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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한글날 특집 다큐 만든 최재혁 MBC 아나운서국장

서울 여의도 MBC본사 6층 아나운서국에서 창 밖을 내다보면 세종대왕 동상이 보인다. 최재혁(49·사진) 아나운서국장은 "세종대왕과 눈을 마주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동상 주변을 거닐며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일도 다반사다”고 말했다.

“만 원짜리 지폐에 세종대왕의 얼굴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그를 아는 게 아니에요. 세상 어떤 군주가 ‘나랏말이 사맛디 하니하여’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들겠어요. 세종과 한글은 무궁무진한 콘텐트의 보고입니다. 그 자산을 활용하는 게 21세기의 몫이죠.”

“사이비 교파처럼 여겨질까 봐 걱정”이라면서도 물꼬를 튼 세종 예찬이 끝이 없다. 그 신념을 10년간 다큐멘터리로 실천했다. 2001년 ‘한글, 라후 마을로 가다’로 시작, 올해 ‘한글, 날아오르다’(9일 오전 8시45분 방송)까지 10년째 한글날 특집 시리즈를 기획·제작한 것이다. 기념일 특집물이 10년 연속된 것도 드물 뿐더러 아나운서가 제작을 주도한 것도 이례적이다.

“처음부터 10년 작심했어요. 아나운서로서 우리 말글을 파헤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런데 팔수록 대단한 분인 거예요, 세종대왕이. 한글에 담긴 애민 사상, 인본주의 정신, 500년을 앞섰던 디지털 마인드의 조형 원리까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고유 브랜드로서 세종과 한글의 힘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직접 기업에 발품을 팔아 편당 7000만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유치했다. “아나운서가 제작까지 나서냐”라는 일부 힐난을 무릅쓰고 밀어붙였다. 한·일 축구월드컵 이후 한글의 국제화(2002), 세종의 CEO 리더십(2005), 글꼴의 미학적 가치(2006) 등을 다각도로 조명한 시리즈는 방송위원회 등에서 수차례 수상했다. 7개 국어로 번역돼 해외 한글교육기관 등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최 국장 개인도 한글날 유공 표창(한글학회 2005), 한글날 유공 국무총리 표창(2007) 등을 받았다. 한글 홍보대사(2008)로도 임명됐다. “10년 새 한글의 브랜드가치가 높아진 것에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찌아찌아족 덕분에 새롭게 부각되긴 했지만, 배우기도 쉽고 세상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자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전 세계인이 한글을 쓰자, 이런 말이 아닙니다. 한글에 담긴 사상, 디자인의 다채로움을 함께 즐기자는 거죠.”

지난해엔 소설가 정도상 씨와 함께 『백성을 섬긴 왕 세종이 꿈꾼 나라』(시대의창)라는 책도 냈다. 그가 생각하는 세종은 “외계에서 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고와 추진력이 놀라운 인물”이다.

“최근에 ‘광화문’ 한자현판 논란 같은 것도 어이가 없어요. 세종이 얼마나 유연한 사람이었는지 몰라서 하는 소리죠. ‘대장금’보다 세종이 훨씬 매력적인 한류 소재라고 봐요. 이번 마지막 편에도 그런 관점에서 글로벌화에 대한 생각을 담았어요.”

그는 1986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해 ‘우리 춤 우리 가락’ ‘세계로 가는 장학 퀴즈’ ‘청소년 음악회’ 등과 뉴스 및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나운서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왔다. 연예인들이 예능프로 전면에 나서면서 방송 언어가 오염되지 않을까 우려도 한다.

“연예인 진행자들이 나름의 장점은 있지만 지상파가 ‘말의 오염’을 막는 데 앞장서야죠. 아나운서도 충분한 훈련을 거친다면 친근하고 정확한 진행자로 다가갈 수 있다고 봐요. 후배 기대주의 활약을 지켜봐 주세요.”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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