼(?)왔는지를 빽빽하게 적어 집집마다 보고합니다. 집안에 돈 벌어 오는 가장이 아이 장난감 사주듯 지역구에 체육관을 지어줍니다. 대단한 힘 아닙니까?

# 정보

마오쩌둥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지만 그건 혁명 때이거나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통하는 얘기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은 정보에서 나옵니다. 대통령의 힘이 센 것은 정보가 제일 많기 때문입니다. 돈도 정보에서 나옵니다. 아무리 스마트폰 시대가 되어 대중의 정보력이 놀랍다 할지라도 아직 정치인에게 견줄 정도는 아니지요.

그날 대화는 이 언저리에서 끝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습니다. 선거, 법, 돈, 정보 같은 눈에 보이는 정치의 하드파워는 그전부터 쭉 있었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왜 정치의 지위가 흔들리는 걸까요? 우리는 그날 대중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파워의 영향을 더 받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정치컨설팅 ‘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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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