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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거주 외국인 엄마들의 자녀 교육 노하우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외국인 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 수는 8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다. 외국인 주민이 100만 명에 육박하는 글로벌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엄마들은 우리 교육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국내에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외국인 엄마들을 만나 한국 교육에 대한 생각과 자녀교육 노하우를 들었다.

사교육열은 한국 엄마들이 최고

 HSBC 은행장 부인 아라셀리 디킨은 지난해 4월 한국에 왔다. 멕시코 출신인 그는 “한국 엄마들은 사교육에 너무 열을 올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학교 생활을 중시하는 아라셀리는 한국에 오기 반 년 전부터 딸 가브리엘라(10)와 아들 다니엘(15)이 다닐 학교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살폈다. 학교 홈페이지를 방문해 멕시코 학교와 커리큘럼이 같은지, 다양한 클럽활동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했다. 한국에 먼저 온 지인들에게도 조언을 구한 후 서울 외국인학교에 입학신청을 했다.

 하지만 사춘기였던 다니엘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아라셀리는 담임교사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담임교사는 “다니엘이 낯선 환경에서 어려운 수업을 쫓아가는 것을 힘들어 하는 것 같다”며 “과제를 도와주고 한국 문화를 알려줄 수 있는 과외교사를 구해보라”고 조언했다. 아라셀리는 다니엘과 상의한 뒤 한국 대학생을 개인교사로 붙였고, 다니엘은 한달 만에 학교 생활에 완전히 적응했다. 아라셀리는 “아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담임 교사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교권과 공교육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편이다. 영사관에서 일하는 남편을 따라 2008년 한국에 온 마츠다 유코는 “교사를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몬스터 패어런츠(Monster Parents, 괴물부모)’ 때문에 일본교육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비하면 한국 엄마들의 치맛바람은 애교로 봐줄 정도란다. 마츠다는 “그래도 한국 엄마들의 사교육열 만큼은 일본 엄마들이 흉내도 못낼 정도”라며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줬다.

 “이번 방학 때 딸 아카네(11)와 아들 히로(9)를 데리고 일본에 있는 국립과학관을 찾았어요. 그런데 과학관이 캠프를 온 한국 아이들로 가득찼더군요. 일본도 교육을 중시하지만 아이들을 해외로 보낼 정도로 열성적이지는 않아요. 자녀에게 최고의 것만 해주려는 한국 엄마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엄마는 자녀의 가장 좋은 선생님

 인터컨티넨탈 호텔 수석주방장의 아내 마피 드비쉬는 올 3월 한국에 왔다. 필리핀에서 나고 자란 마피는 “한국은 교육수준이 매우 높지만 아이들이 지나친 학업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교육시스템이 아이들을 정형화 시키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부대사 마료 크롬푸츠도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소질은 다르기 때문에 남이 하는 것을 무분별하게 시키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딸 소피(11)와 아들 핸크 얀(9)·톰(6)의 엄마이기도 한 마료는 올 초 한국에 왔다. 그는 “과제를 함께 하면 아이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에요. 주말에 요리나 등산 같은 취미활동을 아이들과 같이 해보세요. 함께 하는 시간이 많으면 장단점을 빨리 파악할 수 있답니다.”

 잘하는 것은 격려하고 부족한 것은 채워주는 것도 엄마가 할 일이다. 남편의 직업 때문에 프랑스에 8년 동안 살았던 마피는 딸 릴라(11)를 프랑스 학교에 보냈다. 이 때 익힌 프랑스어를 릴라가 잊지 않도록 집에서는 가족 모두가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릴라가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 영어도 자주 쓴다. 하지만 ‘밥 먹자’ ‘물 가져와’ ‘책 읽어야지’하는 간단한 생활문장을 쓰면서 특별한 학습없이 자연스레 의미와 문법을 익히게 한다.

 영어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마료도 자녀들의 선생님 역할을 자처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한국 엄마들은 아이를 직접 가르치는데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함께 하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엄마의 실력보다 사랑을 봐요. 숙제를 봐주고 책을 함께 읽고 고민을 들어주는 것으로도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죠.”

아이는 아이답게 커야

 외국인 엄마들은 “한국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이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오후 10시가 넘어 잠자리에 드는 것에 매우 놀랐다. 이들의 자녀는 대부분 오후 8시에 잠자리에 들어 오전 7시에 일어난다. 마피는 “한국 아이들이 학교에서 많이 존다고 들었다”며 “깨어 있는 동안 두뇌가 제대로 활동을 하려면 충분히 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 시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나이에 맞는 놀이를 해야 제대로 된 학습이 이뤄진다고 믿는 아라셀리는 “한국 엄마들은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있고, 방과 후에 놀이를 즐길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츠다는 “땀 흘리며 놀고 난 후에는 집중력이 높아진다”며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하면 반항심이 생겨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료도 “방과 후 음악·미술·체육활동을 즐기는 것은 소질과 적성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라며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게 해 진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격려하라”고 덧붙였다.

 ‘아이는 아이답게 키워야 한다’는 것은 외국인 엄마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외국인 엄마들은 아이들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독립심을 키우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마츠다의 딸 아카네는 방학숙제로 동물의 특성을 조사해 연구도감을 만들었는데, 엄마의 도움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아라셀리도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힌트만 주지 직접 나서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며 “적당한 실패를 아이다운 태도로 극복하는 경험이 자립심을 키워준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1. “엄마가 아이의 가장 좋은 선생님 아닌가요?” 딸 릴라가 프랑스에 있을 때 배운 프랑스어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눈다는 마피. 2. “아이의 숙제를 함께 하면 관심사를 파악하는데 효과적이에요.” 딸 가브리엘라의 숙제를 항상 점검한다는 아라셀리.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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